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me! 솔선수범의 표상 故 강병식 대령(하)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지뢰사고 발생 당시 인접 사단에서 GOP철책대대장을 했던 장광일 예비역 중장(육사31기,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2020년 12월 “고(故) 강병식 동기의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수상을 기리며”라는 기고문을 국방일보에 게재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1988년 5월4일 오전에 춘천병원에서 신검을 받았는데 강병식 중령을 포함한 많은 동기생이 대대장직을 수행하다 모처럼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고 시작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지만 책임감 투철한 강병식 중령은 부하들의 GP 지뢰매설 작업을 지휘 감독하기 위해 신검이 끝나자 마자 혼자 부대로 복귀한 후 바로 지뢰매설 현장으로 갔다. 그 현장에서 강풍으로 경계보조물이 전도돼 지뢰가 터지는 순간 부하들에게 ‘엎드려!’라는 명령을 내리고 본인의 몸을 던져 부하를 구했다. 살신성인의 희생정신과 참군인의 진면목이 아니었다면 하기 힘든 행동이었다”라며 그날 저녁에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눈물을 닦았다고 했다.
이어 장 장군은 故 강병식 동기가 뒤늦게라도 이번의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수상 등으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고 가슴이 벅차다는 내용의 감회를 기고했다.
한편 해당부대인 15사단에서는 故 강 대령이 주로 활동했던 승암고개에 추모공원과 동상을 헌정했으며, 우수 대대장에게 ‘강병식 상’을 수여하여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또한 사고 이듬해 故 강 대령의 모교인 이리고등학교는 교문 옆에 ‘故 강병식 대령 추념비’를 세워 감수성 많은 고등학생들의 국가관과 사생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더불어 4년간 국가관과 사생관을 길렀고, 아직도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 육사 화랑대의 어딘가에도 그 순결하고 고귀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강병식 정신을 이어갈 기념물을 건립하기 위해 육사, 총동창회 그리고 31동기회가 공감대를 갖고 대안을 찾고있다.
■ 동생인 강병옥 예비역 대령, “형의 투철했던 희생정신, 잊지 말아줬으면…”
故 강 대령의 동생이자 당시 20사단에서 포대장(대위)직을 수행하던 강병옥 대령은 “큰형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지요. 이미 형은 싸늘하게 식은 상태였습니다. 형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용감했던 형을 군인인 내 손으로 수습해 보내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직접 염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염을 마치고 나오니 군의관이 ‘형님의 유품입니다’라며 작은 수첩을 건넸는데 형의 심장 바로 옆, 상의 주머니에 있었던 수첩이었다.
가슴은 쓰렸지만 수첩을 받으며, “형을 보낸 마지막 순간에 울지는 않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고, 형이 못다 한 임무는 내가 이어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또한 형의 순직이 군 생활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큰형이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15사단과 故 강병식 대령 가족들의 특별한 인연이 계속된 것은 마치 운명의 장난 같았다. 동생 강 대령은 지난 2006년 15사단 포병연대장으로 취임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인 강인한 씨는 2006년 15사단이 속한 2군단 포병여단에서 군 생활을 했다.
둘째 형인 강병용의 아들 강경래는 백부의 이름을 딴 강병식 대대를 나와 조교 생활을 했고, 심지어 故 강병식 대령의 큰아들인 강준혁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15사단에서 군사기본교육을 받았다.
동생 강 대령은 “큰형이 가족들에게 자신이 지켰던 ‘화천 축선’을 대신 지키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라며 “故 강 대령의 영혼이 지켜줘서인지, 가족들은 모두 동부전선을 잘 지켜내고 당당히 전역했다”고 말했다.
그는 15사단 포병연대장 시절, 비포장도로였던 ‘강병식로’를 오르내리며 큰형에 대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곤 했다며 “사단 장병들이 ‘강병식로’를 통해 나라와 부하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형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 매우 뜻 깊고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 ‘강병식로’, ‘승리 5대 전투영웅’ 선포로 산화한 선배들의 숭고한 군인정신과 애국심 계승
15사단은 故 강 대령의 숭고한 애국심과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군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5년 5월4일 강병식 추모비에서 승암고개 입구까지 ‘강병식로’로 명명했다. 이 길은 그가 순직한 GOP로 향하는 길이고, 근처에 진지공사 시 도로낙석 맨 꼭대기의 위험한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하며 솔선수범(率先垂範)했던 장소도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이 당시 15사단장인 최영철 소장은 “故 강병식 대령의 정신이 사단의 역사와 함께 면면히 이어져 후배 전우들의 귀감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이 길을 ‘강병식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승리부대는 2014년 11월부터 사단의 잊혀진 전쟁영웅을 찾기 시작해 총 15명의 선배 전우를 선정하고, 최종적으로 5명을 엄선했다. 이듬해 1월2일 사단 주요 직위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승리 5대 전투영웅 선포식’을 거행하여 산화한 선배 전우의 숭고한 군인정신과 애국애족의 사명을 기리며 계승할 것을 다짐했다.
1952년 6·25남침전쟁 중 창설된 15사단은 이듬해 휴전 때까지 강원도 고성지역 북방 351고지 등에서 적 7사단을 궤멸하고, 현재의 전선을 확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러한 15사단 5대 전투영웅의 첫번째인 故 강병식 대령은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을 지닌 솔선수범(率先垂範)의 표상이며, 故 김덕련 대위, 박정옥 소위, 김기만 하사는 1953년 고성지구 351고지에서 치열한 전투 끝에 커다란 공적을 남겼고, 故 김수현 병장은 1964년 11월, 사단지역내 수피골 일대의 대침투작전 시 은거한 적을 추격하던 중 본인이 복부 관통상임에도 사투를 치루어 1명 사살, 1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전공을 세우고 장렬히 산화했다
부대는 매달 ‘이달의 승리 전투영웅’을 선정하고 헌정문을 낭독하며, 생존해 있는 유가족들을 초청해 추모 행사도 진행한다. 또 영웅들의 이름을 딴 ‘승리 5대 전투영웅 상(賞)’을 제정, 교육훈련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둬 타의 귀감이 된 장병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대의 주요 훈련장과 시설물에 영웅의 이름을 부여해 이들의 숭고한 군인정신을 장병들이 자연스럽게 내면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유가족들은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故 강 대령의 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15사단에서 군복무를 했던 특별한 인연같이, 우리 국민 및 장병들도 국가가 있기에 자신의 안위를 챙기기보다 조국을 지킨다는 자세가 돼야 한다.
따라서 이 칼럼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번씩 잊혀진 영웅과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 애국 국민들이 확실히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