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인재 대이동’, 시중은행 제 발로 나와 토스-카타오페이 문 두드린다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금융권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존 금융기관과 신생 핀테크사 사이 ‘인재 대이동’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영업점 축소 등의 영향으로 은행 등 금융사들은 인력을 감축하는 반면, 핀테크사들은 적극적인 인재 채용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해 성장성이 기대되는 핀테크 업계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수십 개 직군 상시채용…‘금융권 경력’은 필수
현재 핀테크사들이 진행 중인 경력 채용 공고를 보면 대부분 금융권 경력을 우대하고 있다.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비바리퍼블리카의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는 비즈니스, 개발, 데이터 등을 포함한 50개 직군에서 인재를 채용 중이다. 이중 비대면 은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Core Banking Developer’, 토스뱅크 여신·수신·카드 상품을 기획하는 ‘Manager’ 직군 등 대부분이 금융권에서의 관련 업무 경력과 지식을 요구했다.
현재 69개 직무에서 경력직을 채용 중인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 직무는 “테크핀 비즈니스에 대한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를, ‘BI(Business Intelligence) 시스템 운영 및 개발 엔지니어’ 직무는 “금융권 정보계 구축 및 운영 업무 경험”을 우대받는다.
40여 개 직무에서 채용 중인 뱅크샐러드 역시 대부분 직무에서 금융사 재직 경력 및 금융업에 대한 이해를 우대사항으로 제시했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30대 금융권 종사자들의 지원이 많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탄탄한 금융지식을 새로운 서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관계자, "KB금융에서 카카오뱅크로 파견갔던 직원 안돌아와"
한때 ‘꿈의 직장’이라는 수식이 붙었던 시중은행 직원들이 제 발로 나와 핀테크사 문을 두드리는 이유로는 ‘성장성’과 ‘기업문화’ 등이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력을 줄이는 살벌한 분위기에서 일하느니 규모가 작더라도 성장성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년 전 KB금융에서 카카오뱅크로 파견 갔던 직원들이 전원 돌아오지 않은 사건도 있지 않았냐”며 “젊은 직원들에게는 수직적인 대형 금융사와 달리 수평적인 문화도 매력적으로 비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지분 10%을 보유하고 있던 KB금융이 교육 차원에서 자사 직원 15명을 보낸 이후, 이들 전원이 카카오뱅크에 남겠다며 복귀를 거부한 사건을 이른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최근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아무리 회사가 크더라도 그곳에서 자신의 비전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연봉 1.5배 인상 등을 보장하며 자신을 환영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