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직업] 옵티머스 회장이 호가호위한 금감원장은 민간기관 수장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10.15 07:15 ㅣ 수정 : 2020.11.21 15:34

민간기관이지만 ‘무소불위’ 권력 지닌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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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시건에 금융감독원 임직원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견제를 거의 받지 않는 금융권력을 지닌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정관계 로비나 유착에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금융회사 등에 대한 제재를 맡고 있는 금감원 인사가 퇴사 이후 금융회사에 등용되는 등의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도 각종 비리를 부르는 원인으로 꼽힌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금감원 직원간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금감원 국감, 양호 옵티머스 전 회장…전 금감원장, 금감원 출신 인사 등과의 로비 의혹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녹취록를 통해 양호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회장과 금감원 임직원 간의 유착관계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이 녹취록에는 양호 전 회장이 2017년 11월9일 자신의 비서에게 “다음 주 금감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해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더라”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양 전 회장이 최홍식 전 금감원장과 접촉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양 전 회장은 2017년 10월20일 금감원 검사역과의 통화에서 “제가 11월 2일은 최흥식 원장과 만날 일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양 전 회장과 옵티머스 고문을 지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경기고 동문”이라며, “(녹취록에 따르면) 양 전 회장과 이 전 부총리가 친해서 금감원에 로비를 했고, VIP 대접까지 해주면서 도와준 정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강의원은 “대한민국의 금융검찰인 금감원이 본연의 역할을 뒤로한 채 옵티머스와 깊은 유착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국민의당 의원은 옵티머스 사건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이모 전 행정관이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해덕파워웨이’의 감사로 금감원 출신 인사가 참여했다며 ‘봐주기식 감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금감원 출신 인사가 해덕파워웨이 감사와 관련해 금감원에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며 전화했고, 그는 이모 전 행정관과도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로비 정황을 언급했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은 옵티머스의 자본금 미달에 대한 조치 결정을 두고 금감원이 시간을 끌며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본금 부족에 대한 검사를 끝낸 날로부터 이에 대한 시정조치 유예를 결정하기까지 총 112일이 걸렸다. 이는 2015년 이후 금융당국이 관련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인 58일보다 약 두 배 정도 길다.

■ 금감원, 막대한 금융권력 지닌 공적 민간기구…금융위와 함께 금융감독 역할 도맡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금융감독원은 공적 민간기구지만 정부기관에 준하는 금융권력을 갖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정부기관에 쏠려있는 금융감독 기능을 민간 부문이 나눠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신설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 관료들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1999년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해 금융감독원이라는 새로운 공적 민간기구가 출범한 것이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를 정부기관으로 신설하면서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금융감독 집행 권한을 위탁받게 됐다. 이로써 금융위는 금융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중 중징계 이상을 의결하고, 금감원장이 경징계를 결정하도록 하는 사실상 금융감독 이원화 체계가 정립됐다.

■ 금감원 직원 퇴사 후 시장 감시자→시장 플레이어로…각종 비리 양산 / 금융위의 금감원 견제기능도 부실

금감원이 갖는 권한은 금융위에 비해 얼핏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금융회사 등이 금감원이 내리는 징계에 이의를 제기할 순 있지만, 웬만하면 그대로 따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척을 지면 보복 감사 등에 대한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금감원의 1조5000억원대 펀드 사기 연루 가능성에 대해 놀랍지 않다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금감원 직원이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퇴직 이후 금융회사 등으로 가게 되면 전관 예우급 대우를 받는다”며, “‘시장 감시자’ 역할을 했던 사람이 ‘시장 플레이어’가 되면서 대내외적인 비리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감원은 막대한 권한에 비해 견제가 부실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B씨는 “금감원은 애초에 금융감독에 대한 정부의 비대한 역할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상급 기관에 해당하는 금융위의 금감원 견제 기능이 약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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