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 칼럼] ESG만은 그대로 시장에 놔주어라

문성후 소장 입력 : 2021.02.22 11:04 ㅣ 수정 : 2021.02.22 11:09

ESG경영은 정부의 정책 과제 아닌 자발적 경영철학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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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ESG, 처음에는 무슨 양념 이름도 아니고 참으로 생소한 용어였다. 알고 봤더니 E(environmental), S(social), G(governance)의 첫 글자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용어였다.

 

필자는 ‘부를 부르는 평판’이라는 책에서 ‘이해관계자 제일주의(Stakeholder Primacy)’을 소개한 바 있다. 이해관계자 제일주의란 기업이 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여야 지속 가능해진다는 경영학적 사조이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들이 요구하는 비재무적 성과 중 환경에 대한 배려, 사회적 가치의 실현, 건전한 지배구조가 바로 ESG인 것이다.

 

이해관계자의 구분법은 다양한데 필자는 ‘SPICE’를 주로 쓰고 있다. SPICE 역시 첫 글자만 모은 단어인데, 대표적인 이해관계자로 정부 등 사회(Society), 협력업체(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종업원(Employee)를 표기하는 용어이다. 요즘 이해관계자들은 무척 다양해지고 강해졌다.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투자자부터 불매운동을 벌이는 소비자까지 기업들은 저글링처럼 단 하나의 이해관계자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시대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기업처럼 리스크에 통째로 노출되어 있을 때는 어느 한 이해관계자가 지나치게 강해져서 기업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 기업의 존망도 좌우될 수 있다. 오죽하면 이해관계자는 Stakeholder 가 아니고, 기업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Shakeholder란 말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 최근에 여당에서 ESG를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 조성과 관련하여 입법을 논의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기사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만드는 방법의 하나는 인센티브 강화지만, 연착륙을 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을 ESG에서 찾게 된다"며 "우리가 추구하려고 하는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의 형성에도 ESG 평가를 통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의 투자 여부를 결정하거나, 공공조달에 반영하거나 하는 상당히 매력적인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컷뉴스, 2021. 1. 28일자, 與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ESG 평가 통해 연기금 투자" 기사 인용)

 

필자는 정부와 투자자가 이 논리에 따라 ESG를 정책적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주 막강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위의 내용이 어떻게 입법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은 자신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코스닥,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법률이 제시하는 ESG기준을 맞추는지 여부에 따라 연기금은 투자를 더할 수도 있고, 뺄 수도 있다. 심지어 공공조달에서도 이익을 보거나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 얼핏 생각하면 기업의 건강도와 사회기여도를 높이는 신선한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ESG는 정책의 산물이 아니다. ESG는 기업이 투자자 중심의 경영을 지양하기 위해. 그래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낸 경영 가치이다. 기업이 ESG를 선택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면서, 고객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투자자에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며 협력사 및 종업원과 상호이익을 촉진하고자 함이었다. 그 결과로 기업은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ESG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독점하면 안 되는 덕목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정부의 논의는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기업의 자발적인 ESG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 이미 국민연금이 ESG를 반영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투자 가이드라인이 이익공유제나 사회연대기금형성이라는 특정 목적과 연계되는 순간 투자자인 국민의 의도와는 달리 연기금이 운용될 소지가 있다. 예를 들면 ESG의 평가 요소에 이익공유제나 사회연대기금 참여 여부를 넣는다고 하면, 그래서 그 요소의 충족 여부에 따라 연기금의 투자 여부가 달라진다고 하면 결국 기업은 이익공유제나 사회연대기금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적 배려,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국가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즉, 정부가 ESG를 정책도구로 삼는 바람에 기업이 국가 정책 목표에 잘 맞추면 그 기업은 투자를 잘 받고 공공조달에도 참여하고, 목표를 잘 맞추지 못하면 그 기업은 연기금의 투자나 공공조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ESG 가이드라인이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있는 K-ESG가 될까 우려된다. 아직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고, 투자 수익만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행사되고 있는지 필자는 궁금할 때가 있다.

 

ESG는 기업이 자신의 탐욕을 견제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있게 경영을 하도록 만들어진 고귀한 장치이다. 사회적 책임(CSR)이 사회(Social)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환경경영(Environmental Management)이 환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ESG는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적 경영 가치이다.

 

만약 지금 여당의 논의처럼 정부와 연기금이 ESG에 정책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기업은 간신히 찾은 경영 가치를 또 다시 회피하거나 악용할 수 있다. ESG만은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이 성실히 숙제를 해낼 수 있도록 놔주기 바란다.  

 

 

◀ 문성후 소장의 프로필 ▶ 리더십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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