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LCC항공사 승무원의 코로나 생존법 서로 달라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무급휴직기간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여성 승무원의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강서구 내 한 주택에서 국내의 한 항공사 승무원 A씨(27)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현장의 유서와 올 초부터 이어진 휴직에 A씨가 상당한 생활고를 겪었다는 유족의 진술로 미루어보아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항공사들은 여객기의 좌석을 떼어 화물기로 운용하는 등 코로나19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기약 없는 코로나19 사태에 ‘인원감축’은 불가피해졌다.
결국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건 직접 비행을 하는 승무원들이었다.
■ 대형항공사 승무원의 ‘유급’휴직 기간, 1년이 마지노선
대한항공 승무원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으며 유급 휴직이 대부분이다. 유급 휴직자의 경우 평소 임금의 약 70%를 지급 받고 있어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승무원 K씨는 “승진에 특히 신경 쓰거나 직급이 좀 높으신 선배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도 있고 그러시니까 자발적으로 무급휴직을 하시는 경우도 있다”고 전하면서 “대부분은 유급휴직을 한다”고 전했다.
K씨는 “유급휴직은 6개월~1년으로 제한이 있다”고 설명하며 “유급휴직 기간이 끝나 가는데 코로나사태가 끝이 보이질 않아 걱정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조금 내려놓고 휴식하는 기간으로 생각하려한다”며 “틈틈이 요가나 필라테스도 하고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등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다른 항공사 승무원들 얘기도 많이 듣는데 그래도 여기(대한항공)는 정말 괜찮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K씨는 임금을 묻는 질문에 “평소 임금의 70%를 받고 있다”면서 “항공사 마다 상황도 다르고 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승무원의 자살 사건에 대해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 한다”면서 “무급휴직인 곳도 많은데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었던 게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 LCC 항공사 승무원 J씨, 기약없는 ‘무급’휴직 중 / 독서실 청소 알바하면서 9급 공무원시험 준비
이처럼 대형항공사 승무원이 통상 70%가량의 임금을 받으며 ‘유급’휴직기간을 받고 있는 반면, 저가 LCC항공사 승무원들은 ‘무급’휴직에 복귀 시기마저 미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에어에서 이번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퇴사를 한 전직 승무원 J씨는 “앞이 보이질 않아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J씨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반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모아놓은 돈을 조금씩 헐어서 버텼다”면서 “4대 보험에 가입되어있는 상태라 편의점이나 까페 아르바이트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J씨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마냥 주저앉아 기다리다가는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힘들게 들어간 회사지만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열정으로만 버티기에는 당장의 생활고가 발목을 잡았다”면서 “입사한지 갓 1년이 넘은지라 상황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J씨는 오전에 독서실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다.
또 최근 항공사 승무원 자살 사건에 대해 “같은 직종에 있던 분이라 그런지 남일 같지 않다”면서 “개인의 사정이라는 게 다 있겠지만 아직도 마음이 좀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복귀를 기다리며 버티시는 분들에게 하루빨리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