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건대교수의 기재부와 KDI 비판론, '이재명 경제' 논쟁 진화하나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보편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이 ’과소추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정부가 지난 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14조원의 재난지원금이 4조원의 소비진작효과만을 산출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따라서 KDI는 보편 재난지원금보다 선별 재난지원금 지급이 재정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배근 건국대(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KDI의 논리가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받은 KDI가 그 구미에 맞춰 생산한 연구결과이고, 언론매체들은 이처럼 왜곡된 연구자료를 토대로 가짜뉴스를 생산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특히 KDI는 보고서 귀퉁이에서 보편지원 효과에 대한 ’과소추정‘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의도적 왜곡을 합리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친문 핵심인사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인 ’다스뵈이다‘에 지난 19일 출연해 이 같이 밝혔다.
보편 재난지원금 및 기본소득 지급을 핵심으로 한 ’이재명 경제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최 교수가 제기한 관점들은 향후 대선후보 간 정책논쟁 과정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①기재부의 기본소득 반대로 ’기득권‘과 ’재정 민주화‘ 간의 대결 점화
최 교수는 우선 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고 있는 보편 재난지원금 지원과 기본소득 실시가 기득권으로 변질된 재정권을 기재부 관리들과 재정권을 국민에게 되돌리려는 정치권의 혁신 간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방송에서 사회자인 김어준씨는 보편적 재난지원금 및 기본소득 지급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에 대해 “대선후보끼리의 힘싸움이라고 좁혀서 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구체제에서 비롯된 시각‘과 새로운 질서 사이의 싸움”이라면서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재정 민주화를 통한 기본소득 지급‘을 정책과제로 강조했다. 최 교수는 “올해 정부 재정규모는 558조 원이고 이는 GDP(국내총생산)의 30%정도 되는 규모”라면서 “이 돈을 일반국민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느냐 아니면 상위 1%에게 왕창 가게 하느냐의 배분의 문제가 재정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재부 장관인 홍남기 부총리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차개혁을 반대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게 최 교수의 기본 시각이다. “윤석열과, 홍남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앉혀놨어도 그런 역할(기득권 수호)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군부독재정권이 행정부와 사법부에 집중시킨 권한을 국민이 회수하는 게 민주화”라는 표현도 썼다. 기본소득 실시 등이 나라살림을 의미하는 재정권을 틀어쥔 기재부의 기득권을 약화시키고 다수 국민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자연인 윤석열, 홍남기를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그 권한을 국민들이 회수하는 게 민주화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기들의 기득권 추구가 국민들에게 피해로 오는데, 국민들은 지금까지 그 피해를 묵묵히 참고 있다가, 그걸 이제 정상화하겠다고 하니까 대드는거다”면서 “홍남기 부총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 밑에 기재부 공무원들이 바보라고 욕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및 기본소득 지급과 같은 이재명 지사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기재부 관리들의 판단을 재정민주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김어준씨도 “구질서와 새로운 질서가 부딪히는 최전선에 소위 선별과 보편이라는 정책 2개가 맞붙어 있는 거다”면서 “여론조사를 하면 선별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유도성 질문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더 지원하는 선별‘이 바람직하느냐는 식의 가치판단을 앞에 둬 버리면 ’아니다‘라고 말하면 나쁜 사람들이 되버린다”고 거들었다.
“실제 보편으로 주면 (국민들이)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정부에서 혜택을 받은 느낌은 처음이라고 한다”면서 “국민의힘 김종인이 ’국민이 돈 맛을 알면 큰일난다‘고 한 것은 천기누설이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 씨는 “올해 민주당이 선별과 보편을 같이 가려고 하다가 선별 먼저 가는 걸로 결론이 났다”면서 “다음에 또 얘기가 나올 때 왜 보편이 맞는지 설득하려면 우리가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②’방역논리‘ 동원한 보편 지원 반대는 전형적인 가짜뉴스...“상관관계 없다”
최 교수는 ’방역논리‘를 들어 보편재난지원금을 반대하는 것도 전형적인 가짜뉴스라는 입장도 폈다.
