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형제의 난’ 승자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강점에 집중하는 ‘정도경영’

이서연 기자 입력 : 2020.10.07 22:16 ㅣ 수정 : 2020.11.21 15:24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 ‘경영철학’ 실천, 코로나19 위기 뚫고 실적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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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1970년 설립된 후 50여년 간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파트너로 함께 성장해온 금호그룹은 지난 2009년  ‘형제의 난’을 거치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화됐다. 공교롭게도 형제의 상이한 경영철학처럼 두 그룹은 현재 경영 실적 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호그룹의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의 3남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면서 회장 복귀 시나리오는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룹을 ‘재계 5위’로 이끌어 올리겠다는 박삼구 전 회장의 ‘공격적 경영’이 안팎의 변수로 인해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반면에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강점에 집중하는 ‘정도경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개선을 앞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좌)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우) [그래픽=뉴스투데이]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분리 판결을 받은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당시 재계 서열 64위였으나 박찬구 회장의 ‘뚝심경영’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왔다. 소재혁신의 최전선에서 최고의 가치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합성고무 사업을 중심으로 합성수지, 정밀화학, 나노탄소, 에너지, 건자재 등 사업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  코로나19 위기 속 올 반기 영업이익 2532억원 / 3,4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대 / 강점인 합성고무의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급증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로 인한 석유화학기업의 전세계적인 부진 추세에도 불구하고 특화된 포트폴리오로 실적개선, 주가상승 등을 이끌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반기 영업이익은 2532억 8799만원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부진했으나 ‘79분기 연속 흑자경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제품 단가 역시 상승하며 올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주가는 3,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감에 힘입어 장중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은 강점에 집중한 결과로 평가된다. 주력 제품인 타이어용 합성고무 부문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합성고무를 원료로 한 고부가가치 상품인 NB라텍스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다. 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NB라텍스는 라텍스 보건용 위생장갑의 원료로서 금호석유화학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분야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라텍스 NB라텍스 마진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3분기 합성고무 영업이익은 908억원으로 근 10년 내 최대치가 예상된다”며 “2021년 고무사업의 빅 사이클(Big-Cycle)을 전망한다”고 예측했다.

 

3개월 간 금호석유화학 주가변동추이 [자료=네이버 증권]
 

■ 박찬구 회장 “한 업종이라도 1등 하는게 정도경영” /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점유율 35%

 

박찬구 회장의 강점 집중 전략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경영철학이다. 그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하며 “한 업종이라도 세계에서 1등 하자는 것이다. 난 그것이 선친께서 늘 강조하신 정도경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려면 품질과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이에 장갑 경량화와 화학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생산공정을 개발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NB라텍스 생산기술을 독자 개발해 생산에 성공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하여 현재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는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에서 만드는 페놀유도체도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는 페놀과 아세톤, 비스페놀A 등으로 구성되는데, 아세톤이 손 소독제의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사태의 장기화에 유가 하락까지 겹쳐 대부분의 화학제품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도 아세톤만큼은 가격이 뛰었다.

이 외에도 주력제품인 자동차 타이어용 합성고무 또한 강도·연비 향상 연구와 대세로 자리 잡은 전기차 시대와 관련한 미래 시장 대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신 박찬구 회장은 경쟁력 없는 사업부는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생산 라인은 NB라텍스 라인에서 병행 생산토록 했다. 이 외에도 올해 2월 전자소재·탄소나노튜브(CNT) 부문 내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사업부문을 SK머티리얼즈에 매각했다.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하기보다 본업인 석유화학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NB라텍스나 아세톤 사업에 몰입한 것은 단적인 사례이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그래픽=뉴스투데이]

■ 통계학과 출신다운 꼼꼼함, 임직원들과의 의사소통 중시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창립한 박인천 전 회장의 5남 3녀 중 4남으로 태어났다.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등학교(42회),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금호실업에서 근무를 시작해, 금호건설 상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이 되었고,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석유화학 부문 회장이 되었다.

통계학과 출신답게 꼼꼼하며 사내에서 임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박 회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 속에 금호석유화학을 포함한 11개 계열사 전 직원에게 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해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선 “인근 소상공인 위해 쓰라”는 메시지를 전한 박 회장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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