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한다던 공매도 시장 판 커진다, 개인까지 가세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오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인 대형주에 한해서 공매도를 부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 대형주가 공매도 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90% 수준에 달하면서 공매도가 사실상 재개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를 확대하면서 공매도 시장의 판을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공매도 재개 코스피200·코스닥150…공매도 잔액서 각각 94.4%, 74.5% 차지
금융위원회가 공매도를 재개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은 각각 코스피 917개 종목 중 200개 종목(22%), 코스닥 1470개 종목 중 150개 종목(10%)이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 종목이 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코스피200은 전체 시가총액 (2060조원)의 88%, 코스닥150은 전체 시총(392조원)의 50%다.
공매도 재개 종목이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압도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이 코스피 공매도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27일 기준 94.4%에 육박한다. 코스닥150 역시 코스닥 공매도 잔액 중 74.5%에 달한다.
사실상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종목은 셀트리온(1조826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930억원), 삼성전자(2902억원), 현대차(1834억원), LG화학(1606억원) 등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이치엘비(2678억원)를 비롯해 케이엠더블유(174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486억원), 펄어비스(9088억원) 등이 공매도 잔고가 많다.
■ 금융위, 개인 투자자 공매도도 늘린다…경험에 따라 최소 3000만원~최대 7000만원까지 투자 가능 / 업계, “무분별한 투자는 지양해야”
금융위는 개인 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역시 제고하기로 했다. 개인들도 이들 종목에 공매도를 할 수 있게 길을 넓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원래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 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주(貸株) 방식으로 공매도를 해야 하는데, 금융위는 현재 대주 물량을 2조∼3조원 가량까지 늘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매도 재개시점까지 코스피200, 코스닥150 중 대부분 종목의 공매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경험에 따라 투자 한도를 차등 설정했다. 처음 투자하는 개인은 최대 3000만원까지 할 수 있다. 최근 2년 내 공매도 횟수가 5회 이상, 누적차입규모 5000만원 이상일 경우엔 한도가 7000만원까지 확대한된다. 공매도 투자경험이 2년 이상인 자 혹은 개인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차입한도를 두지 않을 예정이다.
금융위는 공매도에 처음 투자하는 모든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매도 거래의 특수성 및 위험성에 대한 사전교육과 모의투자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전장치에도 무분별한 공매도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주가 하락 시 보장받는 이익에 비해 주가 상승시 손실 규모가 크다”면서 “일반 주식보다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 투자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