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ESG 성적표 ‘명암’ 엇갈려
기업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연구·조사를 수행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 900여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등급을 부여하는 기관이다. 매년 10월에는 상장회사들을 대상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3가지 부문에 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ESG 평가 및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ESG등급은 재무적 가치를 넘어선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 지수로 주목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발표 등을 토대로 삼아 국내 주요기업들의 ESG 경영 실태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및 등급’에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받은 성적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KB·신한은 나란히 ESG 통합등급 A+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이 A등급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금융은 B+로 가장 낮은 등급을 기록했다.
■ 금융회사, ESG 평가 중 지배구조(G) 특히 까다로워
금융회사와 일반 상장회사는 ESG등급 중 지배구조(G)에서 평가 항목이 상이하다.
일반 상장회사는 주주권리보호, 이사회, 감사기구, 공시 등이 평가 항목인 반면, 금융회사의 경우 내부통제, 최고경영자, 보수, 위험관리 등 4개의 항목이 추가로 적용된다. 금융회사 고유의 사업특성상 경영의 투명성, 책임 경영체제 등이 일반기업에 비해 훨씬 중요하게 고려되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및 감사위원회(감사위) 관련 기업 관행이 개선되거나, 임추위의 독립성 제고 혹은 감사위·외부감사인의 커뮤니케이션 관행이 개선된 곳 등에서 등급 상승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원이 집계한 2020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서 A~A+등급은 2019년 대비 3곳이 증가했다. B~B+등급을 받은 금융회사는 30곳으로 동일했다. C등급은 5곳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2곳 적었으나 D등급은 0곳을 기록했다.
■ KB금융, 올A+로 1위 / 신한금융, 환경A+·사회A·지배구조A+ / 이사회 내 ESG경영 관장 기구 有
KB와 신한은 리딩금융 경쟁사답게 올해에도 ESG 통합등급 A+를 달성했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A+등급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상당히 적은 것’”을 뜻한다.
다만 세부항목에선 KB금융이 E(환경)·S(사회)·G(지배구조) 등 전부문에서 A+를 달성했고, 신한금융은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역량을 결집해 ESG경영을 지속적으로 확산해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해 9월 그룹 ESG 전략방향을 수립한 데 이어 올해 3월 윤종규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2인 및 사외이사 7인의 이사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바탕으로 KB금융은 현재 20조원 수준인 ESG관련 상품·투자·대출 등의 규모를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확대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KB 그린 웨이(GREEN WAY) 2030’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금융지주회사 중에서 가장 큰 ESG 투자 규모다.
신한금융의 경우 2017년 수립한 ‘2020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ESG 추진체계를 한층 정교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ESG경영을 추진하는 기구는 크게 두 가지다. 이사회 내 설치된 ‘사회책임경영위원회’가 ESG관련 전략·규정 등을 결정하며, 지난해 신설된 ‘지속가능경영 협의회 및 실무협의회’는 지속가능경영 성과 등을 사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금융 지원을 실시했다. 2030년까지는 저탄소 녹색산업 분야에의 대출·투자규모를 20조원 가량 추가 투입할 방침이며, 이는 KB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큰 ESG 투자규모에 해당한다.
■ 하나금융, A등급으로 3위 / 우리금융 B+등급 4위 / CEO가 참여하는 사회적 책임(S) 강화 기구 출범
하나금융은 ESG 통합등급에서 A를 기록하며 세부등급 기준 5대 금융지주에서 3위를 차지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전 부문에서 A를 달성했다. “ESG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적절히’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김정태 회장이 참여하는 ‘혁신금융협의회’를 출범, 혁신기업 투자·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S)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그룹 내 사회책임경영을 총괄하는 행복나눔위원회를 ‘사회가치경영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두 기구 모두 이사회 내부에 설치된 기구는 아니지만 ESG전략 등을 포함한 사회가치경영 강화에 앞장설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가장 낮은 ESG 등급을 받은 곳은 우리금융이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서 모두 B+를 기록, 통합등급 B+를 받았다.
기업구조지배원은 “ESG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다소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1월 지주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이 ESG경영을 안정적으로 내재화하기에는 여타 금융지주에 비해 시간이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역시 손태승 회장이 참여하는 ‘혁신금융추진위원회’를 지난해 출범시켜 사회적 책임(S) 제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지배구조(G) 부문의 개선을 위해 금융지주회사 중 최초로 이사회 내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신설,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의 ESG경영 평가와 관련해 “ESG 관련 투자·지원 규모가 큰 곳은 물론, ESG를 본격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직체계 등 인적 인프라 등이 잘 정비된 곳이 상위등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NH농협금융의 경우 비상장 회사에 해당해 지배구조 등급(A)만 공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