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EO 인사태풍(5)]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 연임 못하면 '이변', 장수 CEO 길로
박혜원 기자 입력 : 2020.12.15 05:54 ㅣ 수정 : 2020.12.15 17:42
보장성 보험 확대 성과로 실적 위기 극복/ 단독체제 전환 이래 디지털 전환 본격화
국내보험업계에 인사태풍이 불어오고 있다.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10여명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 3월 중에 임기만료를 맞기 때문이다. 업황악화 등으로 인해 상당수 CEO가 물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일부 수장들은 탁월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는 단독 대표이사 체제 1년 차를 막 넘긴 동시에,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여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1년간의 경영 성적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여 대표는 차남규 전 부회장과 각자 대표 체제로 한화생명을 이끌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차 전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여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됐다.
차 전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대표이사에 올라 8년 10개월간 집권한 보험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이다. 업계에서는 여 대표 단독체제 전환을 두고 한화생명이 세대교체를 통해 업황 불황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2003년 취임한 신은철 전 부회장도 2013년까지 10년간 CEO직에 머물렀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변이 없는 이상 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 장기적으로 한화생명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3분기 누적 순익 전년 대비 56.3% 증가/ 치매보험,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 늘어난 영향
여 대표가 새로운 장수 CEO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수는 무엇보다도 지난 1년간의 경영 성적표이다.
지난달 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3% 늘어난 2412억원이다.
이 가운데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1조 7690억원으로, 스페셜암보험과 치매보험, 건강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가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 대표 단독체제 전환 직전인 2019년 3분기 한화생명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60% 줄어들면서 20년 만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여 대표는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실적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단독체제 전환 직후 조직개편 통해 디지털 전환 작업 박차
지난해 본격화한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 작업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여 대표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인공지능 플러스 태스크포스(TF), 디지털 신사업 TF, 헬스케어 TF를 신설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보험금 지급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클레임 AI 자동심사 시스템’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뤄진 1100만건의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한화생명이 개발한 자동심사 시스템으로, 현재 실손보험과 정액보험에 활용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이를 통해 5년간 최대 약 122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보험설계사 전용 애플리케이션 ‘HIT(한화 인텔리전트 툴)’, 디지털 영업 채널 ‘LIFE(라이프) MD’ 등을 출시해 핵심 업무 전반에 신기술을 도입했다.
■ 금감원 중징계 조치로 인한 신사업 진출 타격은 악재
지난달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기관경고 조치는 여 대표 경영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5년 본사인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영업중단 손실 배상비용 등 72억 2000만원, 입점 준비기간 발생한 관리비 7억 9800만원 등을 갤러리아로부터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를 현행 보험법상 대주주와의 거래제한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봤다.
또 사망보험 가입자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 보험을 지급해야 하는데, 한화생명은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 점도 중징계 사유가 됐다.
금융사가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한화생명이 기관경고를 받은 건은 여 대표 취임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향후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순 있겠지만 연임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