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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86)

작전협조회의에서 빛난 당구풍월(堂狗風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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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1.18 18:55 ㅣ 수정 : 2021.01.18 18:55

어떤 일을 오래 접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일의 전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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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우리 속담이자 고사성어인 당구풍월(堂狗風月)은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는 말로 어떤 일을 오래 접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일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비전문가도 전문가와 오래 생활하다 보면 전문가에 버금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시 필자는 속칭 장교 유배지라는 별명이 붙은 중부전선 격오지 부대의 소대장으로 부임해 최전방 야전 생활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7년이 다가왔다. GOP부대는 매년 임무교대를 했다. 

 

따라서 대성산을 세바퀴나 돌면서 부대교대를 하게 되었고 지역내의 구석 구석까지 발로 다니면서 직접 확인하며 근무하다 보니 사단작전장교로 근무 당시에는 인접 부대의 작전계획까지 모두 습득할 수 있었다.

 

또한 중대장을 마치고 사단에서 전투지휘검열을 대비해 책임지역내의 모든 지뢰지대, 낙석, 도로대화구 등 장애물 현황을 정확히 유지하도록 장애물이력카드를 전산화를 시키는 작업을 하여 장애물을 포함한 모든 현황까지 머리 속에 입력되며 본인도 모르게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79)] “성공하려면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하라”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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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연습을 대비해 전 합참의장 박한기 대장과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이 탱고 지휘소에서 한미 연합작전 협조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국방홍보원]

 

■  40년전 사창리전투의 치욕스런 패배와 유사하게 인접부대간의 협조 문제점 식별

 

사단작전장교 2년차에 접어든 필자는 당구풍월(堂狗風月)이란 속담처럼 자연스럽게 지역내의  모든 작전계획 뿐만 아니라 진지위치 및 상태까지 숙지한 상태가 되었다. 이때 매년 한미 연합훈련으로 실시했던 을지연습을 앞두고 인접부대와 협조회의가 있었다.

 

마침 한여름인 그해 8월에 필자는 정규육대를 입교하기 때문에 후임자로 김종환 대위(단기사관 15기)를 받은 상태라 여유가 있어 작전참모를 대신해서 인접 군단에서 실시하는 협조회의에 사단 대표로 참석하였다.

 

인접군단 작전참모가 주관하여 시작된 회의에서 해당 부대의 작전계획 설명이 끝나고 인접부대의 작전계획을 설명하는 차례가 되었다.

 

당시 대위였던 필자는 곧 장군이 될 대령 참모가 주관하며 영관장교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토론에 참석하여 발표한다는 것에 다소 긴장은 되었으나 필자 보다 우리 부대의 작전계획을 더 잘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필자가 소속된 부대의 작전계획 설명이 끝나자 역시 인접부대의 협조선상에는 부대 배치의 공백과 화력 및 장애물운용 등의 취약점이 발견되었고 신랄한 토의가 진행되었다. 

 

6.25 남침전쟁시 장도영 장군이 지휘했던 6사단의 사창리 전투에서 인접 미 24사단과 협조선(전투지경선)이었던 산악과 하오고개를 통해 후방으로 침투 공격한 중공군들에게 치욕스런 패배를 당했다. ([김희철의 전쟁사(23)] ‘중공군 입장에서 본 한국전쟁, 제 5차 공세 사창리 전투에서 치욕적 패배’ 참조)

 

그런데 약 40년이 지난 당시에도 사창리 전투 사례와 유사하게 양개 인접부대간의 협조에 문제가 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란 말처럼 사창리 전투의 패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식별된 병력 배치, 화력 및 장애물 운용에 대한 미비점을 양개 부대가 상호 보완하기로 협조했다.

 

■  가기 꺼려했던 장교 유배지인 중부전선 격오지 부대의 7년 장기근무가 오히려 전화위복 

 

저녁 무렵까지 계속된 인접부대 협조회의가 끝나자 인접 군단 및 사단 참모들은 을지연습을 앞두고 사창리 전투의 패배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협조점의 미비점들을 발표한 필자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회의를 마치고 각 참모들이 잠시모여 차를 한잔하며 환담을 하는 사이에 인접부대 참모를 수행해 따라온 육사동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동기는 중대장을 늦게 마치고 사단작전장교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시기였다. 회의장에서 브리핑을 하며 영관급 선배장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는 필자의 모습을 부러워하던 그에게서 처음 작전장교를 시작할 때 문서 작성 요령부터 새로 배우며 적응하려 애쓰던 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모두들 가기를 꺼려했던, 속칭 장교 유배지라는 별명이 붙은 중부전선 격오지 부대의 소대장으로 최초 부임해 같이 전입했던 동기들은 모두 타부대로 발탁되어 떠나고 필자만이 남아 7년 넘게 한부대에 근무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 셈이다.

 

비록 타고난 능력은 부족하지만 어떤 일을 오래 접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일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이며, 비전문가도 전문가와 오래 생활하다 보면 전문가에 버금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한 ‘당구풍월(堂狗風月)’이 인접부대 작전회의에서 적용되어 오히려 빛나게 된 것이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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