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서로 다른 빅테크 전략 선언, '생존투쟁'과 '협력'으로 엇갈려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4일 신년사에서 빅테크와의 필연적인 금융업 경쟁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빅테크의 금융 진출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하고 경쟁에서의 승리를 주문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해 자체적인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조 회장은 빅테크 기업등과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혁신을 이룬다는 구상을 밝혔다. 빅테크를 '새로운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 “빅테크와의 경쟁에 맞서 종합자산관리로의 전환 가속화” / “ESG경영 확산…개방적·창의적인 조직문화 내재화도 중요”
윤종규 회장은 신년사에서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 정립 △글로벌·비금융사업 강화 △금융플랫폼 고도화 △ESG경영 확산 △개방적·창의적인 조직문화 내재화 등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특히 빅테크와의 경쟁 속에서 기존 금융권의 생존을 우려했다. 그는 “금융의 디지털화와 정부의 규제완화 흐름 속에 빅테크의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로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 새로운 위협에도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을 넘어 빅테크와 직접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금융플랫폼 혁신을 통해 고객 접점을 더 확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구체적으로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의 금융 진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품판매에서 종합자산관리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하며, 빅테크 기반의 개인화 고객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초개인화 마케팅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글로벌·비금융사업 강화와 관련해선 “동남아·선진시장의 속도감 있는 투 트랙(Two-Track) 전략”과 함께 “자동차, 부동산, 헬스케어, 통신 등 비금융플랫폼의 성장과 AI 기반의 투자 확대에 대비한 캐피탈 마켓의 신영역 진출 기회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데이터 기반의 고객, 상품, 채널의 혁신을 통해 빅테크사와는 차별화된 종합금융솔루션을 제공하고, 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플랫폼 고도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ESG 경영의 확산과 내재화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회장은 조직문화와 관련해선 “디지털 부문의 인력 비중을 확대하고, IB(기업금융), 자본시장 등 핵심성장부문의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며, “공유와 협업 문화를 확대해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빅테크와 협력…디지털 혁신 이룰 것” / “친환경·혁신금융 적극 추진…디지털 인재 양성도 총력”
조용병 회장은 같은 날 △디지털플랫폼 혁신 및 친환경·혁신금융 추진 △핵심사업 및 리스크 관리 강화 △디지털 인재 양성 등 3대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조 회장은 빅테크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고객·시장이 인정하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업(業)의 경계를 뛰어넘는 ‘일류(一流)의 개방성’이 필요하다”며,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과 비금융, 재미와 가치를 아우르는 신한만의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가자”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 회장은 상생의 가치를 강조하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상생의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친환경금융, 혁신금융을 더욱 힘있게 추진해 가자”고 당부했다.
또 “핵심사업의 질적 개선을 지속 추진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가자”면서 “고객의 굳건한 신뢰를 다시 쌓아 가는 등 신한의 기초체력을 탄탄히 하자”고 강조했다.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선 “리스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강한 회복 탄력성을 높이자”고 말했다.
조 회장은 마지막으로 “(신한 직원)모두가 디지털·융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 계획, 교육 과정, HR 플랫폼까지 그룹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인재를 발탁해 신한문화를 확실하게 바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