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E]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중장기 평가후 논의해야”

김영섭 입력 : 2020.12.02 17:05 ㅣ 수정 : 2020.12.02 17:05

경총·중소기업중앙회,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 개최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쟁점과 산업안전정책 개선방향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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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E]의 E는 Economy(경제·생활경제)를 뜻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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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이 2일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

 

[뉴스투데이=김영섭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이하 ‘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2일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경영계도 근로자의 안전 확보가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라는 확고한 인식 하에, 안전경영이 산업현장 전반에 확산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발생에는 회사의 책임도 크지만,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게 일방적으로 묻고 있어 현재도 기업들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현행 산안법상 사고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안전규정과 하위조항만 수천 개에 이르며, 이러한 규정들이 업종과 현장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광범위하고 획일적으로 마련되어 있어 사업주가 아무리 자신의 역할과 관리책임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업주에게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현행 산안법도 세계 최고수준의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더하여, 동 법안은 형량도 기계적으로 상향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한선까지 설정하여 이제 CEO들은 사고 발생 시 최고 3년 이상의 형량에 처해질 수 밖에 없다는 공포감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김 상근부회장은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외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안법도 금년부터 적용되어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 필요성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평가를 거친 후에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서승원 상근부회장도 “안전강화에 대한 중요성은 중소기업계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지나치게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조해 과잉입법의 논란이 크고,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주로 처벌대상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처벌규정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실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원인을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의 니콜라스 릭비 수석감독관과 노섬브리아대 로스쿨의 빅토리아 로퍼 교수가 영국의 산재예방정책 기조와 법인과실치사법의 제정 배경 및 적용사례에 대해 인터뷰한 동영상을 소개했다.

 

릭비 수석감독관 설명에 따르면 보건안전법(1974)을 제정하면서 그간의 정부 지시나 명령에 의한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규제방식에서 기업 자율의 책임관리 방식으로 안전관리정책의 기조를 전환했다. 영국 산업안전보건건청은 법 위반 적발 및 기소보다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다만 사고결과에 대해서는 적합한 책임을 묻고 있다.

 

또 정부가 지시적 법령이나 규범적 경직성으로 “유일한 해결책은 이것”이라고 규율하는 방식은 과거의 유산이며, 이는 그 성격상 어떠한 혁신도 허용하지 않는다. 1974년 제정된 보건안전법은 구체적인 안전이행 방법을 기업과 근로자가 책임주체가 되어 선택하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안전보건 분야에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다.

 

행정기관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이전의 지시적 법령체계 하에서는 감독관이 체크리스트를 들고 점검을 나와 안전가드의 높이가 규정에 맞는지, 안전대책을 시행하는지 체크하였으나, 지금은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안전관리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 후에는 감독관의 종합적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어 로퍼 교수 설명에 따르면 심각한 안전규정 위반행위로 대형인명피해를 유발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서 보건안전법과 별도로 2007년에 추가적으로 법인과실치사법을 제정한다. 법인과실치사법은 13년에 걸친 심도있는 사회·정치적 논의와 숙고를 통해 제정되었으며, 기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법인에 대한 벌금을 대폭 상향·조정하는 대신에 개인의 책임은 묻지 않도록 규정했다.

 

현재 영국에서 일반적인 산재 사망사고는 주로 보건안전법에 의해 규율되고 대부분 기소가 이뤄지고 있으며, 법인과실치사법을 적용받는 대상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법 제정 후 지금까지 법인과실치사법에 따라 유죄판결로 높은 수준의 벌금이 선고된 사례가 28건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중소업체였으며, 이들 중 58%가 파산하거나 영업중단에 이르렀다. 영국의 산재 사망사고 감소는 일반적인 보건안전법 규율에 따른 효과의 장기적 추세로 보아야 하며, 법인과실치사법 도입에 따른 사망자 감소 영향은 크지 않다.

 

이와 관련, 경총은 “영국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으로는 사고감소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영국이 1974년 보건안전법 제정 당시 안전정책의 기조를 예방중심으로 전환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현재의 획일적인 안전규제를 산업현장 특성에 적합한 예방정책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 주요 발언에서 이근우 교수(가천대 법학과)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법리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형벌은 매우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적용되어야 하며, 법률 제정의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만으로는 그 수단의 위헌성이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 법안의 적용을 받는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위험방지 의무 범위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및 법인 처벌규정은 이 법안의 핵심내용인데, 대단히 무거운 형벌로 일관하고 있어서 오히려 적용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면서, “법관이 포괄적 의무위반를 근거로 이렇게 무거운 형벌을 경영책임자에게 가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도급 및 위탁관계 규정도 “해당 위험원과 공간에 대한 관리가능성 여부를 묻지 않고 경영책임자에게 공동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연대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면서, 이는 적어도 우리 형법학이 극복했다고 믿었던 전근대적 형벌부과 방식을 복귀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는 “산재예방정책의 문제점과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안은 전체적으로 안전원리, 법 원칙과 부합하지 않고, 재해예방의 실효성, 현장작동성과도 거리가 있으며, 비교법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보편성과 체계성이 결여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동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보건에 대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과 ‘엄벌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접근은 헌법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현재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불명확하고 비현실적인 규정이 매우 많고, 선진국과 비교하여 법령에 대한 해설, 지침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산업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 채 영세중소기업 등에 과잉처벌이 집중되는 부작용만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교수는 사망사고 감소방안으로 “안전기준을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만들고, 산재예방행정조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해조사 기능과 예방지도행정을 강화하는 등 우리나라 산재예방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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