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 이야기 (33)] 조종사 자격증 시험② 천신만고끝에 치른 최종시험, 시험관은 왜 불만?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9.25 15:01 ㅣ 수정 : 2020.11.21 16:05
호놀룰루 공항 단독 왕복비행에서 체험한 '비경(祕境)의 추억' 잊지 못해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가장 인상 깊었던 비행경로는 호놀룰루 공항을 이륙해서 동쪽으로 비행하다가 마우이(Maui)의 카훌루이(Kahului) 공항에 착륙해서 중간급유를 하고, 다시 빅 아일랜드(Big Island(의 코다(Kona) 공항까지 가서 착륙 후에 재급유를 한 다음, 돌아올 때는 곧바로 호놀룰루 공항까지 오는 비행 경로였다. 비행고도는 대략 1,500~3,500 ft(피트) 였고, 낮은 고도로 비행을 하면서 오아후 섬 동쪽에 있는 몰로카이 섬과 마우이 섬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에 바라본 섬은 비경(祕境)이 따로 없었다. 달력의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비경들의 연속!!!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시에는 Gopro와 같은 액션 캠이 없어서 훌륭한 장면을 촬영하지 못했는데 그런 환상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 안개가 몰려오는 코나 공항에 착륙 시도, 시간 부족으로 햄버거도 못먹고 귀환
가장 거리가 긴 장거리 단독 비행(규정상 총 비행 거리가 300마일 이상을 비행해야 한다)을 했던 날은 몇 가지 에피소드 때문에 기억이 많이 남는 날이었다. 이날은 기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호놀룰루 공항에서 이륙이 조금 늦었다. 마우이의 카훌루이 공항에서 중간 급유를 마치고 Kona 공항으로 가는데, 마우이 섬을 벗어나면서 시정이 점점 안좋아졌다.
날씨가 좋으면 마우이 섬을 벗어나면서 Big Island의 북쪽 해안이 보인다. 그러나 이날은 안개가 몰려오면서 바다도 잘 안보이고 Big Island의 북쪽 해안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게 안개 속에서 비행을 하게 되었는데, 점점 짙어지는 안개 때문에 시정이 나빠졌고, 이에 따라 필자는 Kona 까지 비행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 호놀룰루로 돌아가야 할지를 고민했다.
아마 휴가 기간이 길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안전상 다시 호놀룰루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여유가 없었기에 혹시나 해서(아래쪽은 시정이 좋기를 바라면서) 고도를 조금 낮춰 보았다. 고도를 1500 ft 정도로 낮추자 그 고도에서는 다행히도 안개가 옅어지면서 시정이 비교적 좋았고,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도 보였기에 비행을 강행했다.
시정이 좋았다고 하지만 7 mile clear는 아니었고, 겨우 VFR(시계비행) 조건이 되는 정도였다. 긴장한 가운데 수평비행을 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저 멀리 거무스름한 형태가 보였다. Big Island의 북쪽 해안이었다. 그때 그 기분이란!!! 선원들이 망망대해에서 헤매다가 육지를 발견하고 "육지다!"라고 외쳤을 때의 심정이 그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Big Island의 Kona 공항에 착륙해서 재급유를 마치고 나자 시장기를 느꼈다. 공항 밖의 햄버거 가게를 가려다가 호놀룰루까지 비행시간을 계산해보니 햄버거를 먹고 출발하면 아무래도 일몰 이후에나 도착할 것 같아서 햄버거는 포기하고, 가지고 갔던 콜라와 약간의 비스켓만 먹고 곧바로 이륙했다.
이륙 후 Kona 공항 관제탑의 관제 범위를 벗어날 즈음해서 Kona 관제탑에서 연락이 왔다. “N0000(필자가 조종하는 항공기 호출부호), Kona tower! Frequency change approved !”, “Kona tower, N0000! Roger! Leaving your frequency. Good day!” 이국적인 풍경의 아름다운 Big island를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기수를 호놀룰루 공항으로 향했다.
(Big island는 필자가 대령 때 하와이에서 열린 軍 관련 국제회의에 참가했었는데, 이때 Big island에 갈 기회가 있었다. 이때는 Big island를 비교적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었고, ‘비행시간에 쫓겨서 먹지 못했던 햄버거’를 식당에 앉아서 여유있게 먹을 수 있었다.)
■ 호놀룰루 공항으로 귀환할 때 공중대기하면서 저녁노을 감상
시험 전날, 마지막 장거리 단독 비행을 마치고 호놀룰루 국제공항으로 돌아올 때는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한 시간이었고, 그때 본 저녁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공항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호놀룰루 관제탑에서 갑자기 필자의 항공기를 호출한다. 그때 위치가 공항에서 대략 동남쪽으로 3~4마일 정도 떨어진 바다 위(고도 1500ft 정도)였다. 호출한 이유는 활주로에 접근하는 타 항공기에 비상 상황이 발생해서 그러니 현재 위치에서 잠시만 holding 하고 있으라는 지시였다.
이에 필자는 그 위치에서 크게 원을 그리며 비행을 하면서 저녁노을을 감상했다. 이때쯤에는 그곳에서의 비행(공중상황)에 익숙해진 터라 공항의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며 여유있게 비행을 하고 있었다. 한바퀴 원을 그리고 난 후에 관제탑을 호출해서 계속 holding 해야 하는지 여부를 물어보니 대기해 줘서 고맙다고 하며 활주로로 접근하라고 지시했다. 이제 내일이면 최종 시험이다.
드디어 최종 시험 당일! 아침 일찍 비행 클럽으로 가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험관을 기다렸다. 시험관은 무척 나이가 많은 일본계 미국인이었는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시종일관 차분하고 상대를 편하게 대해 주는 사람이었다. 시험관과 필자, 단 둘이만 비행 클럽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서 구두시험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필자가 다소 긴장한 탓인지 시험관의 질문을 빨리 이해하지 못하고 대답도 약간 늦었다.
■ 시험관은 일본계 미국인, 그의 표정에 알 수없는 불만감 어려?
필자가 긴장하고 있음을 인지한 시험관은 웃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는 약간의 힌트를 주며 다시 질문했다. 그때부터 필자는 자연스럽게 시험관의 질문에 대답했고, 무사히 구두시험을 마쳤다. 모든 것이 영어로 진행되는 시험이기에 잘 알아듣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으나 그런 경우는 없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구두시험이 끝났고, 시험관은 만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실기 시험(비행 시험)에 앞서 비행계획서를 작성해서 가지고 오란다. 1차 관문은 통과했다.
시험관은 필자가 작성한 비행 계획서를 세밀히 살펴보더니 잘 했다고 하고는 곧바로 비행기가 있는 주기장으로 이동했다. 시험관은 조종 학생이 항공기 외부 점검을 할 때부터 시동, 이륙, 공중조작, 착륙, 관제탑과 무선 교신 등 비행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시험관은 비상사태 이외에는 절대 조종간을 잡지 않는다.
절차대로 항공기 외부점검을 마치고 시동을 건 후에 활주로로 나아갔다. 관제탑에서 이륙허가가 떨어졌고 필자는 지정된 공역으로 가서 시험관이 지시한 몇 가지 공중조작(정상 및 비상 상황)을 실시하였고, 모두 무난히 실시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시험관의 얼굴에 불만족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왜 그러지?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