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빈곤의 악순환' 깨는 '착한은행'된 까닭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비중이 급감했다. 2016년 30%대를 유지했던 비중이 올해 6월 25.2%대로 줄었다. 경기의 악화로 인해 상당수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행장 권광석)은 유일하게 39%대의 중기신용대출 비중을 보였다. 자사의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가 위험을 감지하지 않았고 굳이 줄일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우리은행이 '착한 은행'인 셈이다.
윤관석 의원이 12일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중소기업에 대한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의 평균 신용대출 비중은 25.2%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25.9%)에 비해 0.7% 포인트 줄어든 수치며 2016년까지 30%대였던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또한 무담보·무보증 순수 기술신용 대출 비중도 2016년 21%에서 올 6월 15.7%로 떨어졌다. 반면 담보를 낀 기술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61.8%에서 69.1%로 증가했다.
이는 올해 코로나19발 경제 악화로 인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리스크 관리를 지시한데 따른 결과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담보대출이나 보증대출이 늘어나지만 신용대출은 반대로 감소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최근 수년 동안 높은 중기 신용대출 비중을 유지해왔다.
우리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39.4%의 중기신용대출 비중을 보였다. 15년도 말 41.5%를 기록한데 이어 17년도부터는 39.6%, 18년도 39.3%, 19년도 39.5%를 이어가며 4년 연속 39%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평균 중기신용대출 비율이 20%대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 시중은행,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비중 줄여 / 우리은행,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맞춰 높은 중기대출 비중 유지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기신용대출을 줄인 이유에 대해 “경기가 악화될수록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하면서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신용대출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기신용대출 비중을 4년 연속 39%대로 유지한 우리은행 측은 연체율 등 자사의 리스크 시스템에 문제가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대출비중을 줄이지 않은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의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가 위험을 감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30%대의 중기신용대출 비중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신용등급이 낮은 것도 아닐뿐더러 큰 위험이 감지 되지 않으니 줄일 필요도 의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경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기존 신용대출 비중을 크게 줄일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지침에 맞춰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대출도 줄인 다른 시중은행의 '기계적 대응'과 비교된다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