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배달의민족 ‘B마트’ 직접 이용해 보니...1인가구는 편하지만 골목상권에겐 위협적
배민의 탄탄한 소비자 네트워크, 편의점 시장의 '다크호스'로 굳어지는 추세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벌어져 온 골목상권 논쟁의 불씨가 온라인 유통업체 쪽으로 옮겨 붙고 있다.
쿠팡·마켓컬리 등과 같은 온라인 유통의 기존 강자들이 대기업 대형마트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B마트’와 ‘요마트’ 등이 소량 배달을 강화하며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전통적 골목업종들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마트’는 배달의 민족이 2019년 11월 시작한 소량 배달 서비스다. 생필품과 식품 등 이용자가 많이 찾는 상품을 직매입해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주문하면 이를 배달해준다. ‘요마트’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로 국내 대표 배달업체인 ‘요기요’가 출시했다.
탄탄한 배달 네트워크를 가진 이들에 대한 소상공인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25일 ‘B마트’와 ‘요마트’의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기자는 배달앱을 기반으로 한 해당 서비스들이 어떤 차별점으로 기존 시장을 잠식할 위험성을 높이는지 B마트를 직접 이용해봤다.
■ 1인 가구 ‘겨냥’한 맞춤형 상품 가득…계란 한 구·한 끼 식사 세트 등
‘B마트’를 이용하려면 배달의 민족 앱 홈 화면에서 ‘B마트’카테고리를 누르면 된다. 오프라인 편의점의 경우 다른 배달 어플에서 편의점을 검색하고 주문해야 한다.
B마트는 소량 배달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대량 주문을 해야 하는 쿠팡과 달리 ‘1인가구’ 맞춤형 시장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B마트 31개의 카테고리를 하나씩 눌러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쿠팡이면 화장지를 30롤 묶음으로 사야 하는데, B마트에서는 6롤만 살 수 있다. 계란 한 구, 애호박 한 개, 지우개 한 개도 판매한다.
상품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다이어터를 위한 도시락과 프로틴 케이크, 건기식, 유아·아동용품, 반려동물용품, 블러셔와 립스틱 등이다.
복잡하게 요리하기 싫어하는 1인 가구를 위한 간편 세트도 구성해 ‘한 끼 뚝딱 세트’라는 카테고리에 배치했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팩·부침두부·유부초밥을 ‘두부유부초밥’세트로 구성해 판매하고, 아이스크림·토닉워터·진저에일을 ‘아이스바 칵테일’로 구성해 판매하는 등이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해당 상품들의 경우 SNS를 보고 최신 트랜드를 반영해 세트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 편의점 대비 최소금액 적고 배달료 저렴…주문 후 12분 후면 도착
B마트는 최소금액 5000원이면 배달할 수 있다. 오프라인 편의점 배달의 경우 매장별 최소금액이 다르지만, 만원~2만 원이 대부분이며, 배달료는 3000원 정도다.
기자는 생수 500ml 다섯 개, 젤리 한 봉지, 샐러드 250g을 주문했다. 최소 주문금액을 넘었지만 만 원이 안 돼 2500원을 배달 팁으로 지급했다. B마트의 경우 최대 2만 원이면 배달비가 무료다.
B마트는 서울·경기·인천에 총 31개 지점이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주문 상품을 배달한다.
4일 오후 1시 52분 주문을 완료하니, 30분 후 도착 예정이라는 안내가 떴다. 7분 후에는 배달이 시작되었다는 카톡 알림이 왔다. 2시 4분 문 앞 배달까지 걸린 시간은 총 12분이었다.
‘편의점이 근처에 있는데, 굳이 배달료를 지급하며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지 못할 때 급히 사야 할 물건이 있거나, 점포에 따라 상품이 없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양한 상품을 갖춘 B마트·요마트 등을 통한 장보기가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1인 가구의 소비심리를 겨냥한 기획이 늘어난다면, 앞으로 이들 배달업체의 온라인 장보기 어플은 청년층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기존 골목상권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음식 배달을 통해 이뤄진 소비자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가 편의점 시장도 잠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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