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라임사태 겪은 진옥동 신한은행장, “수익성이 전부 아냐, 리스크 관리하라”
지난해 3분기 누적이익 1조 넘겼지만, 금감원 소비자보호평가 ‘미흡’ 받아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올해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과정의 정당성’을 언급하면서 그 의미와 배경에 관심이 주목된다.
실적의 순위 못지않게 실적 달성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을 비롯한 주요은행들은 대출증가 등의 호재로 준수한 실적을 거둔 한편,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불완전판매 책임 주체로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진 행장이 소비자보호 강화 차원에서 연초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연초 격려사에서 ‘과정의 정당성’ 강조 / 지난해 북 콘서트,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서도 언급
지난 22일 신한은행은 온택트 방식으로 2021년 경영전략회의와 2020년 종합업적평가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대부분 금융사가 신년사에서 디지털 금융 강화 등 ‘디지털 혁신’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것과 달리, 이날 진 행장은 ‘과정의 정당성’을 언급했다.
진 행장은 “잘 세운 계획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동이며 그 중에서도 고객중심에서 출발하는 과정의 정당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가 최고의 가치로 실천하는 것은 ‘성과’보다 ‘고객’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진 행장이 지난해 꾸준히 강조해온 키워드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과정의 정당성’을 키워드로 직원 200여명 대상의 유튜브 북 콘서트를 열어 일본 경제학자 모리타 켄지가 쓴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을 다뤘다.
지난해 7월 진행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그는 “과정의 정당성은 정의와 신의성실로 구성돼 있다”며 “직원들이 정당한 영업과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과거와 같이 실적의 순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성과를 만들어하는 과정을 중요시 하겠다”고 말했다.
■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낳은 은행권 실적과 소비자보호 부문 ‘엇갈린 성적표’
이 같은 진 행장의 발언은 지난해 금융권을 강타한 사모펀드 사태와 무관치 않다. 사모펀드를 운영한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로 인한 총 피해액 규모는 2조 1000억원대에 달한다. ‘소비자 보호’가 올해 은행권 화두로 떠오른 계기다.
진 행장의 ‘정당한 실적’을 주문한 근거는 지난해 신한은행이 실적과 소비자보호 부문에서 받은 엇갈린 성적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신한은행은 당기순이익 6244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6944억원) 보다는 10.1% 감소했지만, 전분기(5124억) 대비로는 21.4%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누적이익은 1조 765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 면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1개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활동 실태 평가 결과에서 신한은행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전체 등급(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가운데 네 번째로 낮은 등급으로, 금감원은 “사모펀드 관련 소비자피해를 유발해 사회적 물의를 초래한 금융사는 등급을 1등급 하향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2019년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딧 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를 2712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신한은행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해 대형은행 대부분은 가계대출 증가 등의 요인으로 준수한 실적을 거둔 한편,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판매사로 밝혀지면서 불완전판매 혐의를 받기도 했다. 신한은행 외에 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사모펀드 판매사라는 이유로 소비자보호 평가에서 미흡 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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