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계급장’ 떼고 붙는 금융권 마이데이터 경쟁, KB를 잊으라는 윤종규가 맞다
“먼저 진출한 대형 은행 ·카드사가 유리”vs“중소형 핀테크 업체가 입는 수혜가 상대적으로 클 것”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총괄, 금융위원회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 中)
“마이데이터를 하려면 KB를 잊어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언론 인터뷰 中)
마이데이터 산업의 개념을 단적으로 드러낸 최근 금융사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다. 요약하자면 마이데이터란 각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한 개인의 무수한 금융데이터를 한 번에 ‘꿰어’주는 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경쟁 구조를 살펴보면, 향후 금융업계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 갓 설립된 신생업체라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만 받는다면 업계 1위 금융사가 장기간 쌓아온 데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모든 금융사가 ‘계급장’을 떼고 혁신적 서비스만으로 싸우게 되는 셈이다. 리딩금융으로 꼽히는 KB금융지주의 회장마저도 ‘KB를 잊어라’라고 주문할 정도다.
마이데이터는 지난 8월 데이터 3법 통과 직후부터 금융업계 최대 화두였다. 지난 22일 금융위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금융사 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 금융위,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 결과 발표…은행사 5곳, 카드사 6곳, 핀테크사 8곳 선정/ 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는 ‘대주주 적격성’ 이유로 보류
금융위는 22일 정례회의를 열어 지난 10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35개 기업 가운데, 대주주 적격성을 이유로 앞서 심사가 보류된 기업을 제외한 21개 기업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예비허가 기업에는 은행사에서 ▲국민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웰컴저축은행 5곳이, 카드사에선 ▲국민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BC카드 ▲현대캐피탈 6곳이 포함됐다.
금융투자사와 상호금융사에서는 각각 미래에셋대우와 농협중앙회가 포함됐다.
핀테크사 중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레이니스트 ▲보맵 ▲핀다 ▲팀윙크 ▲한국금융솔루션 ▲한국신용데이터 ▲NHN페이코 8곳이 심사를 통과했다.
한편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민앤지 ▲뱅큐 ▲아이지넷 ▲쿠콘 ▲핀테크 ▲해빗팩토리 8곳은 예비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중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페이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일부 보완하라는 안내를 받은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요건만 적절하게 보완한다면 예비허가를 받지 못했더라도 내년 2월 5일 전에 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A은행에서 B·C·D·E 금융사 결제 및 가입 내역 모두 조회…데이터 소유권 ‘금융사’서 ‘개인’으로의 이동이 관건
금융위 정의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란, “개인이 정보 관리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본인의 정보를 관리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신용 및 자산 관리 등에 정보를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수집 주체’에서 ‘개인’에게 넘기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은행을 예로 들면, 기존에 금융소비자는 A·B·C 은행 계좌를 모두 보유하고 있더라도 A은행에서는 A은행에서의 거래 내역만 조회할 수 있었다. 금융데이터 소유권이 A·B·C은행 각각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이 허가된 기업들끼리는 소비자 동의하에 데이터를 상호 공유할 수 있다. A은행에서 A·B·C 은행의 거래내역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D 보험사 가입내역이나 E 카드사 결제내역도 조회가 가능하다. 서로 다른 금융사에서의 데이터라도 직접적인 주체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 대형 은행·카드사 등 대부분 ‘자산관리’ 서비스에 기반해 마이데이터 산업 진출
현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체화해 시행 중인 금융사들의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국민은행은 ‘KB마이머니’ 앱을 통해, 신한은행은 자사 모바일앱 ‘SOL’의 ‘My자산’ 서비스를 통해,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서비스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금융기관의 자산을 통합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카드사도 비슷하다. 신한카드는 금융기관 데이터를 통합한 자산관리 및 결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마이리포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기존의 KB금융그룹 통합멤버심 플랫폼 앱 ‘리브메이트’에 통합 자산관리와 소비분석 서비스를 추가해 업그레이드했다.
핀테크 업체 비바리퍼블리카는 앞서 계좌, 카드, 투자, 대출 등 금융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부동산’, ‘네이버 지도’ 등을 활용해 이용자 자산 및 소득수준에 맞는 매물을 추천하거나 대출상품을 연결하는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계급장’ 뗀 마이데이터 경쟁, 승자는 누구?/ “먼저 진출하는 게 무조건 유리”vs“중소형 핀테크 업체가 입는 수혜가 상대적으로 클 것”
앞서 말했듯 마이데이터는 금융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다. 지난 6월 금융위가 진행한 마이데이터 허가 사전 수요조사에만 은행·카드·보험·핀테크·증권사 등에서 116개 기업이 몰렸을 정도다.
이에 어떤 기업이 마이데이터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될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우선 모든 금융사가 동일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대부분이 유사한 방식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조건 먼저 진출해야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 A씨는 “금융사가 제공한다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대부분 자산관리로 사실 대동소이하다”며 “예비허가 심사 통과를 염두에 두고 올해 하반기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기업들의 선점 효과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부터 자산관리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대형 은행사나 카드사 등이 승자가 되는 셈이다.
정반대 예측도 있다. 매출액 등 회사 규모는 대형 금융사보다 훨씬 작지만, 실질적인 이용자 수가 많은 중형 핀테크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에 예비허가 심사를 통과한 네이버파이낸셜이나, 대주주 적격성을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지만 대표적 핀테크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네이버 앱 MAU(월간 순 이용자 수)는 3016만명, 토스는 약 1000만 명이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 MAU는 평균 600만명 정도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중형 핀테크 업체가 대형 금융사의 데이터를 흡수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마이데이터 산업의 수혜를 더 많이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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