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녹색금융 등 신산업 확대는 불완전한 도전이 숙명"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산업은행은 4일 이동걸 회장의 신년사 영상으로 시무식 개최를 대신하며 2021년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산은이 가장 산은다웠던 한 해”였다고 평가하면서, 2021년에는 산은과 한국경제의 한 단계 격상을 위해 “임직원이 한 걸음씩 더 나아가 산은만의 경쟁우위를 만들어가자”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년 물류로 시작한 신 산업 금융 영역을 녹색금융 등 융합 분야로 확대하고, 기후 리스크로 인한 금융의 관행 변화를 예측해 대응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Big 3(미래車,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투자 및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팩토리 확충 등 기업의 선제적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무결점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 아름답다"면서 신사업 추진이 언제나 '불완전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산은이 더 큰 강(江)으로 성장하기 위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의 토양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인재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인재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2021년에도 한국판 뉴딜, 녹색금융 등 산은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운영의 효율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진단한다”며 “혁신성장 분야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감내 가능한 리스크량을 산출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전환 추진을 비롯하여 점포 운영의 효율성 제고, 원격근무의 편의성 증대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신년사 전문
산은 가족 여러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임직원 여러분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지난해, 산은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시장의 격동을 막고 산업의 탑(塔)이 균열되지 않게 위기 극복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위기 이후의 경제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팬데믹을 딛고 그 너머를 보며 우리는 대한민국 금융기관의 맨 앞에 섰습니다. 기간산업의 버팀목, 소외기업의 우산, 혁신기업의 변함없는 동행(同行)이 되었습니다. 주춤해진 성장곡선이 주저앉지 않도록 60조원의 정책프로그램을 신속히 마련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고 시장에는 안정감을 심어주었습니다.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기구를 설립하여 비우량 채권에도 자금의 물길을 여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도 메웠습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였고 항공 산업 빅딜을 주도하는 한편, 두산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조선 산업 재편과 해운업 재건의 고삐도 당겼습니다. 국내 벤처투자는 위축되었지만 우리의 혁신성장 지원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비대면 방식을 접목한 NextRound, NextRise 개최, Supply Chain 연구, 디지털 개발역량 제고 등은 궂은 날씨 속에서 뿌린 희망의 씨앗이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2020년은 산은이 가장 산은다웠던 한 해였습니다. 무척 돋보였고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여러분의 한결같은 노고 덕분입니다.
산은 가족 여러분 2021년,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완료해야 하고 더 나아가 한국경제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임무가 남아있습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쌓은 산은의 역량과 역할을 내재화시켜 산은을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일도 남아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산은은 과거 위기의 순간마다 빛났지만 고비를 넘기고 나면 후유증을 겪은 경험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부실화된 여신은 불어났고 실기(失期)한 구조조정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차별화되지 않는 금융서비스 확장은 他 정책금융기관과의 역할 조정 이슈도 낳았습니다.
큰 공(功)은 쉽게 잊혀지고 작은 과(過)만 남아 평판을 가렸습니다. 산은의 나이테에는 그런 아픔의 흔적이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허식을 벗고 실질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사라져야 할 관행이 언제, 왜 시작됐는지 생각해보고 지금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바꾸면 정말 좋아질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원숭이 무리가 살았습니다. 그들의 미션은 사다리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한 원숭이가 사다리에 오르자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졌습니다. 원숭이는 미끄러졌습니다. 다른 원숭이도 올라갔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 광경을 본 나머지 원숭이들은 사다리 타기를 포기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새로운 원숭이 무리가 나타났지만 눈치만 보며, 그 누구도 사다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사다리 아래에는 오직 오르지 않는 관행만 남았습니다. 실패담에 주눅 든 관행은 찬물을 겪어보지도 않은 세대에게 ‘사다리 타기’, 그 자체를 두려움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시도하지도 않고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변화는 처음 ‘한 걸음’에서 출발합니다. 원숭이 하나만 용기를 냈다면 그들의 사정은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둘이 함께 용기 냈다면, 변화는 더 쉬웠을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각자 한 걸음씩 용기를 낸다면 우리는 3400보(步)를 걸을 수 있습니다. 변화를 향해 3400번이나 시도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여러분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 궤도를 회복하여, 경제의 성장동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다음 세 가지를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도에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모든 부서에서 Resource 일부를 새로운 도전에 투입해주십시오. 새로운 비즈니스도 좋고 새로운 업무처리 방식이면 더 좋습니다. 선언에 그치지 말고, 형식에 치우치지 마십시오.
