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 계열사 CEO 설득…“당신들도 변하라, 나부터 변한다"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모아놓고 조직내 대혁신을 주문했다. 신동빈 회장은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다. 이는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리에게는 위기극복의 DNA가 있지만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거 성공경험을 버리고 CEO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면서 "나 역시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적 하락의 늪에 빠진 롯데가 재도약하는 데 필요한 환골탈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한 심경'을 거의 여과없이 토로했다는 평가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Rethink-Restart : 재도약을 위한 준비’라는 주제로 상반기 전체 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약 30분 동안 이 같은 주문을 쏟아냈다.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공동 대표와 유통·호텔·화학·식품 부문의 강희태·이봉철·김교현·이영구 BU(Business Unit)장, 계열사 대표 등 임원 130여명이 참석해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 신동빈 회장,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는 명확한 비전’, ‘기업의 차별적 가치’, ‘CEO 실행력’ 강조
이번 회의에서 신 회장은 현재 방식으로는 혁신의 폭에 한계가 있다는 절박함을 토로했다. 과거 성공사례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는 명확한 비전을 수립과 차별적인 기업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본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한 것이다.
신 회장은 “각 사의 본질적인 경쟁력, 핵심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 뒤 “5년 후,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관점에서 비전을 수립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지 수시로 재점검해야 하고, 각자 업에서 1위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DT(Digital Transformation) 및 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브랜드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기업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IMF, 리먼 사태 때도 롯데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우리에겐 ‘위기 극복 DNA’가 분명히 있다“며,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CEO들이 고객·임직원·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세울 때 강력한 실행력이 발휘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과 ESG경영에 대한 집중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롯데그룹의 양 날개라 불리는 유통과 화학이 모두 크게 휘청였다. 이에 롯데는 예년보다 이르게 연말 인사를 단행하며 임원수를 100여명 줄이며 위기 속에서 혁신을 위해 재정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따라서 신 회장의 대혁신 주문을 실천하지 못하는 계열사 및 사업부문은 정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