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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의 공군 이야기 (32)

조종사 자격증 시험① 중등 비행훈련 때 다하지 못한 숙제를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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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9.23 18:16 ㅣ 수정 : 2020.11.21 16:05

군산포대장 부임전에 군생활과 무관한 '조종사 자격증' 취득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군산 포대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필자는 한 가지 마무리할 것이 있었다. 즉, 오산 기지에서 다시 시작한 비행이었다. 오산 기지에서 FAA(미국 연방 항공국) 조종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기시험은 마쳤고, 실기 시험에 필요한 비행시간은 거의 충족했다.

 

남은 것은 실기시험과 구두시험인데, 이 두 가지 시험은 미국 본토에서만 치룰 수 있었다. 포대장으로 부임하게 되면 그 이후로는 조종사 자격증 취득은 힘든 상황이었다. 물론 이 자격증 취득은 군 생활(진급이나 보직 등등)과는 관계없고 더군다나 향후 취업과도 전혀 무관한, 필자 자신만의 숙제였다. 중등 비행훈련 때 다하지 못했던 숙제!

 

Dillingham 활주로에 접근하는 필자. 이 사진은 전역 후에 가족여행을 할 때 비행하면서 촬영하였다 [사진=최환종]
 

김포공항에서 야간에 출발, 다음 날 오전에 호놀룰루 국제공항 도착

 

마침 초겨울이 되면서 사무실의 주요 업무가 마무리 되던 때였다. 비교적 중요한 업무가 없는 시기를 택해서 휴가를 신청했고, 과장은 흔쾌히 결재했다. 그리고 오산기지 비행클럽 교관들의 조언을 받아 하와이의 어느 작은 비행클럽에서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김포공항에서 야간에 출발한 비행기는 다음날 오전에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밖에서 현지 비행클럽의 대표(60대 중반의,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백인 조종사였다)를 만나 숙소부터 잡은 후에 비행클럽으로 향했다. 비행클럽 위치는 호놀룰루 국제공항의 남쪽 주기장 인근에 위치해 있었다.

 

첫날은 서류준비와 지상학술 과목을 약간 공부하고 숙소로 왔다. 그때만 해도 필자는 30대 중반의 나이라 시차적응은 별 무리없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비행클럽의 대표와 2회 비행을 같이 했다. 필자에 대한 일종의 점검 비행 및 국지 절차를 익히기 위한 비행이었다.

 

미군 비행교관도 헷갈리는 관제탑과의 영어교신 '정복기'

 

처음에는 호놀룰루 국제공항이 아닌 별도의 작은 활주로에서 이착륙 연습을 할 줄 알았는데, 호놀룰루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착륙을 하며 비행을 했다. 이곳 호놀룰루 국제공항은 대형 여객기들의 이착륙이 빈번하다. 이런 공항의 활주로를 이용한다는 것이 심적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한번 부딪쳐 보자’라고 마음먹고 비행에 임했고, 이륙 후에는 곧바로 그 곳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오전에는 클럽 대표와 같이 오아후 섬 북서쪽에 있는 딜링햄(Dillingham) airfield에 가서 이착륙 연습을 했다. Dillingham airfield는 활주로 길이가 짧은 항공기 이착륙장이고 활주로 동쪽 끝에는 스카이다이빙 교습소가 있어서 공중에서 낙하산이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2~3회 이착륙을 하더니 클럽 대표가 나에게 이착륙 단독비행을 하라고 한다. 이착륙하는 항공기도 별로 없었고, 측풍이 조금 있었지만 이착륙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2~3회 이착륙 단독 비행을 마치고 클럽 대표와 같이 호놀룰루 공항으로 돌아왔다.

 

주기장에 들어와서 항공기 시동을 끄고는 간단하게 디브리핑을 마치자마자, 비행클럽 대표는 필자에게 오후에 단독 비행을 나가라고 한다. 이번에는 이착륙 단독비행이 아닌 호놀룰루 공항의 서쪽 공역(사탕수수밭이 펼쳐져 있는, 어제 클럽 대표와 같이 비행했던 지역이다)에 가서 일련의 공중조작을 한 후에 돌아오는 단독비행이었다.

 

드디어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단독비행을 나가는 것이다. 순간 긴장이 되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단독 비행을 준비했다. 관제탑 교신부터 비행경로, 그리고 활주로 접근시까지 거치는 여러 개의 report point 등등을 다시 한번 짚어 보았다.

 

한편, 미국에서 실기시험을 계획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인 부분은 관제탑과의 교신이었다. 영어로 교신하는 것이지만 항공기 관제 용어가 따로 있어서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한다. 만일 교신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비행할 경우에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필자같이 영어를 제 2외국어로 사용하는 조종사는 관제탑과 교신할 때마다 늘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한다. 관제사의 발음도 문제가 될 때가 있었다. 한번은 군산 비행장에 접근하면서 미군 관제사와 교신을 하는데, 미군 관제사의 발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미군 비행교관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say again!”이라고 두어 번 외친 경우도 있었다.

 

관제탑 교신은 하와이에 도착한 첫날, 비행 클럽의 무전기로 교신내용을 들어 보았는데 처음에는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오산 기지에서 미군 관제사와 수도 없이 교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계속해서 듣다 보니 교신내용이 들리기 시작했고, 이날 비행을 하면서 관제탑과의 교신은 무리 없이 알아듣고 이행할 수 있었다.

 

살 떨렸던 '단독비행'의 추억 / 심적 부담은 자신감으로 진화

 

이윽고 항공기들의 이착륙이 엄청나게 많은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첫 단독비행을 나갔다. 호놀룰루 공항에서 첫 단독비행이라는 심적 부담은 있었지만, 항공기 시동을 걸고 호놀룰루 Ground Control(항공기가 이륙 전이나 착륙 후에 활주로나 유도로 상에 있는 항공기를 통제함)과 교신을 한 이후부터는 오산 기지에서와 같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긴장했던 마음이 자신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제 오전에 비행교관과 같이 비행했던 경로를 따라 비행을 하며 지정된 공역 내에서 몇 가지 공중조작을 하고 다시 호놀룰루 공항으로 돌아왔다. 호놀룰루 공항은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워낙 많기 때문에 관제탑과 항공기간의 무선 교신량이 무척 많다. 따라서 수많은 항공기들의 교신을 듣다가 틈이 생겼을 때에 관제탑과 교신을 해야 한다.

 

관제탑과의 교신도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절차대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무사히 착륙했다. 이 날 2차례의 비행 이후에는 구두시험에 대비해서 다시 지상학술 과목을 약간 공부하고 숙소로 갔다. 이틀 사이에 몸과 마음이 호놀룰루 국제공항 환경에 적응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날 부터는 장거리 비행(Cross Country Flight)에 집중했다. FAA 규정에 따라 몇 가지 유형의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여건상 1회만 실시했고, 나머지는 하와이에서 해야 했다.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비행은 호놀룰루 공항에서 Big Island(이 섬의 이름이 하와이 섬이다)의 서쪽 해안에 있는 Kona 공항까지의 비행이었고, 비행하면서 내려다 본 풍경이 너무나도 이국적이고 아름다웠기에 지금도 그 풍경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다음에 계속)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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