이재명과 조선일보의 재난지원금 논쟁, 통계청 자료는 이 지사 손들어 줘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지난 1일 2개월 여전에 보도된 조선일보의 ‘경기도 재난지원금’비판 기사에 대해 언론의 ‘정보왜곡’이라고 비판을 가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중 30%만 추가 소비효과를 발생시켰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삼아, 이 지사의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한 경기도 재난지원금 정책의 실효성을 비판했다.
반면에 이 지사는 전 도민 재난지원금이 1.85배의 소비진작 효과를 견인했다는 입장이다. 누구 주장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문제이다.
양측의 기본 전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 “증가한 30%와 감소하지 않은 소비액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효과” VS. 조선일보, “추가 소비액 30%만 재난지원금 효과”
조선일보는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시점에는 코로나19 초기의 공포심이 완화됨으로써 소비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가정으로 삼고 있다.
반면에 이 지사는 여전히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가정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KDI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시기에 소비가 30% 증가했다면, 실제 소비진작효과가 30%보다 훨씬 크다는 주장이다. 당초 감소해야 할 소비가 전년과 비슷하게 이뤄어진 부분도 재난지원금 효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3개월 이내 사용해야 하는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전액 소비하게 했더니, 70% 소비는 기존소비를 대체했지만 30%는 추가소비지출이었다는 KDI보고서를 두고, 어떤 언론이 ‘재난지원금 30%만 소비’라고 보도했다”면서 “재난지원금이 소비확대 효과가 거의 없으니 지역화폐 보편지원 아닌 선별 현금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사용되는 기간 동안 전년 대비 소비가 비슷하거나 늘어나는 추세라면 조선일보 보도가 맞다. 반면에 동일 기간 동안 전년 대비 소비가 여전히 감소추세라면 이 지사의 주장이 맞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1년간 소비동향 지수는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 조선일보의 12월 24일 기사, ‘5월 이후에는 소비가 전년 대비 늘어났을 것“ 주장
이 지사가 저격한 것은 지난 해 12월 24일 ‘이재명 재난 지원금 10만원 주면 18만원 쓴다, 진짜 그럴까?’ 제하로 보도된 조선일보 기사로 추정된다.
조선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놓고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동시에 나왔다”면서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권위의 연구기관 중 하나인 KDI, 다른 하나는 경기도청에서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 2월 16일부터 4월 12일(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직전)까지 경기도의 소비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55억원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이런 가정대로라면 4월 12일부터 8월 9일까지 소비는 약 69조2384억원이 됐을 것이라지만 실제 소비액은 가정치 대비 9조 5000억원 정도 많은 약 78조7375억원으로 나왔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는 이 같은 소비 증가분 9조원이 모두 재난지원금 덕분이라고 주장했다”면서 “해당 기간 정부와 경기도가 재난지원금으로 나눠준 금액은 모두 5조1190억원이다. 따라서 5조1150억원을 다 쓰고, 그 금액의 0.85배 정도의 추가 소비가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2월 23일)KDI는 행정안전부가 맡긴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면서 “핵심은 지난 5월 전 국민에게 나눠준 1차 재난지원금 14조2000억원 가운데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진 건 약 4조원 남짓(30%)이고 나머지 70% 정도는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쇄기를 박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KDI측의 견해라면서 경기도의 분석이 가진 3가지 한계를 지적했다.
첫째, 코로나 쇼크 초기였던 2~4월에는 소비가 당연히 위축되지만,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소비회복이 이뤄진다는 점을 경기도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지속적인 소비위축이라는 잘못된 가설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둘째, 이연 소비(보복 소비)가 나타날 가능성을 경기도가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2~4월 쓸 돈을 덜 썼다면, 5월 이후에는 오히려 미뤄뒀던 소비를 하기 마련이므로 ‘전년 대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 해외 주요 연구들도 재난지원금 같은 소비 쿠폰의 소비 효과는 20~40% 정도라는 결론을 공통적으로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논거 중 세 번째는 검증이 불가능하다. 어떤 해외연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두 가지 논거는 국내 통계청 자료로 검증이 가능하다.
■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동향, 11월까지 소비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 중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지난 1월 1.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0.1% 증가에 이어 두 달째 증가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전년 대비 소비가 늘어났거나 보복 소비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가정한 4월 12일부터 8월 9일까지의 소비판매는 전년 대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판매는 지난 해 1월부터 11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여전히 감소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1월 2.8 감소, 10월 0.07% 감소, 11월 0.3% 감소 등으로 집계됐다.
감소폭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5월 이후에는 오히려 미뤄뒀던 소비를 하기 마련이므로 ‘전년 대비’ 늘어나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조선일보의 논거는 오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혹은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소비감소 추세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재난지원급 효과는 전년 동기대비 소비증가액보다 훨씬 크다는 이 지사의 분석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