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소사실이 사실이 아니다” 삼성변호인단 입장문 ‘이유 있는 이유’

김영섭 입력 : 2020.09.18 05:15 ㅣ 수정 : 2020.09.18 05:15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김영섭 산업부장] 삼성 변호인단의 입장문이 보름 동안 3차례나 나왔다. 검찰이 이른바 ‘삼성 합병·승계 의혹’ 사건 수사 1년 9개월 만인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등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한 후 일이다.

 
보통의 경우 변호인단은 재판 이후 뭔가 주장을 한다. 삼성 재판 절차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첫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22일로 잡혀 있다. 따라서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삼성 변호인단의 입장문이 이렇게 세 차례 이어지고 있는 ‘이유’가 뭔지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얘기는 얘기’가 된다.
 
검찰 깃발 뒤로 보이는 삼성 [사진제공=연합뉴스]

 

흔히들, 판사는 판결문으로,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 변호인단의 입장문은 재판 과정이나 최종 판결을 놓고 나오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이치다. 그런 점에서 재판 개시도 전에 나온 삼성 변호인단의 연쇄적 입장문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데 의외로 궁금증은 금방 풀린다. ‘9월 1일→11일→16일’로 연결된 입장문 3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입장문 3건은 ‘일방적 주장’에 대한 바로 잡기, 다시 말해 ‘사실이 아니다’란 말로 요약된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검찰이 기소하고, 또 특정 언론이 이를 둘러싼 관련 기사를 보도하니 사실 관계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유’인 것이다.
 
첫 번째 입장문은 이런 이유가 보다 분명하다. 입장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로 시작된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공소사실’은 ‘사실이 아니다’란 내용이다.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받음으로써 수사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안”이라고 입장문은 밝힌다.
 
더욱이 이는 “구속전 피의자심문뿐만 아니라,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판단받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는 게 변호인단의 입장이다.
 
두 번째 입장문도 특정 언론사의 보도와 관련한 ‘사실 바로잡기’로 맥락을 같이 한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 측이 전국 주요 언론사에 의견광고를 게재한 것은 당시 각 언론사의 보도내용과 전혀 무관하다는 요지다.
 
입장문은 “2015년 7월 13∼16일 삼성물산의 의견광고는 주주들에게 합병의 취지를 설명하고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며 “의견광고 게재는 합병에 대한 각 언론사의 보도내용과 전혀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특정 언론이 “합병에 찬성하는 보도가 광고 게재의 결과인 것처럼 열거하며 ‘언론동원’으로 규정한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강조한다.
 
세 번째 입장문 역시 특정 언론 기사내용의 ‘명백한 허위’를 전면에 내세운다. 첫 번째, 두 번째 입장문과 마찬가지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속영장에 어떤 범죄 사실이 담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따라서) 범죄 사실을 전혀 모르는데, 변호인이 (검찰) 수사팀에 삼성생명 관련 내용을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입장 발표의 이유를 밝힌다.
 
이런 모든 상황을 정리한 변호인단 입장문은 두 번째 발표문의 말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한다. 또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치분하게 사법절차를 지켜봐 주시길 거듭 호소한다”고 했다.
 
재판 시작도 전에 나온 변호인단의 릴레이 입장문 발표가 ‘이유 있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그렇게 썩 유쾌한 작업은 아니다. 재판을 앞두고 불필요하고 다분히 의도적인 논쟁의 불씨는 이제 없애야 한다. 변호인단의 바람 대로 공정한 사법절차를 통해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고 순리(順理)대로 정리되길 손꼽아 기대하는 이유다. 
 
김영섭 산업부장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