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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의 공군 이야기 (36)

군산 포대장② '오공' 출신 방공포병사령관이 그러웠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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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욱 발행인
입력 : 2020.12.08 20:23 ㅣ 수정 : 2020.12.14 15:46

발전기 고장과 오작동으로 얼룩졌던 유도탄 사격 훈련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필자가 포대장으로 부임 후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공 장교라는 이유로). 그러나 약 3~4 개월이 지나면서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포대를 장악하여 지휘를 할 수 있었고, 전반기가 지나면서부터 상급 부대에서는 필자를 신뢰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임한 후 1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다소 여유를 가지고 포대를 지휘할 수 있었다.

 

방공작전에 관련하여 실제 상황에 포대가 투입된 때는 없었으나 유사한 경우는 한 번 있었다. 어느 여름 날, 포대는 임무 해제를 부여 받은 상태에서 필자는 포대원을 인솔해서 포대 인근의 육군 부대 사격장에서 개인화기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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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방공유토탄 사격대회

 

물론 포대에는 유사시를 대비해서 필수 작전 요원은 대기 중에 있었다. 한창 사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 포대 작전장교가 무전기로 포대장을 다급하게 찾고 있었다. 내용인즉 ‘북한 전투기(귀순기)가 대한민국 영공으로 침투해서 이에 대한 작전이 시행중이므로 즉각 부대로 복귀하라‘는 것이었다.

 

방공작전을 경험한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공중에서의 상황(작전)은 순식간에 끝난다. 즉각 포대로 복귀해서 상황을 파악하니 예상했던 대로 이미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고, 포대는 최단시간 내에 작전준비를 마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절차대로 작전준비를 마친 작전장교 및 정비팀을 치하했다.

 

한편, 포대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크고 작은 훈련이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훈련은 ‘유도탄 실사격 훈련’이었다. 유도탄 사격은 실제상황 이외에는 포대에서 사격을 할 기회는 없고, 00지역에 있는 지대공 사격장에서 매년 실시하는 ‘유도탄 사격 대회’에서만 유도탄을 사격할 수 있는데, 포대 입장에서는 가장 비중이 큰 훈련이었다. 그만큼 사격대회를 준비하는 포대 입장에서는 1년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포대가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사격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유도탄 실사격 훈련을 경험하지 못하고 포대장 임무를 마치는 방공포병 장교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운이 좋았다. 2차례의 ‘유도탄 사격 대회’ 참가 및 3발의 유도탄을 사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포대는 필자의 부임 2년차에 ‘유도탄 사격 대회’에 참가하였다. 새해 초부터 전 포대원이 ‘유도탄 사격 대회’에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대 일과는 작전 장비 준비, 작전 팀원 기량 향상 등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었다. 전반기 내내 사격대회 준비를 마치고, 그해 가을에 드디어 00지역의 지대공 사격장으로 포대 병력 및 작전장비를 이동하였다.

 

절차에 따라 사격진지 점령과 작전장비 상태, 작전 조원 훈련 상태 등을 방포사 검열팀이 평가하였고, 사격 전날까지의 평가 결과는 필자의 포대가 선두 그룹에 속해 있었다. 다음 날 유도탄 사격만 이상없이 진행되면 사격대회 1등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 날 아침, 기상 및 장비 상태, 작전 조원 상태 등 유도탄 사격에 관한 조건은 최상이었다. 표적기(가상적기)가 이륙했고, 포대 레이다는 표적기를 이상없이 탐지 및 추적하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표적기는 포대쪽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수개월간 시뮬레이션 장비로 모의사격 훈련만 하다가 드디어 실제 유도탄을 발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표적기가 사격 지점에 다가오면서 필자를 포함한 작전 팀원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표적기를 포착하고 있었다.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제 필자가 사격 버튼만 누르면 되는 상황!

 

그런데 갑자기 사격통제소 안이 조용해졌다. 각종 조명등도 모두 꺼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꿈인가? 필자를 비롯한 포대 작전팀은 순간 당황했고, 서로 쳐다보았다. 왜 이러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믿겨지지 않았지만 주전원을 공급하는 발전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 것이었다. 필자는 사격통제소 밖으로 나가서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발전기 쪽으로 뛰어 갔지만 이미 군산 포대의 사격 상황은 끝났고, 이러한 비정상 상황에 대비하여 예비로 표적기를 포착하고 있던 타 포대가 유도탄을 발사했다. 유도탄이 발사되는 폭음과 포연을 유도탄 발사대의 지근거리에서 듣고 느끼며 엄청남 패배감과 실망감을 느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발전기’ 고장 때문에 유도탄 사격에 실패한 것이다.

 

지휘부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기에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전 사격이 끝나고 난 후에, 사령부 지휘부에서는 오후에 필자의 포대만 재사격을 실시한다고 결정했다.

 

점심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한 포대원들은 오후 사격에 집중했다. 이윽고 표적기가 다시 이륙했다. 오전에 했던 절차가 다시 진행되었고, 포대의 레이다는 표적기를 이상없이 추적 및 포착을 하고 있었다. 표적기가 사격 지점에 다가오면서 필자를 포함한 작전 팀원들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사격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였다. 표적기가 사격지점에 도달했고, 필자는 긴장한 가운데 사격 버튼을 눌렀다. 사격회로가 작동되고 유도탄이 발사될 때까지 몇 초의 시간이 흐르는데, 그 몇 초가 필자에게는 몇 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유도탄의 발사음과 진동이 전해져왔다. 유도탄 사격대회 1등은 놓쳤지만 유도탄 사격의 마무리는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도탄이 발사되고 불과 몇 초 후에 ‘뻥’하는 유도탄의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게 또 무슨 소리지? 유도탄이 표적까지 날아가서 명중하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또 멍하니 있는데, 옆에 있던 경험 많은 사령부 검열관이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유도탄 오작동 같은데...”

 

결국 이날의 유도탄 사격은 실패로 끝났다. 이날 필자를 비롯한 포대원의 착잡한 심정은 그날 오후에 촬영한 사진에서 잘 나타났다. 사격을 모두 마치고 방공포병 사령관이 사격대회에 참가한 각 포대원들을 격려하였다. 이때 군산 포대원들은 부동자세로 서 있었지만 서 있는 자세에 패기는 보이지 않았고 모두들 얼이 빠져 나간 얼굴들이었다. 그만큼 사격 실패에 따른 실망감을 컸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겪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사격훈련을 마치고 전 포대가 포대로 복귀한 후에 상급부대에서는 사격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이 진행되었다. 분석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포대의 책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 되어서 ‘유도탄 사격에 실패한 포대장’이라는 불명예는 벗을 수 있었다.

 

즉, 발전기는 창정비를 마치고 나온 장비였는데, 창정비중에 교체한 매우 사소한 부품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서 발전기 가동이 중단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이로 인해 다음해 사격부터는 관련 절차가 보완되었다), 유도탄은 정밀 분석 결과 00회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가지 모두 포대의 능력을 벗어난 사항이므로 포대에는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격려 아닌 격려를 받았다. 그러나 필자나 포대원들은 1년간 고생한 것이 수포로 돌아갔기에 그 어떤 격려로도 실망감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한편 당시의 발전기 담당 준사관은 이유야 어쨌던 사격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방포사 분위기로 보아서 필자가 그 다음해의 중령 진급 심사때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필자의 중령 진급 소식을 듣고서는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준사관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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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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