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배당잔치’ 벌일 때, ‘배당제한’ 은행주주는 소외?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금융당국의 은행권 20% 배당제한 권고가 나온 다음 날인 29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종가가 전일 대비 평균 4.6% 하락했다.
전날 삼성전자가 주당 1932원 ‘특별배당’을 발표하면서 쾌재를 부른 ‘삼성 주주들’과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일각에선 최근 연이은 정치권의 금융 개입이 은행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주식시장에서 ‘삼성 쏠림’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은행권에 배당 ‘순이익 20%’ 제한 권고한 금감원/ 2019년 4대 금융지주 2조 8669억 → 2조 1958억까지 축소 전망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은 전일 금융위원회와 정례회의에서 의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각 은행에 문서로 발송했다.
주요 골자는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자본관리를 하라는 주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연말 8개 은행지주회사(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와 지주사 소속이 아닌 6개 은행(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을 대상으로 진행한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심사) 결과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U자형(장기 회복)과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이 최소 의무 비율(보통주 자본비율 4.5%, 기본자본비율 6%, 총자본비율 8%)을 웃돌았다. 배당 제한 규제 비율은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이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대 금융지주 배당금은 적어도 7000억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 4대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26.1% 이었으며, 총 배당금은 2조 8669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이 20%까지 줄어들면 2조 1958억원까지 축소될 수 있다.
■ 29일 평균 4.60% 하락한 4대 금융지주 투자자들 “차라리 삼성에 투자”/은행권 관계자, "정치권 이익공유 압박은 주가 불안정 요인"
은행권 배당축소 소식에 관련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관치금융’으로 인해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지주 투자자는 “코스피 3000 시대라는데 은행주는 소외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은 지난 28일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36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보통주 주당 1932원을 특별배당한다고 밝혔다.
물론 은행 배당정책을 삼성전자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은행 재무건전성은 가계경제와 깊게 연관된 만큼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정치권의 은행 이익공유제 동참 요구에 이어 배당축소 권고까지 투자자 ‘악재’가 계속되자 정부 규제로 은행 주가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9일 4대 금융지주 종가는 평균 4.60% 하락한 상태로 마감됐다. 하나금융지주가 전일 대비 5.36%로 가장 크게 떨어졌고, 신한지주는 전일 대비 4.81%, 우리금융지주 3.3%, KB금융지주 1.95% 순으로 떨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위험성에 대비하라며 배당을 제한하고, 정치권에선 이익을 나누라고 압박하면서 요구가 상충하는 상황”이라며 “둘 다 그 자체로 투자자들에겐 악재인 동시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지속된 마찰이 주가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주가 불안정성으로 인한 투자자 이탈을 우려하면서 “국내 주가 시장이 현재도 ‘삼성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태인데 더 심화할 수 있다”며 “대형주 쏠림 현상은 주가 하락 시에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