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노조추천 이사제, KB금융은 안 되고 기업은행은 되는 이유
민간 금융회사와 국책은행의 차이 / 친 노조 정부 영향력 크게 작용할 듯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KB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불발된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는 민간 금융회사와 국책은행 간 사외이사 선임절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에 대한 최종 인사 결정권을 지니며, 올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노사 간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최초로 기업은행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탄생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기업은행, 내년 1분기 4명 중 2명 임기 만료 예정 /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금융위가 사외이사 최종 결정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내년 1분기 총 4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김정훈 사외이사는 2021년 2월12일, 이승재 사외이사는 2021년 3월25일 임기가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장 먼저 임기를 마치게 되는 김정훈 사외이사의 공석에 노조 측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은 KB금융과는 달리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사측의 자율성이 높은 여타 시중 금융회사와 달리 사외이사 선임에 금융당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금융위원장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며, “올초 금융위도 배석한 자리에서 노조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기로 약속·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사측에서 이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홍배 전국금융노동조합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노사 공동 선언문을 통해 ‘은행은 노조 추천 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추진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반면 KB금융은 금융위와 같은 관련 당국이 이사회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금융혁신위원회의 ‘권고사안’일 뿐, 최종 인사 결정권은 주주들, 즉 사측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중은행보다 국책은행에서 먼저 노조 추천 이사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물론 사측에서 거부할 수도 있지만 납득할만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국책은행이라고 해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무조건 쉬운 것은 아니다. 앞서 1월 한국수출입은행은 노조 추천 이사 후보를 최종 인사권을 갖는 기획재정부에 제청했으나 선임에 실패한 바 있다.
■ 기업은행 운영위에 노조 추천 이사후보 참여시 노조 영향력↑ / 기업은행 노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사측과 논의 예정”
현재 기업은행의 이사회는 윤종원 은행장, 김성태 전무이사, 사외이사 4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내에는 운영위원회, 보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있다. 운영위원회에는 김세직 사외이사를 제외한 전 이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며 보수위원회에는 사외이사 4인이 전원 참여한다.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경우 전무이사와 신충식, 김세직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운영위원회는 기업은행의 주요 의결사항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기구다. 운영위는 이사회 및 위원회의 운영·절차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뿐 아니라, 은행장이 추천하는 집행간부 선임안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논의한다.
만약 기업은행 노조가 추천한 이사후보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향후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서도 노조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 노조는 향후 추천 인사 후보를 선정해 은행 측과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는 없다”면서도 “적합한 후보를 물색해 연말이나 연초 쯤 사측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 최초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하게 되는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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