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업괴담, 공백기 1년은 대기업 채용서 ‘서류광탈’?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며 전례 없는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취업 '빙하기'가 길어지면서 급기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졸업 후 취업 전까지의 공백기가 1년 이상인 지원자는 무조건 서류 탈락”이라는 이른바 ‘취준괴담’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취업 준비생 A씨(여,25)는 최근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공백기가 1년이 넘은 30대 취업 준비생인데 올해 서류 전형에 합격한 적이 없다는 것. 기업들이 1년 이상의 공백기를 가진 지원자들을 걸러내는 것 같다는 게시글이었다.
■ “공백기 1년 넘기면 필터링” VS. “코로나19 사태 감안해 더 긴 공백기도 인정될 것”
올해 2월에 졸업한 뒤 채용 전형에서 계속되는 고배를 마시고 있다는 A씨는 “코로나19 탓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서류 전형에서부터 전년도에 비해 적은 인원을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용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공백기 관런 소문까지 돌아서 사기가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글 댓글 창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게시글 작성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보통 공백기가 1년을 넘기면 필터링(채용 과정에서 걸러지는 것) 된다”, “1년까지는 아슬아슬하고 2년부터는 확실히 불이익”, “한국 자체가 공백기에 예민하다”, “똑같은 조건이라면 나라도 공백기 없는 신입을 뽑겠다” 등의 의견을 보냈다.
반면 공백기가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공백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그 기간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할 것”, “본인이 공백기를 가지게 된 이유를 서류에 잘 풀어낼 수 있으면 된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 채용 시장에서 공백기 1년은 이제 기본이다” 등 공백기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내기도했다.
■ 기업 설문조사 결과 “공백기 9개월까지는 채용에 영향 없어, 공백 사유가 중요”
하지만 공백기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취업준비생들의 의견과 다르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인 사람인(대표 김용환)이 지난 6월 기업 283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시 공백 기간과 공백 사유 중 당락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원자들이 공백을 가진 ‘기간’에 대한 평가는 기업 간 격차를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52.3%는 공백 기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기간에 상관없이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은 34.3%,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답변은 13.4%였다.
특히, 기간에 따라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공백 기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 9개월 미만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사람인이 작년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사람인은 인사담당자 400명을 대상으로 ‘신입 채용 시 공백 기간이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인 51.3%가 ‘기간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고 답했다. ‘기간에 관계없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한 담당자는 29.8%였으며, 19%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기간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고 답한 기업들이 ‘평가에 영향이 없는 공백기’라고 답한 기간은 평균 7.5개월. 다시 말하면 7.5개월 이상의 공백기를 가진 지원자는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공백기가 1년 이상이면 채용 전형에 지원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조사 결과다.
물론 소문과 다른 점도 있었다.
해당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들 중 약 80%가 전반적으로 공백기보다 중요한 것이 ‘공백 사유’라고 답했다.
즉, 기업들은 구직자의 취업 공백기에 대해 단순히 ‘기간’만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공백기를 가졌는지를 보다 중요하게 본다는 것. 긴 공백기를 가진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기업들의 이 같은 답변을 참고해 서류 작성 및 면접 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복수의 대기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백기가 서류전형에서 미치는 영향이 있는냐"는 질문에 대해 “인사 관련 부분은 민감항 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