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특검 측 국정농단 6차 공판서 뇌물의 '능동성'과 삼성준법위 평가 두고 공방전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23일 장장 5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6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 등 5명(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등)의 6차 파기환송심을 진행했다.
■ 특검 측, "뇌물의 수동성 주장은 허위, 진지한 반성 선행돼야" VS. 이 부회장 측, "박 전대통령이 단독면담에서 이 부회장 질책해 급하게 승마지원"
특검 측은 재판에서 "대통령이라는 권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주었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은 허위"이며 "피고인들은 파기환송심 변론 과정에서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진지한 반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양형에 반영할지 결정해야지, 결론을 정해놓고 강요하는 방식은 안된다, 삼성 준법위 진정성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또 "삼성물산 회계직원은 10억원 횡령해 징역 4년이 선고됐다. 횡령액이 80억원에 이르는 이 부회장에게 낮은 형이 선고되면 누가 봐도 평등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특검 측은 몇몇 증거를 들어서 삼성이 적극적·능동적으로 뇌물을 공유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은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의 단독면담에서 전 대통령이 이 피고인을 질책함으로써 급하게 승마지원을 하게 됐다. 단독 면담 이전에는 피공니들이 최서원씨나 정유라씨를 만난 적도 없고, 정유라씨를 지원, 실행한 사건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는 국가 최고권력자의 질책에서 비롯된 수동적 공여였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단독 면담 이전에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는데 이 주장은 부당하다. 이는 최서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보면 2014년 9월 12일 단독 면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특검, "심리위원단 평가 청취 날짜 연기해야 VS. 이 부회장 측, "양형은 헌법 7조상 법관의 권한" / 다음 달 3일 삼성준법위 전문심리위원단 최종 보고서 제출
이날 재판은 지난 9일에 이어 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두고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 측은 "준법위 평가사항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 결과를 듣는 날짜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30일 전문심리위원단의 삼성 준법위 평가 결과를 듣는 것은, 위원단이 준법위를 평가하는 시기가 한달 채 되지 않는 기간에서의 범절(법도에 맞는 모든 질서나 절차) 진행은 공정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상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은 "양형자의 균형감있고 성실감 있는 심리를 통해 평가를 해달라는 것이다"고 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전문심리위원단은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감정인이다. 제도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일반적 의견을 구하는데 있다. 전문심리위원의 준법위 실효성 지속가능성 평가하는데 필요한 목차 사항은 감정 사항과 같이 명확히 정확할 필요가 없다. 양형이라는 것은 헌법 7조에서 정한 법관의 권한에 속한다"며 "특검측이 주장하는 평가사항이 확정이 안돼 이에 대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당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 중 한 명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최근 재판부에 준법위 의견서를 제출, 이에 대한 내용 일부가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판에서 관련 발언은 없었다.
재판부는 이날 다음 달 3일 삼성 준법위 전문심리위원단의 최종보고서를 받고, 사흘 후인 7일 2시 전문위원들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당초 30일로 예정된 전문위원 평가 의견을 듣기로한 날에는 특검 측이 요청한 증거조사 관련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