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혜진 기자 입력 : 2020.10.21 08:11 ㅣ 수정 : 2020.10.22 21:15
65세 윤종규 회장, ESG경영 성과 업계 1위로 ‘미래비전’ 제시 / 허인 행장은 ‘리딩뱅크 수성’으로 경영능력 입증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은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가장 진취적인 ‘ESG경영비전’ 등 미래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허인 행장의 경우 코로나 여파에도 리딩뱅크를 수성하는 등 KB국민은행의 진일보한 경영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KB금융지주는 9월1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 후보자로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을 선정한 데 이어, 10월20일 열린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에서는 허인 현 행장을 KB국민은행 행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 윤종규 회장, 차별화된 ‘ESG 경영비전’ 제시…ESG 평가 전 부문에서 ‘all A+’
앞서 업계에서는 윤종규 회장(65)의 연임을 점치면서도 노조반대, 코로나 여파 등을 불안 요소로 꼽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발 금융권 지각변동 속에서 KB금융을 보다 진취적으로 이끌 새 인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3연임을 수성한 윤종규 회장의 강점 중 하나는 차별화된 ESG(경제·사회·지배구조)경영비전 제시였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즉 계열사들의 모회사로서 어떤 미래가치를 내세우느냐는 것은 회장 후보를 검증하는 데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실제로 ESG 추진 전략은 회추위에서 회장 후보자들에게 주어졌던 심층 질문 중 하나기도 했다.
특히 윤 회장은 올해 3월 신설된 KB금융의 ‘ESG위원회’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ESG경영 강화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동안 ESG관련 상품·투자·대출 등을 20조원 수준으로 늘리기도 했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가장 큰 투자규모다.
그 결과 지난 14일 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ESG 평가에서 금융지주회사 중 유일하게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등 전 부문에서 A+를 달성했다. ESG경영성과 면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업·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가 사회 전반적인 흐름이 되다보니 투자에서도 ESG가 중요 고려사항이 됐다”며 윤 회장이 ESG에 방점을 두는 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회장의 ESG비전은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KB금융이 책임경영을 선도하는 리딩금융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를 방증하듯 윤 회장은 금융지주 CEO 중 가장 먼저 ESG경영을 본격 확산시키기 위한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지난달 KB금융이 발표한 ‘KB 그린 웨이(GREEN WAY) 2030’는 ESG 관련 투자 등을 2030년까지 30조원 증액한 50조원으로 확대하고, 전 계열사의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줄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향후 KB금융은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선박·자동차 등 민간 투자사업 분야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ESG채권을 지속 발행함으로써 친환경, 사회적 사업 등에만 한정해 사용하는 투자금 조달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한 전 계열사의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지주의 모든 계열사가 탈석탄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 중 처음으로 2연임에 이어 3연임을 하게 되며, 11월20일 개최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2023년까지다.
■ 허인 행장, ‘경영 성과’로 검증된 리더십…2분기 ‘리딩뱅크’ 수성
허인 행장(60)의 3연임을 결정지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경영 성과다.
실제로 지난해 라임 펀드, 독일 헤리티지 DLS사태 등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직격탄을 받았을때 유일하게 KB국민은행만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도 허 행장 덕분이라는 말도 나왔다. 허 행장이 KB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경영기획그룹 전무, 여신심사본부 상무 등 다양한 요직을 지낸 경험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각 금융지주에서 여타 시중은행 등의 사모펀드 사태 대응을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을 때 KB국민은행은 그럴 필요성이 적었다.
그 결과 올 2분기 ‘리딩뱅크’를 수성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6604억원으로 신한은행(5142억)보다 약 1500억원 앞섰다. 순이자이익은 3조2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급증했다.
허 행장은 그동안 KB국민은행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해외사업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인 프라삭 인수에 성공했으며, 올해 4월에는 미얀마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지난 8월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추가 지분 인수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신남방 중심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을 본격 강화했다.
또한 허 행장은 빅테크·핀테크 등과의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은행 고유의 장점인 대면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비대면채널만을 통한 상담 서비스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일정 지역의 6~7개 영업점을 하나의 지역거점 점포로 통합 운영하는 ‘PG 2.0(파트너십 그룹)’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원스톱 전문상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직원의 종합금융상담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한편 허 행장은 오는 11월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 최종 심사∙추천을 거쳐 은행 주주총회에서 은행장으로 선임된다. 임기는 내년말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