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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정의선의 '신노사시대'개막과 서로 다른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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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기자
입력 : 2020.11.03 17:18 ㅣ 수정 : 2020.11.21 16:07

시험대에 오른 이재용의 '노조경영 시대'/현대차는 대표적 강성노조와 '상생의 길' 모색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신노사시대'를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3일 첫 노사간 상견례를 겸한 단체교섭을 가졌다. 이는 삼성그룹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경영 폐기'를 선언한지 6개월 만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달 30일 이상수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와 만났다.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노조지도부와 공식 만남을 가진 것은 19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들 총수가 열어가는 신노사시대의 과제는 상당히 다르다.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삼성전자 단체교섭 상견례 및 1차 본교섭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앞줄 오른쪽)과 최완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기획그룹장(전무, 왼쪽),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왼쪽 두번째) 등 노사 교섭위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새로운 대화의 틀'을 이제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회사의 무노조 원칙을 폐기하고, 노조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의 ‘노조 경영시대’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한국의 대표적 강성노조와 함께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즉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정의선 회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상생 전략으로 선회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 김민재 금속노련 위원장, 이건희 회장 유지 계승 강조/삼성전자-노조 간 다음 교섭은 17일

 

3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상견례 겸 1차 본 교섭을 진행했다. 자리에는 공동교섭단 측 교섭위원으로 김민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공동교섭단 교섭위원 11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에선 최완우 전무를 포함한 교섭위원 11명과 나기홍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상견례에서는 단체교섭 관련 기본 원칙과 함께 교섭위원 활동시간 보장,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사무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기본 합의서에 노사 교섭위원들이 각각 서명했다.

 

양측은 앞서 교섭위원 구성 및 교섭 일시, 장소, 방식, 조합 활동 보장 등을 두고 두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나 부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는 삼성의 새로운 노사관계,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이해하고 동반자로서의 중요성도 인식해가면서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지가 이어지기 위해 앞으로 삼성이 노동조합,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교섭은 오는 17일 개최 예정이다. 양측은 월 4회 정기교섭을 진행하고 필요시 실무교섭을 개최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 현대차-노조, 자동차 격변기 속 상생 전략 ‘청신호’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울산공장에서 이상수 현대차 노조지부장과 오찬을 가졌다.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노조와 만나 생산성·품질 향상, 고용안정 등 발전적 노사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차 노조와 회사가 자동차산업 격변기를 맞아 서로 힘을 모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일 현대차와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이상수 현대차지부장과 오찬을 했다. 하언태·이원희 사장, 장재훈 부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도 배석했다.

 

오찬에서 정 회장은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이어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이에 이상수 지부장은 “품질 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 발전의 원천인 울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4차 산업과 모빌리티 사업에 편성되는 신사업을 울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전기차로 인한 파워트레인(PT) 부문 사업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전기차에 필요한 대체 산업을 외부 생산이 아닌 울산공장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조합원이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올해 조합원은 코로나19을 극복하며 회사 발전에 적극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5만 조합원에 대한 사기진작과 투자도 중요하다”며 “내년 교섭에서 회사의 화답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 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외 경제 상황과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갈등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노사는 임금협상 타결과 함께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도’을 채택했다. 고용안정과 미래차 산업 변화 대응, 부품 협력사 상생, 품질향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이날 경영진과 노조 지부장간 면담은 회사의 미래발전을 위해 노사가 적극 소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발전적 노사관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30일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발발 초기부터 노사가 힘을 합쳐 사내 예방 활동은 물론 지역사회와 부품협력업체도 지원했다”며 “노사가 함께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고용안정과 부품 협력사와 상생을 위해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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