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9.23 20:02 ㅣ 수정 : 2020.09.23 20:02
상고출신 행원으로 출발해 첫 내부 출신의 KB금융 회장 3연임까지
[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이 KB금융 출범 이래 사상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종규 회장은 임기 동안 리딩금융 수성, 비은행부문 강화, 내부조직 안정화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앞으로 윤 회장은 디지털금융 및 ESG(Economic·Social·Governance)경영 강화 등을 통해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임을 거듭하며 발생하고 있는 노조와의 갈등은 숙제로 남아있다.
■ KB금융 신기록 행진의 주역…당기순이익 '3조원대' 달성 & '리딩금융' 9년만에 수성 / 푸르덴셜생명 완전 편입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지난 16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회추위는 같은날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으로 선정된 윤종규 회장,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로서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지주 역사상 첫 3연임을 달성하게 됐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20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 이후 3년 임기를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선우석호 회추위원장은 “인터뷰에 참가한 네 분 모두가 차기 KB 회장으로 손색이 없는 분들이었지만,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줬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코로나19와 같이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KB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윤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회추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업계에서도 윤종규 회장이 임기 동안 달성한 실적 등을 이유로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윤 회장은 2014년 첫 취임 이후 2017년 그룹 역사상 최초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달성했다. 그 결과 신한금융으로부터 9년만에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었다.
금융지주사 실적의 바탕이 되는 자산 규모도 껑충 뛰었다. 2014년 말 기준 KB금융의 자산총액은 308조원으로 신한금융보다 30조원 적었다. 그러나 2017년 처음으로 400조원대를 돌파(436조원)하면서 신한금융보다 20조원 앞섰다.
라임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Fund) 사태 등을 빗겨가면서 올 2분기 역시 당기순이익이 9818억원으로 신한금융보다 1088억원 더 늘어났다.
비은행부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2017년 KB손해보험·KB캐피탈 이후 이렇다 할 비은행 포트폴리오 라인업이 없었지만 올해 푸르덴셜생명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 '상고 출신 천재' 윤종규 회장…첫 내부 출신 KB금융 회장 / KB사태 이후 선임돼 내부 정상화 &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
'상고 출신 천재'라 불리는 윤 회장은 1955년 전라남도 나주 출생으로 광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73년 한국외환은행에서 고졸행원으로 시작해 야간 재학을 통해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 이후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까지 외환은행에 몸을 담았던 윤 회장은 1980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상무, 전무, 부대표를 지냈다. 이후 2002년 KB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장·부행장직을 거치고 2004년 KB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대표‧부행장을 맡았다. 2010년에는 KB금융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를 역임했다.
윤 회장은 2004년과 2013년 KB에서 두 번이나 퇴사했지만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동반퇴진한 ‘KB사태’ 이후 다시 KB로 돌아왔다. 2014년 KB금융에서 첫 내부 출신 회장으로 당선된 후 2017년 재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은 취임 초기 내부 안정화에 공을 들이면서 △리딩금융그룹의 자긍심 회복 △고객 신뢰 회복 △그룹의 핵심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삼았다. KB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원 펌, 원 KB(One Firm, One KB)’를 모토로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에 열을 올렸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선에도 힘썼다. 사외이사 선임을 투명화했고, 비상설기구였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전환했다. 이사회 역시 관련 업계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인사들을 다양하게 등용했다.
■ 윤 회장, 뉴노멀 비전… 디지털금융·ESG경영 강화 / 글로벌비즈니스 확대로 국내 경기침체 대응 / 장기적인 노사갈등 해소는 미결과제
향후 3년의 임기 동안 윤 회장은 △뉴노멀 시대에 대응한 디지털금융 및 ESG경영 강화 △해외사업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이 중점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디지털금융과 관련해 윤 회장은 3기 경영목표로 ‘넘버원 금융 플랫폼’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종 사이 경계를 넘어 특히 빅테크와 여러 면에서 디지털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고객의 편의와 혜택을 강화하느냐”라며 “그 점에서 KB금융은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KB금융의 장점으로 ‘종합적 금융서비스 제공’을 꼽았다.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통해 빅테크보다 더 포괄적인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회장은 “(KB금융의) 경쟁력을 살리면 Simple(단순), Speedy(속도), Secure(보안)가 특성인 디지털부문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 경영도 윤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현재 20조원 수준인 ESG관련 상품·투자·대출 등의 규모를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확대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KB 그린 웨이(GREEN WAY) 2030’를 제시했다.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직접투자 뿐 아니라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1000억원 규모의 ‘KB신재생에너지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1호’ 펀드를 조성해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사업, 영암 풍력발전사업, 등에 투자했고 연내 2호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해외사업 등 글로벌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윤 회장은 “한국시장이 성장 정체를 겪더라도 새 성장동력이 필요한 만큼 글로벌 쪽을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동남아와 선진시장의 Two-track(투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수익 개선 및 법인 확장 등 코로나로 주춤하고 있는 여러 계열사의 글로벌비즈니스에도 집중해 수익원 다변화를 이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년 간 꾸준히 이어진 노조와의 갈등은 윤 회장의 미결과제로 남아있다.
앞서 KB금융 노조협의회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윤종규 회장의 재연임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윤종규 회장이 최고경영자로 군림했던 6년은 각종 의혹과 잡음으로 점철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