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박혜원 / 이채원 기자] 지난 4일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여동생 정은미 씨가 둘째 오빠인 정해승 씨와 함께 아버지인 정경진 종로학원(현 서울PMC) 이사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또 정은미 씨는 정경진 이사장에 대한 면접교섭권도 신청했다.

정씨는 지난해 별세한 모친 조모 씨의 재산 상속을 두고 정 이사장 명의의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이 제기된 것이 큰 오빠인 정 부회장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부회장으로 인해 정 이사장과의 만남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정 부회장은 정 이사장과 함께 정 씨와 남동생 정해승 씨를 상대로 조모 씨가 남긴 상속재산 10억여원 중 2억여원에 대한 유류분 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조모 씨는 유언장을 통해 정은미·정해승 남매에게만 유산을 상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씨 측은 "정 이사장은 수년 전부터 중증 치매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정 이사장이 자신의 뜻에 의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조모 씨 유산을 둘러싼 법정 다툼 과정에 사실상 정 이사장의 의사가 반영돼있지 않다는 판단하에 부친의 재산이라도 지키겠다는 것이다. 성년후견이란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저하된 성인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며 재산 관리 및 신상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를 이른다. 

현재 정 이사장이 자녀들에게 증여하지 않고 보유한 재산은 40억여 원으로 알려져 있다.  

정 씨 측 변호인은 5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정 씨가 직접 성년후견인이 되기보다는, 법원이 지정하는 제3자가 성년후견인이 되기를 원한다”며 “법원에서 변호사, 전문가 등 제3자 성년후견인에 대한 후보군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년후견 심판이 청구되면, 법원은 정 이사장의 의료기록과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지정 필요성을 검토한 뒤 성년후견인을 지정한다. 정 씨 측 요구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제3자로 지정이 된다면 정 이사장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는 정 부회장의 손을 떠나게 된다. 

지난해 6월에는 조모 씨의 유언장 효력을 확인하는 소송도 진행됐다. 조모 씨가 지난 2018년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에는 “대지와 예금자산 약 10억원 전액을 딸과 둘째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 부회장이 평소 모친의 필체와 동일하지 않다는 등 진실 여부를 의심하자, 정 씨는 남동생 정해승 씨와 자필 증서 유언 효력 확인을 위한 소송을 낸 뒤 승소했다. 

정 부회장 남매간 갈등은 지난해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한 정 씨 폭로에서 시작됐다. 당시 정 씨는 부친으로부터 종로학원 다수의 지분을 증여받은 정 부회장이 일방적으로 사명을 서울PMC로 바꾸고 정 씨의 지분 및 주요 사업들을 매각하는 등 ‘갑질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정 씨는 회계장부 열람조차 허용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후 정 씨는 서울PMC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현재 2심까지 패소한 상태다. 

한편 정 부회장은 정 씨의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냈으며, 이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이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