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KB부동산의 ‘매매·전세거래지수’반전 두고 인위적 시장개입 '비판론' 대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KB부동산의 '높은 가격' 지적/KB부동산은 '거래량 감소' 서비스 일시 중단/높은 가격과 거래량 감소는 모두 부동산 정책 '실패'의 근거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 리브온이 내놓는 부동산 매매 및 전세가격 증감률 격차가 커져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직후, KB부동산이 엉뚱하게 부동산 시장 거래 현황을 알려주는 ‘매매·전세거래지수’ 통계 집계를 중단했다가 일주일 만에 이를 번복했다. 국감에선 '가격'을 논했는데, KB부동산은 '거래량'을 손보려고 한 셈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은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부동산 플랫폼으로, 대표적인 민간 부동산 통계업체다. KB부동산 측은 ‘정확성’에 문제가 있어 집계 중단을 검토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KB부동산의 매매 및 전세가격 추이가 '호가'를 중심으로 작성돼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지적을 한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 압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김현미 장관은 KB부동산의 매매 및 전세가격이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가격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KB부동산은 매매 및 전세거래량 지수 제공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했다. 한국감정원의 거래량 수치보다 KB의 거래량 수치가 적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견상 KB부동산이 김장관의 비판과 무관한 행위를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거래량이 줄어드는 현상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근거가 된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된다는 수치와 마찬가지로 김 장관이나 국토부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데이터이다. 따라서 KB부동산이 거래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매매·전세거래지수’ 제공을 중단한 것은 정부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애초 한국감정원의 거래량 통계와 KB부동산의 거래지수는 산출 방식이 달라 어느 한쪽이 뚜렷하게 정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정리하면 한국감정원 통계는 ‘정확성’ 면에서, KB부동산 거래지수는 ‘현장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이야기이다.
■ 국감서 공인-민간 통계 증감률 격차 지적 나온 직후 ‘매매·전세거래지수’ 폐지 발표했던 KB부동산/ ‘정치외압’ 의혹 부정하고 통계 재공개 발표
지난 16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현 정부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증감율 격차가 15.2%포인트까지 벌어졌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의 0.4%포인트의 38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5.7%(97.3→112.6) 증가했지만,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30.9%(96.1→125.8) 증가했다.
실제로 공인 통계인 한국감정원과 민간 통계인 KB부동산의 아파트값 증감률은 최근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10월 3주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1%다.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08%로, 전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감정원 측은 “7.10 부동산 대책 이후 대체적으로 매수세가 둔화된 가운데, 신규 분양물량 감소와 상대적 전세물량 부족 등의 영향으로 10억 이하 단지나 소형 평형 위주로 거래됐다”고 밝혔다.
반면 KB부동산이 같은 기간 조사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 통계에 따르면, 10월 3주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증감률은 0.31%였다. 전세 상승률은 0.51%로 KB은행 집계상 9년 만의 최대치다.
이 같은 송 의원 질의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KB통계는 호가 중심인 것으로 안다"며 "대출을 많이 받게 하려고 시세를 높이는 경향이 있어 대출할 때 사용한다”고 답했다. KB부동산의 통계는 부동산 매도자가 팔기를 희망하는 값에 해당하는 호가를 반영한 것이라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시장의 평가에 방어적 자세를 취해왔다. 김 장관은 지난 9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 물건이 급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전세 거래량은 언론보도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르다"며 "서울 전세 거래량이 줄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선 적지 않은 숫자"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지적이 이뤄진 3일 후인 KB부동산이 주택 매매·전세 거래동향지수 공개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선 정치권의 압박을 의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났다.
결국 KB부동산 측은 지난 26일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통계 지수를 원하는 분들의 수요를 반영해 재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KB부동산 매매·전세 동향지수란 무엇? / KB부동산 관계자 “자의적 설문조사에 가까워 정확성은 담보 못하지만…즉각적인 현장 분위기 반영”
KB부동산은 주간 보고서를 통해 매매·전세거래지수를 포함한 매수우위지수, 전세수급지수, 가격전망지수 등의 매매·전세 시장 동향지수를 발표해왔다.
이중 매매·전세거래지수는 4000여 명의 전국 부동산중개업체와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해당 주의 거래 정도를 파악하여 산출하는 지수다. 0~200 범위에서 수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 수록 거래가 한산하고 200에 가까울수록 한산하다는 뜻이다. 즉 조사가 이뤄지는 시점의 시장에서 부동산 거래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를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 파악하는 수치다.
KB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일 조사는 전국 부동산중개업체 3509곳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중 900여 곳이 서울 지역 업체다.
KB부동산의 지난 19일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 지역의 매매거래지수와 전세거래지수는 둘다 8.6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서울 지역 매매거래와 전세거래지수가 각각 12.4 19.5였던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거래량이 안정적이라는 김 장관의 반론과 달리, 매매시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한국감정원도 부동산 실거래량 통계를 발표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계약 후 한 달 안에 신고가 이뤄진 거래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이에 최대 한 달의 시차가 발생해 다소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전·월세 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어 전체 수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KB부동산의 통계도 뚜렷한 한계가 있다. 실제 거래량과 상관없이 조사 대상이 되는 공인중개사 업체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지수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KB부동산 관계자는 27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설문조사 시 공인중개사들에게 매매거래 현황에 대해 ‘활발함’, ‘보통’, ‘한산함’이라는 세 가지 항목 중에서 선택하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권 압박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 영업을 활발하게 하는 곳인지 등 상황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어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순 없어 조사를 중단하려고 했으나, 국정감사 직후라 사실과 다르게 오해가 불거지면서 다시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한국감정원의 거래량 통계는 실제 신고된 계약을 기반으로 하지만, 신고 시점과 발표 시점에 최대 한 달의 시차가 있다. 반면 KB부동산의 매매거래지수는 설문조사를 통해 업체들의 ‘체감’을 반영해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지만 현장 분위기를 읽는 지표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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