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슬 기자 입력 : 2020.11.19 15:51 ㅣ 수정 : 2020.11.22 18:56
49만원이던 주가가 10년만에 9만원대로 미끌어져/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시한 롯데쇼핑 부활이 성공하려면?/임직원이 과거사 속의 교훈 되새겨야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롯데쇼핑은 지난 1979년 롯데쇼핑센터 개점을 시작으로 국내 유통 산업을 이끌어온 기업이다. 하지만 온라인 시대 대응 차질 사드보복 문제 등 악재가 겹쳐서 내리막 길을 걸어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쇼핑 부활의 특명을 내린 상태이다. 이는 자존심을 건 전쟁이다. 롯데쇼핑 임직원들이 신 회장의 특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통한의 주가하락' 역사를 복기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2011년 6월 11일 49만5091원을 기록하며 한때 황제주로 등극했지만, 지난 19일 기준 9만6700원으로 80.5%나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몰락에는 결정적으로 이커머스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 치중해 너무 늦게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롯데쇼핑은 1996년 6월 유통업계 최초로 ‘롯데인터넷백화점’을 오픈해 국내 최초의 이커머스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 롯데쇼핑, 8년 만에 매출액 4조 영업이익은 1조 이상↓ / 당기순이익은 2017년 이후 적자
롯데쇼핑은 주가가 가장 높았던 당시인 2011년 매출액 22조2531억원, 영업이익은 1조6949억원을 기록했으며, 주가가 10만원대로 곤두박질친 2019년 매출액 17조8208억원, 영업이익은 5970억원, 당기손이익은 –4650억원을 기록했다. 8년 만에 매출액은 4조4323억원, 영업이익은 1조979억원이 빠졌으며, 당기순이익은 2017년 이후 적자구조로 돌아섰다.
롯데쇼핑의 몰락 배경에는 크게 3가지의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사드보복으로 인한 중국 사업의 철수, 경영권 다툼으로 불거진 일본기업 논란, 마지막은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주도해오던 롯데쇼핑이 너무 늦게 이커머스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는 롯데쇼핑 몰락의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 롯데 이커머스 성장을 보면서도 대응 늦은 건 ‘카니발리제이션’ 우려 때문으로 분석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 규모는 2015년 55조600억원에서, 2016년 65조6000억, 2017년 94조2000억원, 2018년 113조3000억원, 2019년도 135조2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시장은 본격적으로 2016년 1분기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소매유통업의 경기전망지수를 살펴보면 2016년 이후 기준치(10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즉 오프라인 시장은 2016년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던 것이다.
롯데쇼핑은 유통의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을 우려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카니발리제이션이란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의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롯데쇼핑의 경우 온라인 시장이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오프라인 시장을 위해 접근성, 부지, 부대시설, 주차 등에 과감하게 투자해 오프라인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기반을 다져놨는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자니 오프라인 시장 투자에 대한 제살깎기식의 잠식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온라인 진출 시기를 두고 망설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스타트업 기업과 달리 큰 결정을 할 때 다양한 의견들을 수집해 반영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린 부분도 있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을 쇄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은 이유는 백화점에서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 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백화점의 해외명품 매출 비중이 13.5%에서 2019년 20%를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이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점도 롯데쇼핑이 온라인에 발을 늦게 들이게 된 배경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본다”며 “실제 롯데백화점의 주요 고객들의 나이는 경쟁사 백화점보다 높은편이라 트렌드를 빨리 따라가지 못하지 않았나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으로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 롯데쇼핑은 안도했을지 모르지만, 실제 명품을 직접 공급하는 명품그룹들은 발 빠르게 온라인 시장에 눈을 돌렸다.
루이비통, 펜디, 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CMH)그룹은 2017년에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24세브르스닷컴’을 오픈했으며, 2018년 영국 기반의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에도 투자했다. 까르띠에, 반클리프앤 아펠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그룹 역시 2018년 5월 온라인 명품 리테일 그룹인 ‘육스네타포르테’를 인수했다.
세계적인 명품 그룹들이 온라인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두는 데는 명품을 이끄는 세대의 변화 즉, 앞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들이 MZ세대일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9년 기준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나이는 20대가 7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 대대적 홍보로 떠들썩하게 론칭했던 ‘롯데온’, 소비자 반응은 싸늘
롯데쇼핑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사이, 로켓배송 등으로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쿠팡과 11번가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급성장하며 온라인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게 된다.
2018년 10월 기존 오프라인 공룡기업인 롯데쇼핑은 그룹 자체 5개년 50조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당시 롯데쇼핑은 전체 투자 규모의 25%인 약 12조5000억원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이커머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4월 ‘신동빈의 야심작’이라 불리는 7개 롯데그룹 계열사를 모은 온라인쇼핑 플랫폼 ‘롯데온’이 서비스를 오픈했다. 2년에 가까운 시간과 3조원 들인 만큼 유통 대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나갈지 주목을 받았지만, 출발부터 진통을 겪었다.
오픈 첫날부터 트래픽 과부하 문제로 사이트가 먹통이 됐고, 더 발전된 플랫폼을 기대하며 롯데온을 다운받은 기존 고객들은 이후에도 앱 이용 도중 멈추거나, 주문 상품이 누락되는 등 수많은 오류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롯데온의 애플리케이션 별점이 평균 1점을 기록했고, 급기야는 기존 고객이 이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재 롯데온은 고객들의 불만에 대해 빠른 피드백을 제공하고, 꾸준히 업데이트와 바로 배송 등을 도입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르게 롯데온을 론칭하며 문제점이 많았지만,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고객들이 쇼핑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