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큰 손' 된 2030 '놀이터' 만든다

강소슬 기자 입력 : 2020.12.09 21:56 ㅣ 수정 : 2020.12.10 09:52

‘백화점 얼굴’이라 불리던 1층 2030 입맛에 맞는 매장들로 싹 바꿔 / 국내 빅3 백화점, 혜택 중시하는 젊은 세대 위한 VIP 멤버십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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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2030세대들에게 백화점은 명품구매처, 식당과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소이자 부모님 세대들이 쇼핑하는 곳 정도로 인식됐다. 

 

최근 이러한 2030세대가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백화점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자, 구매력을 확인한 백화점업계는 서둘러 2030세대를 유치하기 위해 2030세대들이 선호하는 온라인상의 브랜드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서고 그들을 잡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깬 VIP 등급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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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브랜드들로 채워진 백화점 매장 내부. 천장 인테리어가 노출형태로 되어 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

 

■ 백화점 명품 매출 30~50% 2030세대가 견인 / 백화점 업계 ‘큰 손’ 2030세대

 

백화점업계가 2030세대를 공략하는 이유는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의 실적은 최근 몇 년째 지지부진하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 비중은 2015년 12.5%에서 2019년 22.8%로 상승 중이다.

 

미국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명품시장 고객의 45%는 2030세대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국내 백화점 명품시장에서 2030대의 명품 매출 비중을 보면 이 예상이 적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2019년 연령대별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세대가 47%를 차지한다. 2017년 20대의 명품 매출 비중이 8.4%였지만 30%대로 약 3배가량 높아졌다.

 

현대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22.2%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만 봤을 때 29.2%로 확대됐다. 

 

롯데백화점은 2030세대를 겨냥해 선보인 명품 편집숍 ‘스말트’의 매출이 고공 행진하자 추가로 2곳을 더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롯데온에서 발표한 지난 5월에서 9월까지의 명품 매출 분석 결과 2030세대의 비중은 절반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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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의 리빙관 통로에 세워진 아트월. 아티스트 홍성준 작가와 스트리트 브랜드 '반스'가 협업한 작품이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 2030세대 구매력 확인한 백화점, 그들의 놀이터로 리뉴얼 중

 

2030세대의 구매력을 확인한 국내 빅3 백화점인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은 서둘러 2030세대의 놀이터로 백화점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영등포점을 ‘타임스퀘어점’으로 이름을 바꾸고 2030세대들의 유입을 높일 리뉴얼 작업을 단행했다. 내부 모습도 익히 알고 있던 백화점 매장과 달리 성수동과 연남동처럼 2030세대에게 익숙한 카페의 인테리어처럼 에어컨과 공조관 등이 노출되도록 했으며,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기 좋은 포토존처럼 구성된 아트월도 스트리트 브랜드 반스와 협업해 세웠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지하 2층 ‘영패션 전문관’은 스트리트 패션과 스포츠 브랜드 등 2030세대들이 선호하는 30여개의 브랜드를 모아 큰 편집숍처럼 꾸몄다. 지난 11월 리뉴얼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도 2030세대가 선호하는 25개의 브랜드를 스포츠관에 입점시켰으며, 3주마다 새로운 스트리트 스포츠 브랜드를 선보이는 ‘스트리트 패션 팝업 존’도 선보였다. 

 

오는 17일 리뉴얼 오픈을 앞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해 3월부터 만 24~39세 직원들을 연구원으로 선발해 이들의 아이디어를 영등포점에 담았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1층을 ‘힙화점’이라 명명했다. 힙화점은 힙(Hip)과 백화점의 합성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2030세대의 유입률을 높이기 위해 1층에 있던 화장품 브랜드를 전체를 3층으로 이동시키고, 1층에 2030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 플래그십 스토어와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프로그램인 ‘뮤즈의 작업실’과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로는 슬로우스테디클럽의 원덕현 디렉터, 생활공작소의 최종우 디렉터, 프로젝트렌트의 최원석 디렉터, 공원의 이건욱 디렉터 등이 있다. 

 

2층에는 백화점 업계 최초로 1100평 규모로 한 층을 2030세대에게 익숙한 유스컬쳐 브랜드들로만 구성한다. 2층 ‘유스컬쳐 조닝’에는 2030세대에게 익숙한 온라인을 기반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아카이브랩과 같은 브랜드들과 K-POP 음반 매장 등을 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미아점 출구 쪽에 있던 패션브랜드를 다른 층으로 옮기고 현재 그 자리엔 오픈형 레스토랑과 카페를 입점시켰으며, 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정문 바로 옆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커피를 입점시켰다. 이 식당과 커피숍이 차지하는 면적은 1층 전체의 8분의 1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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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VIP라운지 [사진제공=롯데백화점]

 

■ 국내 빅3 백화점, 혜택 중시하는 2030세대들 위한 VIP 마케팅 열전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은행, 항공사, 백화점 등을 잘 바꾸지 않는 충성고객이었지만, 혜택을 중시하는 2030세대들은 조금 더 자신에게 잘 맞는 혜택을 제공하면 평소 사용하던 은행, 항공사, 백화점 등도 쉽게 바꾼다. 

 

이러한 소비패턴을 가진 2030세대를 잡기 위해 백화점업계에서는 기존의 VIP 기준의 틀을 깨고 2030세대들을 유치하기 위해 VIP 기준을 낮춰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30세대를 잡기 위해 가장 먼저 VIP 구매 기준을 낮췄다. 2017년까지 5단계였던 VIP등급을 6단계로 확대해, 연간 400만원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레드’ 등급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레드등급은 2030 비중이 60% 이상 차지할 정도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4월 신세계백화점처럼 연간 400만원 정도로 기준을 낮춘 ‘VIP+’ 등급을 도입했으며, 롯데카드가 없는 2030 고객을 위해 이달부터는 롯데 멤버스만 가입해도 백화점 5%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030고객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가치소비’ 취향이 확실해 이들을 겨냥해 새로운 멤버십 등급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2030세대들을 위해 내년 2월부터 30대 이하 고객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인 ‘클럽 YP’를 운영하겠다고 8일 밝혔다. 혜택을 보면 현대백화점이 다른 백화점들보다 한발 늦게 2030세대를 위한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만큼,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사보다 큰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은 클럽 YP 회원에게 기본 혜택과 동시에 기존에 연 4000만원 이상 구매고객인 ‘클럽 자스민’ 회원에게 주던 혜택인 발렛파킹 서비스도 제공하며, 식당가 바우처 5만원권 제공, H 포인트 적립률도 두 배로 높였다. 클럽 YP를 위한 전용 라운지도 내년 7월에 만들 예정이다.

 

클럽 YP는 현대백화점카드로 연간 2000만원 이상 구매한 1983년생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현대백화점은 구매 실적이 없어도 유튜브 구독자 10만명 이상, 인스타그램 팔로워 3만명 이상 보유한 인플루언서나, 봉사활동 우수자, 기부우수자 등 2030세대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도 ‘클럽 YP’로 선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VIP 멤버십으로는 늘어나는 2030 VIP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클럽 YP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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