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1.26 16:49 ㅣ 수정 : 2021.01.26 16:54
정부여당 고위관계자, "정권 핵심부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두고 깊이 고민하고 있을 것"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 전에 정부로부터 백신구매를 위한 특사 역할을 요청받고 수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특사를 요청했다는 것은 '집행유예'를 예상했다는 정황증거이다. 그러나 사법부 판단은 달랐다.
■정부여당 고위관계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와 정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과 관련, “사법부와 정부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백신 특사로 파견하려고 할 만큼 그의 역할과 영향력을 높이 산 반면에 사법부에서는 실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사법부의 판단이 다르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국정농단사건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이 부회장이 한국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에 대해 더 비중있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정권 핵심부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과 행방을 놓고 깊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관측인 셈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에 대한 백신특사 요청 자체가 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 형 확정, 사과와 반성 등 특별사면 조건은 충족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은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25일 " 이부회장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측도 재상고 포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 2년 6개월이라는 형이 확정된 것이다. 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서는 사면이 가능하다.
사면의 또 다른 조건인 '사과와 반성'도 충분히 이루어졌다. 이 부회장은 재판 진행과정에서 수 차례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했다. 자신의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 포기', '삼성준법위 설치', '무노조경영 철폐' 등의 획기적인 조치도 단행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과거의 잘못된 경영관행을 반성하면서 전향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26일 삼성 전 계열사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옥중 메시지를 통해 한국경제를 위한 삼성의 역할, 삼성준법위 활동의 강화 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우선“저의 부족함 때문에 다시 걱정을 끼쳐드리게 되었다”면서 “너무 송구하고 너무 큰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여러분께서는 묵묵히 일하며 지금껏 삼성을 굳건히 지켜주셨듯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한마음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 특별사면 걸림돌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가장 큰 걸림돌은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특별사면 예외조항'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선심성 특사’에 비판적 견해를 밝히면서 “5대 중대범죄와 반(反) 시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5대 중대범죄에 '뇌물죄·횡령죄'가 포함된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86억원의 뇌물죄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을 백신 특사로 보내려고 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 극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한국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삼성과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자신이 제시했던 사면 원칙에는 위배된다. 이 부회장 특별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