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서 “어린아이 응석부리듯” 왜 나왔나

오세은 기자 입력 : 2020.12.09 18:40 ㅣ 수정 : 2020.12.11 07:13

특검측 ,'재판연기' 집요하게 요청한 게 화근/ 변호인측, 논리적 근거 약한 특검 발언 비판하면서 소동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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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정숙해야 할 재판에서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일어났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가 지난 7일 진행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측 변호인 발언에 특검측이 흥분하면서 벌어진 소동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를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의 평가 의견을 청취한 이날 공판에서 특검 측이 또 다시 공판을 연기하자고 재판부측에 집요하게 요청하는 상황이 화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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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특검 측 “최종변론기일을 미뤄달라” 거듭 요청/이 부회장 측  “굳이 기일을 따로 정하는 이유 뭐냐, 재판부가 어린아이 응석받아주듯 해서 "/양재식 특검보 고성 질러

 

오후 2시 5분경에 시작된 공판은 장장 5시간에 걸쳐 저녁 7시가 다되어 종료됐다. 그런데 종료 되기 몇 분전인 재판 말미에 양재식 특검보가 법정에서 고성을 질렀다.

 

이는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이 전문심리위원단의 준법위 평가를 들은 뒤 양측이 전문위원 3인에게 의견 관련해 추가 질의를 한 후 이에 대해 전문위원이 답변한 다음에 벌어졌다.

 

추가 질의에 대한 전문위원들의 답변이 끝난 후, 재판부는 이날 전문심리위원이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최종 보고서를 9일에 제출해 달라고 했다. 이때 특검 측은 불만을 드러냈다. 특검 측은 앞서 지난 달 30일 전문심리위원의 준법위 평가 기간과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특검 측은 “삼성 준법위가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만든 게 아니다”며 “재판부도 공판 초반에 미국 연방 8장을 언급하며 집행 유예를 염두에 두고 준법위를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심리위원단의 점검 결과가 나오면 그 평가 결과가 미흡한지 아닌지, 보완할 게 있는지 없는지를 추가 평가할 시간을 달라고 이전에도 이야기했고,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다”며 “적어도 재판부는 점검 결과와 특검 이 부회장측, 쌍방 의견을 들은 다음에 추가로 전문심리위원이 제출한 보고서가 평가 가능한 건 지를 결정하는 게 올바르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특검 측은 이어 “그런데 재판장은 최종변론기일인 21일 오전에 그 평가를 하라고 한다”며 “쌍방의 의견이 어떻게 나오든 재판장이 이미 결론을 내린 것이다”고 역설했다.

 

특검은 쌍방의 의견을 듣고 재판부가 이를 포함해 다음에 결심을 해달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21일의 최종변론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5분간 휴정하면서 이를 논의, 속개 후 정준영 재판장은 당초 예정된 최종변론기일을 오는 21일에서 30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이때 이 부회장 측이 “21일 종결은 오래전부터 예상된 거고, 양측 각 40분씩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굳이 기일을 따로 정해서 하는 이유가 특검보가 강하게 항의해서 그런거라면 저희는 특검 측이 여러 번 무리한 주장을 하다보면 결국 재판부가 어린아이 응석받아주듯 해서 기일을 연장해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때 특검 측에서 “변호인 비유 정도 넘어섰다”고 지적하다 양 특검보가 갑작스레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지르면서 법정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부회장 측의 “어린아이 응석받아주듯”이란 표현에 격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준영 재판장은 “제 귀를 의심했다. 양재신 특검보가 사과하라”면서 “누가 요구한다고 기일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 재판장은 또 “(어린아이 운운한 부분은)사과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 부회장 측 변호인에게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너무 심하게 말한 부분은 저희가 먼저 사과를 드리겠다”고 했다. 양 특검보도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법정에서 언성을 높인 것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죄송하다”면서도 “사실 그 얘기를 듣고 이게 변호인이 할 소리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사과했지만 결국 최종공판은 21일서 30일로 연기돼

 

이처럼 양측 모두 사과했지만, 재판부는 일단 특검측 요구를 수용했다. 당초 21일로 예정됐던 최종 공판을 또 다시 30일로 연기했다.  향후 재판 진행과정에서 특검측이 다시 재판부를 압박할 경우  국정농단 재판이 내년 초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코로나19위기상황에서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직결된 재판이 당초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달 9일 10개월간 멈춰섰던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첫 공식 공판을 연 날, 같은 달 30일에 6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으나, 특검 측의 요청으로 30일은 특검 측의 증거조사 관련 재판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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