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명예퇴직 박차, 은행원은 '코로나포비아'로 '신중론'이 대세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주요 시중은행 명예퇴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장년에게 ‘제 2의 인생’을 마련할 기회로 여겨졌던 명예퇴직을 두고 예년과 다른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10일 뉴스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중장년 은행임직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퇴직 후 미래를 모색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명예퇴직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코로나포비아'가 명예퇴직의 걸림돌로 부상한 것이다.
■ 디지털화로 인력 감축 시급한 은행권, 명예퇴직 정례화/ 올해 명예퇴직은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 시작으로 본격화/ 거금 쥘 '기회'였던 명퇴가 '위기'로 전락
비대면 금융 등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은행권은 인력 감축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몇년새 명예퇴직이 정례화됐다.
중장년 은행권 종사자에게도 이는 기회로 여겨졌다. 2~3년치 임금과 자녀학자금 등 수억원대의 퇴직금을 한번에 받을 수 있어 퇴직 후 재취업 혹은 창업을 준비할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국민은행은 23개월에서 35개월치의 특별퇴직금, 자녀 최대 3명에 대한 학기당 350만원의 학자금, 재취업지원금 최대 2800만원 등을 지급했다. 신한은행은 21개월에서 36개월치의 특별퇴직금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중장년 직원들도 명예퇴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올해 초 기준 주요 시중은행 명예퇴직 규모는 770명대에 달했다.
올해 연말 은행권 명예퇴직도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을 시작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직급과 출생연도별로 최대 37개월까지 특별퇴직금을 차등 지급하며, 최대 4000만원의 전직지원금 등이 지급된다.
제일은행은 최대 38개월 치 명예퇴직금과 취업장려금 2000만원, 자녀 최대 2인까지 학자금 인당 1000만원을 지원한다.
■ 시중은행 A씨, "퇴직금으로 카페 창업 꿈 어려워져"/ 또 다른 은행 B씨, "챙겨줄 때 나가자는 고민도"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는 명예퇴직과 관련해 은행 내부에서 사뭇 다른 기류가 흐르는 상황이다.
은행 퇴직자들은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올해는 채용시장이 얼어붙고 자영업 환경도 어려워 명예퇴직 계획을 미루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이어 “퇴직 후 대단한 일자리를 얻지 않더라도, 퇴직금으로 카페 등을 창업할 수 있어 명예퇴직을 학수고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자영업자들이 줄지어 폐업하는 상황에 창업을 꿈꿀 수도 없어 ‘적어도 올해는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B씨 역시 “확실히 예년과 달리 올해는 명예퇴직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면서도 “은행이 명예퇴직금을 많이 챙겨줄 때 나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도 일부에서 나오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