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딜은 산업은행의 조원태 회장 밀어주기?
항공업계 불황지속될 경우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 불투명 /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굳히기는 확실해져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산업은행이 골칫덩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국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최대수혜를 받는 이해관계자가 조원태 회장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번 딜이 성사될 경우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의 지분율 희석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실적 부진, 유동성 위기 등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대한항공 그리고 천문학적인 부채에 휘청이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적 차원에서 수혜를 입게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 평가다.
■ 상당한 자금력 가진 HDC는 인수의사 철회 / 한진그룹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산업은행 자금 활용법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무산된 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관리해왔다. 상당한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여객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항공산업 진출이 ‘끝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결정이라고 판단해 아시아사 인수의사를 철회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한진그룹이 자금여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산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전해졌다. 즉 산은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여기서 산은은 한진그룹의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한진그룹사 등에서 별도로 지정한 제3자에 해당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에서 제3자는 주로 대주주 일가 친척 등이나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맞는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시아나 인수도 대주주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칼의 대주주 중 하나인 조원태 회장과 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아시아나 인수·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 3자연합과의 지분율 경쟁에서 밀리던 조원태 회장, 우위로 선회 가능 / 산업은행, ‘항공산업 구구조정’ & ‘혈세 낭비 방지’라는 양대 명분 챙겨
산은이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조원태 회장은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KCGI와 조 회장에 이어 산은을 새로운 3번째 대주주로 들이면 3자 주주연합의 지분율이 희석돼면서 그들의 지배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은 올해 3월까지만 해도 한진칼 경영권을 방어했으나, 5개월 만에 3자 주주연합에 거의 과반을 내줬다. 금융감독원 자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43.83%, 3자 주주연합은 45.23%에 해당한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항공산업 구구조정’ 명분과 ‘혈세 낭비 방지’라는 실리를 동시에 챙기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쳐지면 글로벌 대형 항공사와 견줄만큼 외형 확대가 가능하다. 특히 국책은행으로서는 앞서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는 면이 선다.
■ 한진그룹 자금력 감안하면 무리한 ‘몸집 키우기’ 지적 /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통합시 생존위한 ‘몸집 줄이기’ 불가피?
하지만 조 회장 외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초대형 항공사 탄생에서 큰 수혜를 보는 이해관계자가 있을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자 거듭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딜이 무산됐다. 코로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물론 한진그룹·대한항공이 동종업계다보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정상화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과 통합될 대한항공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별도기준 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전년동기대비 94% 감소했다. 3분기 매출은 1조5508억원으로 같은 기간 53% 줄어 반토막이 났다.
자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코로나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1조원대 유상증자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이미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한진칼이 대한한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리한 ‘몸집 키우기’는 한진그룹·대한항공에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통합되면서 대규모 ‘몸집 줄이기’가 단행될 공산이 크다.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2조8405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사업 축소, 인력 감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59대 기체를 보유한 대형 국적사 탄생이라는 장밋빛 미래가 아시아나항공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다.
한편 KCGI 등이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문제 삼는다면 이 딜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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