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 차등의결권 1주당 29표이면 의결권 50% 확보 가능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은 2020년 기준 90%에 달해
[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쿠팡은 지난 2월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연초부터 블롬버그 등 외신을 통해 쿠팡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어 왔던 터라 완전히 새로운 이슈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쿠팡의 상장이 본격화됐으며,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공모가 및 향후 일정 등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00억 달러(한화 5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IPO 당시 기업가치 1680억 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외국 기업 상장인 만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존 시각과 가장 달랐던 부분은 나스닥 상장이 아닌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쿠팡 김범석 의장이 지난 2011년 ’한국에서 성공한 쿠팡 브랜드를 갖고 2년 내에 나스닥에 직접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점쳐왔다. 실제로도 쿠팡의 경우 10년 넘게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인 당장의 실적 보다는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는 나스닥 시장이 더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쿠팡은 나스닥이 아닌 뉴욕 증권거래소를 선택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속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재무구조에 대한 자신감 표명이라고 판단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자기자본 규모는 -6억325만달러로 여전히 자본잠식상태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억달러를 조달하게 될 경우 자본잠식을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 현금흐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데 2018년 전에 연간 -7억9000만달러에 달했던 영업현금흐름이 2019년 -5억3000만달러로 개선된 데 이어, 2020년에는 -1억8000만달러까지 축소됐다. 아무리 보수적인 가정을 잡더라도 올해 영업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초기 외형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성장했지만 대규모 적자로 인해 추가 투자유치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곤 했다. 이로 인해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붙기도 했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나스닥 시장보다 요건이 엄격한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성공시킴으로써 이제는 외형과 수익성 모두를 얻을 수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4월경 발표되는 감사보고서를 통해서 1년에 한 번씩만 실적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증권신고서를 통해 두 달 정도 빠르게 쿠팡의 지난해 실적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올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119억7000만달러, 5억2773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도와 비교하자면 1년 사이 매출액이 무려 +90.9%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또한 그 속에서 1위 사업자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영업손실은 여전히 한화 기준 5500억원 규모로 결코 작지 않지만, 전년 동기대비로는 1500억원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매출액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워낙 좋다보니 마케팅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매출총이익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판관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해 있음이 확인된다. 이처럼 빠르게 판관비율이 하락한 점이 손익 개선의 핵심”이라며 “향후에도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되는데, 매출총이익률이 타 유통채널 대비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유통업체들의 매출총이익률이 20%대 초반 수준임을 감안하자면 여전히 쿠팡의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며 “판관비율 역시 매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절대 금액은 증가하겠으나, 이제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판관비율 자체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1년 사이 영업손실률을 5.9%p나 개선시켰음을 감안할 때 빠르면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고객 데이타 역시 일부 공개되었는데, 기존 고객들의 구매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쿠팡을 이용하기 시작한 고객 집단은 5년 후인 2020년에 연간 소비금액이 3.59배 증가했으며, 2017년 고객 집단 역시 4년 후에 연간 소비금액이 3.46배나 증가했다. 이는 쿠팡을 통해 구매 가능한 SKU가 확대된 효과로 보인다. 재구매 데이터 역시 인상 깊었는데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율은 2020년 기준 90%에 달했다. 10명 중 9명이 쿠팡을 다시 찾는다는 의미이며, 이는 쿠팡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모든 인터넷플랫폼 업체들이 추구하는 생태계(Ecosystem)가 잘 구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통업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고객이다. 쿠팡은 2020년 말 기준 국내 인터넷 이용자 4800만명 중 약 1480만명의 활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구수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모든 가구가 쿠팡의 고객이란 뜻이다. 활성 고객수의 증가 속도도 눈에 띄는데 1년 사이에 306만명이 증가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겠으나, 이를 감안해도 그 속도는 인상적이다.
쿠팡의 매출액을 활성 고객 수로 나누어보면 활성 고객 당 매출액을 구할 수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는 연간 256달러로 계산된다. 이를 다시 12개월로 나누어보면 한 달 평균 활성 고객들은 약 21달러(약 2만3500원) 가량 소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형마트의 평균 월 소비금액이 대략 5~6만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추후 활성 고객 당 매출액은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30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면적은 2500만㎡이며 국내 전자상거래업체 중 가장 큰 B2C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타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하루에 처리 가능한 물량은 10배 이상 차이 난다. 현재 국내 인구의 70%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7마일(약 11.3㎞)이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센터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새벽 및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막대한 물류투자는 과거 대규모 적자 요인으로 지적받기도 했으나, 결과론적으로는 후발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에도 7개의 풀필먼트 센터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향후에도 아마존(Amazon)이 그러했듯 핵심 경쟁력에 해당하는 물류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 만큼 물류 투자에 대한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쿠팡은 두 종류의 보통주(Class A – Class B)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뉴욕 증권거래시장에 상장하게 되는 주식은 Class A에 해당한다. Class B 주식은 김범석 의장만이 보유할 수 있는데, Class A와 달리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공모개요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정확한 지분율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론적으로 계산해보자면 김범석 의장이 Class B 주식을 1.73%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의결권 50% 확보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상장 이후에도 김범석 의장의 권한이 높게 유지되는 만큼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항은 쿠팡의 기업가치이다.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는 쿠팡의 기업가치는 300~500억달러이며, PSR 밸류에이션 기준 2.5~4.2배 수준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E-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가치평가는 PSR이 아닌 거래액(GMV)대비 승수로도 많이 보는데,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을 24조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거래액 대비 승수는 1.4~2.3배에 달한다. 이는 과거 E-커머스 업체들의 투자 유치 밸류에이션 대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물론 쿠팡이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1인자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부여받았으며, 한국이 아닌 미국 시장에서 상장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E-커머스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대한 관심도도 동반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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