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뛰어든 김정주 NXC 대표, 넥슨 매각 포기했나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최근 게임기업들을 중심으로 금융업 도전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특히 김정주 NXC 대표는 게임기업 대표로는 가장 먼저 금융업에 뛰어들었고 올 2월에는 직접 핀테크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 게임과 금융을 결합한 투자 플랫폼 출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추진해오던 미래먹거리 사업 중 하나로 금융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실다지기가 넥슨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다. 때문에 김 대표가 사실상 넥슨 매각을 무기한 보류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잘나가는’ 넥슨, 연 매출 3조 눈앞…지난 해 매각 불발 이후 체질개선 성공적
넥슨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성적표를 쥘 예정이다. 분기별 매출·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며 3분기 매출 8873억원을 기록한 넥슨은 게임사 최초 매출 3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V4’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 올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피파온라인’, ‘바람의나라 : 연’이 연달아 성공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최초로 시가총액 30조원을 돌파했다. 23일 일본 도쿄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넥슨은 주당 3200엔(한화 3만4267원)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2조 8327억엔(한화 30조34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시총 20조원을 돌파한지 약 7개월 만이며 국내 상장된 게임사 중 가장 시총이 높은 엔씨소프트 (19조5391억원)보다 11조원 더 큰 규모다.
하지만 넥슨이 마냥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신작 흥행 부진으로 성장둔화를 보여왔다. 지난해 김정주 NXC 대표는 넥슨 매각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결국 매각이 불발되면서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의 공고한 3N 체제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넥슨은 매각이 무산되며 일부 프로젝트 중단하고 일부 경영진의 퇴진하기도 했다. 게다가 2005년부터 꾸준히 참여한 지스타에도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조직개편 및 인재영입 전략을 펼쳤으며 그 결과 올해 모바일 게임 흥행으로 신작 부진에서 벗어나며 안정화에 성공했다. 중국에 치우쳤던 매출 분포도 한·중·일로 보다 고르게 퍼졌으며 PC에서 모바일 전환도 50대50으로 균형을 이뤘다.
■ 넥슨 몸집 불리기는 ‘핀테크’로…금융업 박차 가하는 김정주 NXC 대표
넥슨의 지주사 NXC는 매각 이슈 이후 매출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며 기업 재정비에 열중이다. 특히 김정주 대표는 비게임업체 투자하며 신사업을 발굴,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찾고 있으며 최근에는 ‘핀테크’로 영역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달 블록체인 자회사를 매각하고 ‘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랩’을 매각, 금융업에 집중할 것을 예고했다. 앞서 2월 핀테크 플랫폼 업체 ‘아퀴스’를 직접 설립한 김 대표는 내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트레이딩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한다.
NXC에 따르면 아퀴스는 모바일 메신저처럼 대화하는 방식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요소를 추가한 게임-금융이 결합된 투자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초대 대표는 김성민 전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 개발신장이 맡았다.
NXC 관계자는 아퀴스 설립과 관련 “그동안 축적해온 빅테이터·러신러닝·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영역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사업과 관련해서는 “경영상의 판단으로 지분을 매각했을 뿐,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 인수합병 전문가 영입하고 거액 투자 결정/김정주 '몸집 불리기' 행보의 최종 목표는?
넥슨은 지난달 월트디즈니 출신 M&A(인수합병) 전문가 케빈 메이어 전 틱톡 CEO를 사외이사로 신임하고 글로벌 IP 엔터테인먼트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넥슨은 지식재산권에 해당 금액을 투자해 게임 서비스를 보다 강화할 목적이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IP 확보를 위해 다양한 회사들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넥슨 매각이 불발된 지난해 8월에도 ‘던파 신화’를 이끈 개발사 네오플 창업자, 허민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는 넥슨 합류 이후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드리프트’ 개발조직의 프로젝트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넥슨의 체질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허 대표에 이은 케빈 메이어 사외의사 신임은 넥슨이 게임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아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도약하기 위한 인재 영입”이라며 “김정주 대표가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넥슨을 살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넥슨 몸집 불리기 행보가 빨라질수록 그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