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이긴 연예인 (15)] 외할머니 손에 자란 윤태화, 12년 무명이지만 원망은 없다

염보연 기자 입력 : 2021.02.24 17:24 ㅣ 수정 : 2021.02.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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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고수익을 올리는 권력계층으로 굳어졌다. 유명대학 총장보다 인기 연예인의 발언이 갖는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다.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통적 인기직업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희망직업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경우 깊은 아픔이 숨어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좌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전력투구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진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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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화[사진=TV조선]

 

[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초반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윤태화는 ‘미스트롯2’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최종 순위 13위.

 

윤태화는 오랜 가수경력의 관록이 빛나는 중후하고 애절한 목소리, 탄탄한 노래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경연 중 어머니의 병환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어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기에 아쉬움도 크다.

 

윤태화는 가수였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노래 외길을 걸었다. 만 19세, 트로트 가수로서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지만, 무명 세월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의지로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님 사업 실패로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어린 시절

 

윤태화는 1990년 경상남도 거제시에서 태어났다. 윤태화의 어머니 이화정은 1980년대에 이선경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가수였다. 어머니는 비록 무명을 벗어나지 못한 채 꿈을 접었지만, 그 피를 물려받은 윤태화도 노래에 재능을 보였다.

 

어릴 적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동생과 함께 외할머니 손에 자랐다. 어려서부터 트로트와 친숙해진 데는 외할머니의 영향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청소일로 손녀들을 부양하며 윤태화를 대학교까지 보냈다.

 

윤태화는 외할머니에게 가수로 성공해서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외할머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손녀가 무대에 오르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윤태화는 2009년 ‘깜빡깜빡’을 발표하고 만 19세에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윤정윤, 정다비라는 예명을 쓰기도 했다. 2019년까지 싱글 3집, 정규 앨범 3집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12년간 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1년 ‘딩동댕 정답입니다’를 발표하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지만, 매니저가 사기도박 등으로 입건되면서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는 등 시련도 있었다.

 

생계를 잇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쓰리잡’을 뛰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가 좋았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매번 ‘한 번만’ ‘한 번만 더’라고 되뇌며 자신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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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송 앨범[사진=네이버]

 

■‘미스트롯2’ 촬영 직전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 향해  ‘님이여’ 불러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윤태화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먼저 같은 길을 걸었던 어머니는 딸에게 가장 좋은 이해자였다.

 

2020년, ‘미스트롯2’라는 기회를 만나면서 어머니는 TV에 출연하는 딸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촬영 전,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졌다.

 

무명이 길다고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증명하겠다며 의욕적이던 윤태화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윤태화는 살아가는 이유나 마찬가지였던 어머니가 혼수상태인 상황에서 ‘미스트롯2’ 첫 번째 무대에 올랐다.

 

윤태화는 어머니에게 그동안의 감사를 전하고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님이여’를 불렀다. 감정을 꾹 눌러 부르는 그윽한 저음과 애절한 노래가 시청자와 심사위원의 가슴을 흔들었다. 결국 올 하트를 받으며 예선 ‘진’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도 얻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본선 1차전 그룹 미션에서 ‘불나비’로 지나치게 퍼포먼스에 치중한 무대를 선보이다가 노래에 힘이 빠져 탈락할 뻔하기도 했다. 본선 2차전 ‘기러기 아빠’로 다크호스 홍지윤을 상대로 10대1 완승을 거뒀지만, 에이스 전 ‘비가’ 무대에서는 목 상태가 안 좋아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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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영(왼쪽)과 윤태화[사진=TV조선]

 

결국 준결승 2라운드 1:1 대결에서 ‘비익조’를 함께 부른 김의영에게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 그의 ‘미스트롯2’ 도전기는 막을 내렸다. 그의 탈락은 마스터들의 판정에 항의가 일어날 만큼 많은 시청자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빽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 이름처럼 큰 그림 그리겠다"

 

이후 윤태화는 방송 중 어머니와 만났던 사진을 올리며 장문의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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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가수를 하셨던 우리 엄마가 늘 걱정하던 건 빽(배경)과 인맥, 전화투표 이런 거였어요. 친척도 많지 않고 자기는 친구도 없고 힘도 없고 돈도 없으니 늘 미안하다고 했어요. 저는 ‘다 옛날이야기라고, 돈 없고 빽 없어도 잘 될 수 있다고 유튜브도 하는 세상. 힘 빠지는 말 좀 하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던 효녀 아닌 저예요”

 

윤태화의 어머니는 현재 병세가 나빠져 면회가 불가능한 상태다.

 

“엄마는 그리되었지만 바쁘게 노래에 집중해야 했기에 슬픔의 짐을 그나마 덜었어요. 엄마가 그리되어 내 삶을 사는 이유를 잃었지만 수많은 엄마와 아빠들. 내 편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난 다 괜찮아. 행복하고 고마워요. 말로 다 할 수 없게. 동료들 미스트롯2 끝까지 응원합니다”

 

윤태화는 직접 유튜브도 운영하며 노래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하고 있다. 작곡 공부도 하면서 아티스트로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윤태화의 이름은 클 태(太), 그림 화(畵)자를 쓴다. 12년 무명생활의 그림자를 벗은 윤태화는 이제부터 트로트계에 ‘큰 그림’을 그려내겠다는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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