최 교수는 “(보편 재난지원금이 지난 해 매출액에 굉장히 도움이 됐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효율적인 것으로 수치상 나왔다”면서 “최근에는 담론을 바꿔서 보편 지급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전국민에게 지급을 하면 그걸 쓰러 가서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건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논리인데, 사실 이 논리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역화폐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기반 내에서 쓰는 것이므로 방역에 방해된다는 건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소비활성화가 방역에 장애가 된다고 하지만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건수와 소비판매와의 관계를 보게 되면 그렇지 않다”면서 “지난 해 1차 보편 지원 때보다 2차 선별 지원을 했을 때 확진자수가 쭉 올라가게 된다”고 밝혔다. 보편 재난지원금 지급과 확진자수 증가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경기도 재난 지원금 지급도 마찬가지”라면서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가 보편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고 확진자가 증가하는 통계적 상관관계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KDI보고서는 결론에서 보편과 선별지원 연구와 아무 관계가 없는 ‘소비활성화정책이 방역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넣어서, “방역에 방해가 되므로 전 국민에게 줄 수 없다”는 홍남기 부총리 주장을 뒷받침하려 한 냄새가 난다고 강조했다.
③ 소득 하위 30% 계층 소득, 보편지급 때 급등하고 선별지급 때 급락
최 교수는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준 1차 때 소비가 증가하고 선별지원한 2차 때는 소비가 떨어졌다”면서 “2차 때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현금으로 줘서 월세 낸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전국민에게 주면 고소득자가 더 혜택을 많이 봐서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전국민에게 줬을 때 하위계층일수록 소득증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가계소득 자료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보편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난 해 2분기 소득 하위 30% 계층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8.10% 포인트 증가했다. 반면에 선별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지난 해 3분기 소득 하위 30% 계층의 소득은 1.10% 포인트 감소했다. 4분기에는 다시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증가율은 1.0% 포인트에 그쳤다.
소득 상위 30% 계층의 소득은 2분기에는 3.30%, 3분기에는 2.90%, 4분기에는 2.60% 포인트 씩 각각 올랐다. 상위층은 보편과 선별과는 무관하게 일정 수준의 소득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④KDI는 보편지원 효과를 과소 추정...지역상품권 및 선불카드 사용액 4조원 누락+소득감소로 인해 소비 감소 외면
최 교수는 KDI의 보편 재난지원금 평가를 전형적인 ’가짜뉴스‘의 원천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우선 KDI보고서는 보편 재난지원금 소비 채널 중 일부를 누락하고 통계를 작성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KDI는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8개만 대상으로 분석을 했다”면서 “매출효과가 큰 지역사랑상품권 및 선불카드를 통해 사용한 재난지원금은 제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신용카드는 8개만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카드사용액은 보편 지원금 사용액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사용액에서 제외된 금액만 4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 국책연구소인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에 여행업 매출이 20.5%나 증가했고 이는 KDI가 뺏던 지역사랑상품권을 포함시킨 수치”라면서 “대표적인 대면서비스인 미용업 등이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영업자는 임대료 손실과 매출 손실과 같은 2가지 피해를 겪는다”면서 “선별 지원은 월세를 지원해주지만 매출감소는 지원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소상공인들이 전국민 지원을 선호한 이유가 매출증가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소비증가 액수만 보편 재난지원금 효과로 규정한 KDI의 분석방법이 핵심적 오류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자영업을 하는 데 자영업을 하는데 매월 200만원이 들어왔으면 10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공과금도 내는데, (코로나로) 수입이 100만원으로 줄어들었으면, 지원금 100만원을 가지고 생활비에 먼저 썼을 거 아니냐”면서 “자기 소득 100만원은 공과금 내고 지원금으로 생활비 100만원 쓴 것을 매출증가가 아니라고 계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득 감소로 소비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편 지원금을 받아 오히려 소비가 증가했다면, ’감소하지 않은 소비액‘과 ’소비증가액‘을 합친 수치가 보편지원금의 효과라는 논리인 것이다. 소비 증가액만 따진 대목도 과소추정이라는 해석이다.
최 교수는 “오히려 14조원을 투입한 보편 지원금은 대체소비까지 따지면 16조원 정도의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선별 지원 하되 보편 지원도 해야 나머지를 메꿀 수 있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