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김택진의 문화기업 야심 담긴 ‘유니버스’, 초반 '소비자 불만' 폭주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28일 출시한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유니버스는 김택진 대표의 야심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를 게임기업을 넘어서는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키워가려는 비전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팬들의 의견 개진에 대해 신속한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 화려한 출발, 사전예약에만 글로벌 팬 400만 참여
유니버스는 아이돌 팬들이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모두 즐길 수 있게 만든 올인원 플랫폼이다. 엔씨소프트가 가진 IT 기술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결합해 만들었다. 유니버스에서 팬들은 뮤직비디오·예능·화보 등 독점 콘텐츠가 있는 미디어 기능,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FNS(Fan Network Service) 기능, 영상·팬아트 등을 제작·공유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유니버스에는 아티스트가 쓴 메시지를 받거나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토대로 만든 인공지능(AI) 전화 기능인 ‘프라이빗 메시지&콜’ 기능도 담겨있다. 이외에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을 받는 컬렉션 기능과 아티스트 캐릭터를 꾸미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기능도 눈에 띈다.
유니버스는 사전 예약부터 그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유니버스의 사전 예약에는 전 세계 188국에서 400여만 명이 참여했다.
■ '덕질'하는 아이돌 팬들, '최애' 목소리 듣고 싶었는데 AI가 답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28일 세상에 공개된 유니버스의 완성도에 대해 팬들의 갑론을박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자는 유니버스에 대한 팬들의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모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다수의 커뮤니티에 접속해 유니버스 관련 반응을 살펴봤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대부분의 팬들은 유니버스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특히 AI로 만들어낸 연예인 목소리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장 문제가 됐다. 자신을 유니버스 이용자라고 밝힌 한 팬은 “AI로 만들어낸 최애(가장 좋아하는 연예인) 목소리를 듣자고 팬들이 덕질(아이돌을 좋아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을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AI로 전화를 준다는 발상 자체가 뭔가 기괴하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프라이빗 콜’ 기능을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문장을 AI로 만든 아이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아이돌이 실제로 남긴 음성을 녹음해뒀다가 나중에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AI로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의 목소리를 듣는 서비스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 "이용료도 저렴하지 않은데 매 번 돈 내야" / "연예인 출석시간 나오면 부담 주는 것"
사진을 저장하려면 개별 코인으로 구매해야 하는 점과 활동하는 팬덤과 팬의 순위를 알리는 시스템 등도 뭇매를 맞고 있다.
한 사용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용료 자체가 저렴하지 않은데 별도로 사진 한 장을 저장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연예인의 접속 시간이 뜨는 것 자체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부담을 주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라며 “연예인의 접속 시간이 팬들에게 알려지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앱 출석에 대한 압박을 느낄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러 가지 피드백 사항과 관련해 하루빨리 사 측에서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식 입장을 내놓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 '펜타곤'의 팬덤과 앱 명칭 동일한 것도 논란
이외에 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팬덤과 앱 명칭이 같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펜타곤의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유니버스는_펜타곤꺼야 라는 해시태그 총공(해시태그를 반복적으로 올려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만드는 행위)을 벌이기도 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아이돌 팬들이 주로 모인 트위터에서 유니버스를 검색하면 #유니버스_불매, #엔씨_공식입장_발표해 등 유니버스 제작사 측에 불만을 제기하는 해시태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팬들은 해시태그를 게시하고 불만 글을 올리며 앱 프로그램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돌판'의 전쟁 승자는 피드백 적극 수용하는 플랫폼 될 듯
열성 팬들이 많은 ‘돌판’(아이돌 팬들이 팬 문화를 형성하는 곳을 지칭)에서 팬들을 겨냥한 새로운 콘텐츠가 나왔을 때 해당 콘텐츠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러나 SM이 출시한 ‘버블’(SM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케이팝 플랫폼으로, 아티스트와 팬이 메시지를 1:1로 수신하고 답장을 보낼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등 팬들과 아이돌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유니버스를 둘러싼 팬들의 불만에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버블과 유니버스 등 팬들이 아이돌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돌판’에서 제대로 된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유니버스 측에서 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 팬들을 겨냥한 유료 서비스가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콘텐츠를 적절히 조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