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아시아나도 뒤따르는 대한항공의 ‘영리한 트랜스포머’ 생존전략

이서연 기자 입력 : 2020.09.11 08:18 ㅣ 수정 : 2020.09.11 08:18

대한항공, 선제대응으로 실적방어… 국내 LCC도 화물 사업 비중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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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서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장기화로 인해 벼랑 끝 위기에 몰린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대한항공의 ‘영리한 변신’에 동참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여객기 수요가 급락하며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대한항공은 ‘선제적 대응’을 해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 주요항공사들이 올 2분기 실적 급락을 피하지 못한데 비해 대한항공은 선방을 했다. 사람을 태우던 여객기를 재빠르게 화물을 싣는 화물기로 개조한 덕분이다. 언택트 산업시대에 사람은 ‘집콕족’으로 남아도 물건은 이동한다는 점에 착안한 생존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화물 수송을 위해 좌석 장탈 작업 진행중인 대한항공 보잉777-300ER 여객기 [사진제공=대한항공]

 

■ 대한항공, 여객기 전체를 화물칸으로 개조하는 ‘발상의 전환’

 

대한항공은 지난 8일 국내최초로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을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에미레이트항공 등 외항사들이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을 수송하고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첫 주자다.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 승인을 거쳐 B777-300ER 여객기 2대를 개조했다. 객실 좌석, 기내 전기배선 등을 제거하고 바닥에는 화물을 고정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앞선 지난 6월부터 운항을 중단한 여객기의 하부 화물칸을 적극 활용하고, 여객기 좌석 위에 안전장치인 카고 시트 백을 설치해 화물 운송을 시작하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줄줄이 2분기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놓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유연한 대처로 영업이익 1485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개조했던 여객기에 좌석을 재설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에 맞게 변신하는 진정한 ‘트랜스포머’인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의 화물기 비율은 8월 31일 기준으로 총164대 중 23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국내의 다수 항공사들은 6월부터 여객기 내 화물칸을 활용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으로 수익률 하락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여객기를 개조한 화물칸은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화물기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메모리 칩 같은 전자기기부품이나 의류 수송 등 항공기 입구에 들어갈 수 있는 몸집이 작은 상품 위주로 수송한다”고 전했다.

 

■ 이중고 겪고 있는 아시아나, 후발주자로 여객기 개조 참여

 

9개월 넘게 이어진 HDC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화 되면서 아시아나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원감축, 순환근무 등으로 재정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던 아시아나 역시 여객기 개조를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2대의 여객기를 개조할 예정이며, 이번 달 내 운항을 목표로 국토교통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는 여객기 80대 화물기 12대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기 수리 및 개조가 항공기기술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한 국토교통부 승인 단계도 필요해 구체적인 운영 시점은 작업 진행 일정에 맞춰 최종 확정된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승인은 수리개조 승인(항공기 개조 시)을 거쳐야 하며, 항공기 운항 때마다 여객기 화물탑재에 대한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국내 LCC도 화물 사업 강화로 실적 방어 노려

 

대한항공 계열사 진에어도 B777를 화물기로 개조해 추석 이후 화물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중 유일하며 보유하고 있는 대형 항공기를 통해 침체된 여객 수요 대신 화물 사업을 강화해 실적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화물 탑재량도 여객기 내 화물칸을 활용하는 기존의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 보다 25톤까지 확대되어 사업성 제고가 기대되는 바이다.

 

진에어는 3~4월에는 인천-타이베이 노선에서 B777-200ER 여객기의 하부 전체를 화물칸으로 사용해 운영한 바 있다.

 

진에어는 “여객 수요가 제한적인 현재 상황에서 적시적소에 화물 전용기를 운영해 적극적으로 수익원을 발굴하고 추후 시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갈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와 차별화된 장점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번 위기 상황을 이겨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와 제주항공도 하반기 수익성 증대를 위해 화물 운송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운항기종이 소형여객기 (B737)로 한정되어 있고 기내 좌석을 분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내 공간을 화물 수송에 활용하는 방안 등을 놓고 국토부와 논의 중이다.

 

그동안 여객 위주의 사업을 해 온 만큼 실제로 화물 수송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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