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의 ‘모빌리티 구상’ 발목 잡는 현대차 노조의 잘못된 생존법
[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지난 14일 취임 2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 그룹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낸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연기관차 중심인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현대모비스 등 주요계열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빌리티’산업쪽으로 대이동시키는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환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필연적 선택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대 난제는 인력문제이다. 새로운 산업에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성 노조’의 잘못된 생존전략에 발목이 잡힐 형국이다.
■ 현대차 노조가 관철시킨 ‘총고용 보장’, 정년퇴직자 수만큼 추가 채용 요구?
현대자동차의 임원진에 대한 ‘젊은 피 수혈’은 순탄하게 진행중이지만, 생산라인은 그렇지 못하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임원 수는 474명이다. 2018년 6월 말의 290명에 비해 63.4%가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 해 4월 이사대우, 이사, 상무를 모두 상무로 통합하는 직급체계 개편을 단행함에 따라 전체 임원진의 늘어난 것이다. 40대 임원만 해도 2년 전 20명에서 3배가 증가한 60명으로 집계됐다. 여성임원도 2년 전 1명에서 13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라인에 대한 ‘수혈계획’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현대차 노조의 ‘고용유지’ 요구가 사실상 관철된 탓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1일까지 10여 차례의 교섭을 통해서 총고용 보장 및 부품사 상생방안, 직무전환 교육 등의 고용 이슈에 대해서 사실상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쟁점은 노조의 기본급 5.8% 인상요구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매출 격감사태속의 임금인상 요구도 난제이지만, 사측이 수용한 총고용 보장문제도 현대차 그룹의 대전환을 어렵게 하는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과 같은 미래차의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전 세계 최대 완성차 시장인 유럽에서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2019년 50만대에 그쳤던 유럽시장 전기차의 판매대수가 2025년 6배에 달하는 3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의 이동은 미래과제가 아니라 눈앞에 당면한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 현대차 노조가 관철시킨 ‘총고용 보장’, 미래 근로자의 고용보장까지 요구 VS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 대량 감원 정책
글로벌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생산라인의 효율적인 전환이 필수적인 과제인 셈이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관철시킨 총고용 보장은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근로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자신들이 퇴직한 다음에도 동일한 수의 근로자를 채용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고용유지는 사회경제적으로 필요한 어젠다(Agenda)이다. 하지만 과도할 경우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라가는데 걸림돌이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내연기관차의 부품 수는 3만여개 안팎인데 비해 전기차는 그 절반 수준인 1만5000여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내연기관차 생산 라인 근로자에 대한 직무전환 교육을 통해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장기적으로 생산라인의 전체 근로자 수는 감소될 수밖에 없다. ‘총고용 보장’은 이 같은 노동의 감소 필요성에 눈을 감고 있다는 게 함정이다. 모빌리티 시대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근로자 수는 전혀 감소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현대차 사업보고서 및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만8590명, 2018년 6만9402명, 2019년 7만32명, 올해 6월말 현재 6만9517명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총고용 보장’이 현재 재직중인 근로자의 고용보장을 넘어서는 요구라는 점이다. 정년 퇴직하는 근로자만큼 추가 채용을 하자는 게 골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대하면서 정년 퇴직자에 의한 자연감소를 통해 인적 구조조정을 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정년퇴직자 대체하는 추가 채용에 대한 ‘프리 핸드’가 해결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하려면 가솔린, 디젤과 같은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근로자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가장 무난한 인력재편방안은 내연기관 생산라인의 근로자들이 정년퇴직을 할 경우 후속인력을 신규채용하지 않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년퇴직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체하는 인력만 뽑지 않아도 미래차 생산라인을 위한 젊은 근로자를 충원하는 데 부담을 덜게 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노사간에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고용 보장은 미래의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장까지 요구함으로써 합리적 해결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모빌리티시대의 발목을 잡는 잘못된 생존법이라는 평가가 나올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해 해외공장 5곳을 폐쇄했던 포드는 올해 1만7000여명의 추가 해고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닛산도 1만2000여명 규모의 감축을 진행중이다.
선제적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라인을 효율화하면서 이를 통한 절감 비용을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