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공통점은 이공계 인력 선호
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JOB뉴스로 특화된 경제라이프’ 매체인 뉴스투데이가 그 직업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그 동안 한국에서 은행원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공학과는 없었다. 신입행원이 되고 나서 은행 내에서 배우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은 그동안 전공에 상관없이 신입행원을 채용해 왔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은행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뱅크 시대가 도래하면서 달라졌다. 시중은행에서 IT분야의 인력 충원은 필수 사항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산업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더욱 그렇다.
■ 시중은행 신입사원 채용 방향, 디지털 역량 강화되고 IT 분야 모집 늘어
올해 하반기 은행권 채용만 봐도 이러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디지털 역량 강조와 IT 분야 채용이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의 경우 2020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서 ‘일반’, ‘디지털’, ‘IT’ 3개 부문을 모집했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에서 일반 행원 및 디지털·ICT, 디지털·ICT 석박사 특별전형을 통한 전문분야 수시채용을 실시했다.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KB국민은행은 서류전형 단계로 디지털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3~5페이지 분량의 사전보고서 제출과 디지털 역량 교육 ‘탑싯(TOPCIT)’ 24시간 과정 이수를 요구한 바 있다. 취준생들이 격렬하게 항의해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달 30일까지 이뤄지는 카카오뱅크의 채용에서도 데이터 플랫폼 운영자, 여신 심사 IT 담당자, 딥러닝 엔지니어 등 기술분야 모집이 두드러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새 들어서는 더더욱 은행이 채용을 할 때 서류상으로 학교와 학과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어서 어떤 과가 은행에 유리한지 애초에 신입 행원들의 학교나 학과를 분석하지 않기 때문에 확실히는 알 수가 없다”면서도 “다만 은행에서 최근 들어 디지털과 IT분야의 채용을 늘린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문과계열을 졸업한 학생이 디지털이나 IT분야에 종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권 채용에 있어서 이과 계열 전공자가 유리하다는 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 은행권 채용시장 변신,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돼
이러한 은행권 채용시장의 변신은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최근 국내지급결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기기 등을 통한 결제가 늘어나며 비대면결제 이용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통한 일평균 비대면 결제액는 전년동기대비 17% 증가해 8330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간편결제 방식을 이용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간편결제 중 핀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9월 기준 61.5%로 나타나며 핀테크 기업의 간편결제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 등 핀테크 기업이 간편결제 초기 시장 장악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시중은행은 이를 견제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고 있다. 늘어나는 비대면 결제 수요로 인해 간편결제 사업에 뛰어들었고 은행전용 앱(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해 비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따라서 은행권에서는 지원자의 디지털 역량을 필수적으로 심사하고 IT 계열 모집을 늘리는 등 채용의 변화가 이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 분야가 디지털과 IT분야로 확대된 만큼 이공계 계열 전공자를 선호하는 반면 일반 행원 모집인원은 전보다 줄어들고 있다”며 “이건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모바일 앱의 활성화가 중요해지면서 디지털 및 IT 업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공통점은 IT와 관련된 이공계 인력 선호에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