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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박정호와 SK이노베이션 김준 간 '파이낸셜스토리' 경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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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2.16 16:34 ㅣ 수정 : 2020.12.17 20:08

최태원 SK회장, 파이낸셜스토리 구축을 CEO 핵심역량으로 제시 / 최 회장의 두 '브레인' 간 '선의의 대결구도' 양상

[뉴스투데이=이서연/김보영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로운 경영화두로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구축하기 위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의 ‘선의의 대결구도’가 흥미롭다. 통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 혁신적 제도 도입등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23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각각의 관계사들이 만든 파이낸셜 스토리에 시장의 신뢰와 사회의 공감이 더해질 때에만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 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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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KT 부회장 박정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김준 [그래픽=이서연 기자]

 

최 회장은 “CEO들은 고객, 투자자, 시장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적합한 각 사의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한 발 더 나아가 CEO들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실행하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제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 스토리 구축능력이 주요 계열사 CEO의 핵심역량 평가항목이 된다는 점을 재차 역설한 것이다. 최 회장이 생존전략으로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는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경영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대표이사인 박정호(57)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59) 사장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파이낸셜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일하는 문화' 혁신 주도

 

SK이노베이션은 내년 1월 1일부터 ‘직급 혁신’을 단행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부장 이하 모든 직급을 새 호칭인 피엠 (PM, Professional Manager)으로 통일해 위계적 직급체계가 폐지한다.

 

SK그룹은 이미 이사, 상무, 부사장 등의 임원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하고 있다. 그러나 부장급 이하를 단일직급으로 통일한 것은 계열사 중 SK이노가 처음이다. 김준 사장의 발빠른 인사혁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단일 직급은 대외 호칭만 하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관리 목적으로 나누는 단계도 없앤다는 점에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의 다른 계열사 및 다른 대기업 그룹의 인사관리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PM’은 스스로 업무를 완결적으로 관리하는 프로페셔널한 구성원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SK그룹 관계사 중 유일하게 사용되어 SK이노베이션 계열만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은 신입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두 새로운 호칭인 ‘PM’으로 불릴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성과에 따른 공정한 대우를 받게 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호칭 통일을 하고 있지만, 관리 목적으로 직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한발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직급 체계마저 없애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직급 파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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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김준 대표이사 [그래픽=이서연 기자]

 

■  SK이노베이션  '단일 직급',  ‘자율좌석제’, ‘선택근무제도’등 파격적인 기업문화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자율’과 ‘책임’의 일하는 방식 정착을 위해 이른 바 ‘3벽(조직, 시공, 계층의 경계) 파괴’를 추진해왔다. 자유로운 사고의 발산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여 구성원의 더 큰 성장을 만들고자 추진한 것으로, 평가·이동·육성 등 인재 관리 제도 역시 ‘성장’에 초점을 뒀다.

 

이번 체계 제도 개편은 그동안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어려운 전격적 시행이다. 이는 ‘성장’ 관점의 인재관리 정책과 이미 2007년부터 운영해오던 Role(역할) 기반의 체계 운영의 경험이 맞물려 가능했다. 또한 이와 같은 연공서열 타파는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여 문화를 만들어가는 SK이노베이션 기업문화의 변화 노력이 쌓여 토대가 됐다.

 

△구성원들이 직접 행복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행복 Clan’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공감을 형성하기 위한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행복협의회의 ‘세대공감 Clan’ △경영진 및 리더 직급과 구성원 사이의 소통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 ‘iCON’제도’ △구성원들이 각자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선택근무제도’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매일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좌석제’ 운영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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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박정호 부회장 [그래픽=김보영 기자]

 

■ SKT 박정호 부회장, 탈통신을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BM) 혁신' 역점

 

박정호 부회장 역시 최 회장의 ‘딥 체인지’ 선봉장으로서 탈(脫)통신을 전면에 앞세우며 혁신을 단행중이다, 

 

최 회장이 지난해 타운홀미팅에서 직접 SK텔레콤의 혁신을 강조하며 “기존 통신컴퍼니를 넘어서 SK ICT패밀리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 바,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점유율 1위 및 SK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은 물론, 매출의 다각화·다변화로 ‘빅테크’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과감한 조직 개편, 적극적 투자 및 신사업 도전을 통해 구체적인 혁신을 실행한다.

 

앞서 SK하이닉스 인수합병을 성공으로 이끈 박 부회장은 ADT캡스 인수, 티브로드 합병 등 자회사들의 성장을 만들며 SKT의 기업가치를 공고히했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 ‘Corp(코퍼레이트)센터’ 산하 ‘IPO추진담당’을 신설해 국내외 투자를 활발히 유치함으로써 자회사들의 IPO(기업공개)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 상반기 원스토어 기업공개를 시작으로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가 준비하고 있고, 모빌리티 회사 신설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SK텔레콤은 통신업계 최초로 도전하는 반도체,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ICT기술 활용은 물론 그에 따라 파생되는 사업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이와 관련 “이동통신부터 뉴 ICT 사업, 기업 문화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모든 사업영역에서 구시대의 공식을 깰 때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슬로우 다운’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SK그룹의 ‘전략 전문가’ 김준 VS. ‘투자의 귀재’ 박정호

 

김준 사장은 SK그룹의 ‘전략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그룹에서 SK네트웍스와 SK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수펙스추구협의회 등에서 수입차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지휘했다. 석유사업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만큼 정유부문 전문성도 강점이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 팀장을 맡았고 SK그룹에서 정유부문을 맡고 있는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2017년 SK이노베이션의 총괄사장에 오르고 나서는 전기차 배터리사업과 소재사업에서도 승부수에 가까운 전략을 통해 수완을 보이며 전략 전문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중요 브레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며 명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박정호 부회장은 ‘포트폴리오 다양성’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박 부회장이 성공시킨 M&A(인수합병)와 신사업들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양성은 SK텔레콤 체질개선에 그대로 드러난다. 종합 ICT 기업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앞으로 SK그룹의 중간지주 역할을 맡아 기업가치를 더 높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내재화된 사업 역량은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이는 국내외 사업 파트너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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