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여동생에게 제기한 4억원 대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전말은?
[뉴스투데이=박혜원, 이채원 기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여동생 정은미 씨를 상대로 4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명예훼손 공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당초 이날은 1심 선고공판일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김병철 부장판사)는 공판 말미에서 취재진을 모두 내보낸 뒤 당사자 및 변호인들과 5분가량의 대화시간을 가졌으며 12월 23일로 선고를 연기했다. 명예훼손소송의 쟁점은 단순했다. 부친이 상속해준 기업의 소수 주주인 정 씨가 대주주인 정 부회장이 장부열람을 해주지 않았다고 비난 한 것이 '명예훼손'인지 여부를 가리면 된다.
이날 공판에 원고인 정태영 부회장은 불참했고 피고인 정은미 씨는 참석했다. 정 부회장 측 증인으로 회계사 홍준배 씨가 참석해 원고와 피고 측의 증인심문을 받았다. 홍 씨는 2016년 정 씨가 서울PMC 회계장부를 열람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했을 때 동행한 인물이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정 씨가 2019년 스포츠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방대한 분량의 문서(회계장부)를 그 자리에서 2시간 만에 보라고 했다”는 인터뷰 발언이다.
■ 정 부회장 측 “회사분할자료 제외하곤 공시자료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데 왜 요청” 지적 / 정은미 씨 측 회계사 홍 씨 “공시자료도 비교하고 회사분할자료를 분석해야"고 맞서
서울PMC는 학원업을 운영했던 종로학원이 그 전신이다. 종로학원 설립자인 정경진 이사장이 자녀인 정 부회장과 정 씨에게 지분을 각각 물려준 이후, 학원사업을 매각해 현재는 부동산 임대업체로 등록돼 있다.
정 씨는 지난해 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두 차례 글을 올려 서울PMC 대주주로 있는 정 부회장이 회사 자산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사업 목적을 바꾸는 과정에서,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자신에게는 회계장부 열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정 씨에 대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로 대응했다.
앞서 정 씨는 2017년 서울PMC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 허용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현재 2심까지 패소한 상태다.
정 씨는 지난해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서울PMC) 현금이 얼마나 되는지, 부채는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2016년 장부를 열람하고 싶다고 했다. 그해 12월 20일 직접 방문해서 회계장부 열람 등사하라고 통보받았다”며 “하지만 당일 회계사와 함께 방문해보니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회의실에 쌓아놓고, 2시간 정도 열람만 허용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증인신문에서 정 부회장 측 변호인은 홍 씨를 상대로 정 씨가 서울PMC를 방문했던 날의 정황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정 부회장 측은 “피고(정은미 씨)는 회계사를 통해 서울PMC 측에 최근 5년 치의 결산서, 감사보고서, 회계전산파일, 급여명세서, 회사분할자료를 요청했다”며 “이중 회사분할자료를 제외하고는 다트(전자공시시스템)를 통해 모두 볼 수 있는데 왜 굳이 요청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씨는 “공시돼 있는 자료이긴 하지만 직접 보고 비교가 필요했는데 회사 분할 자료는 다트에 안나왔기 때문에 회사 분할자료를 분할 전후로 비교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부회장 측이 “요청한 자료를 모두 보여준 것은 맞지 않느냐”고 묻자 홍 씨는 “자료가 워낙 많아 다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정 부회장 측 "필요한 자료 있으면 내부절차 통해 주겠다고 밝혀" / 정 씨 측 “협조 안할 것 같아 요청 안해, 두 사람이 100시간을 봐도 부족한 분량”
정 부회장 측에 따르면 당시 서울PMC 김창한 대표는 홍 씨에게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내부절차를 통해 주겠다”고 말했으나, 홍 씨는 별도의 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홍 씨는 “어차피 복사도 안 될 텐데 그렇게 협조적일 것 같지 않다는 느낌에 요청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홍 씨는 “회사에 있던 대표이사와 부장급 직원 2명에게 자료 복사를 요청했지만, 회사 규정상 안 된다고 했다”며 “열람하며 메모한 자료를 가져가지도 못하게 해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가져왔다”고도 말했다.
정씨 측은 서울PMC가 복사를 허용하지 않는 등 회계장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으며 통상적으로 기업 회계장부를 볼 때 드는 시간을 언급했다.
정씨 측 변호사는 증인 홍씨에게 “기업의 회계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할 때 통상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라고 물었다.
이에 홍씨는 “통상적으로 회사에 방문하면 회계 전산파일을 기본적으로 받고 그 다음에 공시자료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 있으면 회사에 요청해 받는 식“이라고 답했다.
정씨 측은 ”그 날 사무실에서 자료를 보는데 몇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 했나“고 물었고 홍씨는 ”일년치 회사 장부를 보라고 하면 100시간 정도 걸린다“고 답했다.
이어 홍씨는 ”판사님이 앉아 있는 법대를 기준으로 꽉 차는 분량이었으며 50~60개의 자료를 봤어야 했는데 이는 수십·수백 페이지의 분량들이라서 회계사 두 명이 봐도 50~100시간 소요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 측은 ”추가 자료를 요구하더라도 등사가 안되는 이상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었냐“고 물었다.
홍씨는 ”그 자리에서 다 보고 가라는 의미로 파악을 했고 그 자리에서 다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게 그냥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판사는 ”이건 그날 회계장부를 보여준 김창완씨에게 물어봐야하는 내용이 아니냐“며 ”41항을 물어봐봐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 측은 ”피고가 이후에 다시 서울 PMC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했는데 알고 있었냐“고 물었고 홍씨는 ”일부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 정 부회장 측, “정 씨는 아버지와 자유롭게 왕래” / 정 씨 “아버지 중환자실 입원 뒤에야 볼 수 있었던 것”
이날 증인신문 말미에는 정씨 측이 최근 제기한 부친 정경진 종로학원(현 서울PMC)이사장 성년후견 청구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정 부회장 측은 “정은미가 언론에 거짓 정보를 퍼트려 계속해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고 성년후견인을 신청하며 아버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하는데 아버지는 현재 아산병원 입원 중이라 병문안도 자유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일 정 씨가 정 이사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뒤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 부회장이 형제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아버지를 이사시키고, 주소도 알려주지 않은 채 접견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씨 측은 “지금 정은미 측은 아버지 거주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이며 상태가 위독해져 중환자실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그나마 찾아갈수 있게 된 것이고 그게 과연 자유롭게 왕래하는 상태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어 “우리는 기자들이 사실확인을 위해 인터뷰를 요청해서 취재에 응하고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원고(정 부회장)도 수 많은 기자들을 오라고 하며 아버지를 향한 폐륜이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방이 벌어지자 판사는 종결을 선언했고 사건 당사자를 제외하고 모두 내보냈으며 5분 가량 동안 변호인과 재판부와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한편, 두 남매 간의 진실공방의 결과는 12월 23일 오후 2시에 가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