작더라도 실질적이면 됩니다.
관행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꿰뚫어보는 치밀한 기획이 중요합니다. 물류 산업 협약으로 첫발을 뗀 신산업 금융은 녹색 산업, 핀테크 산업, 스마트 시티 산업 등 새로운 융합 분야로 지원 영역을 확장해야 합니다. PF, 기업금융 등 관련 파트와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기후 리스크는 금융의 관행을 바꿀 것입니다. 국제적 보편성을 담은 새로운 규제에 대비하여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만들어, 함께 추진해봅시다. 불황 뒤에는 호황이 옵니다. 선제적 설비투자를 과감히 지원하고 새로운 주인공을 지금, 더 많이 발굴하여야 합니다. 미래車,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등 글로벌기업의 新사업 추진에 힘을 보태고,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팩토리 확충 등 Supply Chain 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지켜내야 합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 기반을 구축하고 한국판 뉴딜 기업도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NextRound, NextRise 등 확립된 플랫폼 위에 정부와 각 기관의 혁신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올려 차세대주인공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기회의 장(場)을 더욱 활짝 열어가겠습니다. 기업금융 중심의 디지털 전환 고도화, 스타트업의 Scale-up 촉진, 신산업 심사 활성화, 벤처캐피탈社 설립을 통한 실리콘밸리로의 진출은 산은이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둘째,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심리적으로 안정된 조직을 만들어 봅시다. 어떤 강물도 스스로 풍부해지지 않습니다. 아주 많은 지류를 받아들일 때 강물은 더 크고 더 풍성해집니다.
지류를 받아들인다 함은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의 문제가 아닙니다.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의 토양 즉,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산은의 인재상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산은은 다양한 나무가 모인 숲입니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약점은 있게 마련이고 경영환경이 바뀌면 약점으로 여겨지던 것이 강점으로 주목받기도 합니다. 산은은, 고참의 지혜와 신참의 기백 각자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우수 인력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한국경제의 거대한 탑입니다. 자기계발의 기회, 확대하겠습니다. 탁월함에 대한 보상, 합당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실패한 Best Try, 괜찮습니다. 재도전하면 됩니다.
산은의 리더 여러분, Google이 발견한 성공한 팀의 특징은 조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이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은 나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강한 믿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조직원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십시오. 의사결정은 비록 다르게 내리더라도 이견이 있기에 더 나은 결론도 있음을 아는 리더쉽, 일과 사람을 함께 보는 리더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리더는 전체를 보고, 스스로 Scale-up해나가야 합니다. 새해에는, 인재 육성 능력을리더쉽 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삼겠습니다.
셋째, 조직 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한국 경제가 멈춰버린 상황 산은의 역할은 커지고 업무량도 늘어났지만 그에 맞는 수준의 조직 확충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한국판 뉴딜, 녹색금융 등 우리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뛰어야 합니다. 역동적인 산은을 만들기 위해 조직도 개편했습니다. 조직 구조를 정비해 전문성과 책임을 강화했습니다.
시니어들의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고 유능한 중간관리자들도 키워야 합니다. 핵심 업무에서 최고 전문가들이 계속 나와야 합니다. 영업부문에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구조조정 업무에서는 실마리를 찾아 수익의 변동성도 줄여나가야 합니다. 국내외 점포의 거점化, 지점 부대업무 축소, 체계적인 디지털 전환 추진, 원격근무의 편의성 증대, Risk Taking을 위한 감내 가능한 리스크량 산출, 무엇보다 적절한 휴식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친애하는 산은 가족 여러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20년 동안 암 환자를 돌본 미국 유태계 의사 Rachel Remen(레이첼 레멘)은 무결점이 아닌 인간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란인들은 촘촘히 짠 화려한 카펫에 일부러 작은 ‘페르시아의 흠’을 남기고 인디언들은 구슬로 목걸이를 꿰면서 완벽한 구슬 사이 ‘깨진 구슬’을 한 알 끼운다 합니다. 그것이 보다 인간적이고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100%란 없습니다. 70%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해보십시오. ‘계산된 도전’은 KDB Way의 핵심가치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더 새로워져야 합니다. 관행의 사다리를 뛰어넘고 더 많은 지류를 받아들여 산은만의 경쟁우위를 만들어갑시다.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 태어나려는 자는 먼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합니다.
산은 가족 여러분 우리 다함께, 한 걸음씩 더 나아가 위대한 산은을 이룩합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1년 1월 4일
회장 이동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