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의 ‘ESG 파이낸셜 스토리’가 낙점할 계열사는?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우리는 이미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석을 앞두고 지난 22일 SK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한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격변속에서 새로운 진화 전략의 하나로 ESG경영을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적 성과 이외에 ESG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낼 때 시장과 재무적 투자자들로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SK이노베이션·SKC·SK E&S가 K-택사노미 분류에 근접? / 환경부, 11월 중 K-택사노미 프로젝트 완성할 듯
그렇다면 향후 최 회장의 ESG 관련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의 대상이 될 계열사는 어느 곳일까. 이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ESG 경영 및 투자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도 ESG의 개념적 모호성이 과제로 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전미 대체투자협회 브랜트 멀러 의장도 지난 11일 뉴스투데이가 개최한 ‘ESG 포럼 2020’의 화상대담에서 “ESG라는 용어가 너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ESG의 정의에 대해 말해달라”며 대담 상대자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ESG 중 'E'에 해당되는 녹색 금융의 기준을 제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택사노미(Taxonomy·표준분류체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환경부는 K-택사노미를 완성해 연말 이내로 발표할 예정이다. 녹색금융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 바로 ESG 중 E에 해당되는 기업 혹은 산업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최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의 대상이 되는 SK계열사는 환경부의 K-택사노미에 포함된 업종일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K-택사노미 프로젝트는 녹색 전개 활동, 기업의 경제 활동 등을 분석해 어떤 활동들이 녹색에 해당이 되는가, 아닌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연구”라고 밝혔다. “올해 11월에 프로젝트 관련 연구에 마침표를 찍고, 올 12월 큰 틀에서의 K-택사노미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볼 때, SK이노베이션·SKC·SK E&S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개사의 사업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핵심 신사업 모델(BM)이 전기차 배터리다. 석탄으로 달리는 승용차에서 전기로만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확대 보급은 친환경적이다. 그리고 그 전기차를 구동시키는 핵심 동력이 바로 ‘전기차 배터리’다. 화석연료에 주력해온 SK이노베이션이 ESG에서 ‘E’(Environment·환경), 그린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그린, 기술, 글로벌이라는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SKC는 SK그룹 계열사 중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적극 이행하는 계열사로, 바이오플라스틱과 같은 친환경 소재 사업과 2차전지 배터리 소재인 동박사업을 시발점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SK E&S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진행하는 수상 태양광 200MW(메가와트) 발전사업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MW 수상 태양광은 부지 면적으로는 약 264㎡(약 80만평)로 여의도 넓이(약 88만평)과 맞먹는다.
여기에서 연간 생산되는 전력량은 263Wh(기가와트시)로 5만5000가구가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SK E&S의 이번 수주는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향후 국내에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합쳐 최소 2GW 규모 설비를 운영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국내외 재생에너지 사업을 5GW씩 총 10GW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