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기자 입력 : 2020.09.09 20:07 ㅣ 수정 : 2020.09.10 03:28
콘솔게임이 강세인 해외시장 본격 공략 포석/플랫폼 다양화 통한 시장경쟁력 제고 효과도 기대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소위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으로 통칭되는 빅3게임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콘솔게임 사업부문을 일제히 강화하고 나서 그 전략적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의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대표 윤송이)는 11월 북미와 유럽 지역에 콘솔·PC게임 ‘퓨저(FUSER)’를 출시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퓨저는 엔씨소프트가 처음으로 출시하는 콘솔 게임으로, 10년 전 엔씨가 콘솔 버전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여기에 넥슨과 넷마블의 각각 연구개발 중인 콘솔 게임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와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도 연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어 게임업계 3N이 PC와 모바일에 이은 콘솔 부문에서도 다시 맞붙게 되었다.
■ 글로벌 게임시장의 32%가 콘솔, 북미 및 유럽시장은 40~50%가 콘솔 / 한국게임기업의 콘솔 시장 점유율은 0.9% 불과
3N이 콘솔게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포화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유럽시장 공략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및 PC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콘솔 게임이 '강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 시장조사 기업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9년 게임시장 규모는 1521억달러 (한화 180조 7556억원이며) 콘솔 게임은 이 중 32%인 486억 7200만달러 (한화 57조 8515억원)라고 발표했다. 콘솔은 특히 북미·유럽시장에서 46조의 매출을 올리며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중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규모가 큰 4위임에도 불구하고 콘솔게임에선 유독 초라한 성적표를 쥐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 산업 14조 2902억원에서 콘솔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287억원으로 3.7%에 해당하며 전세계 콘솔게임 시장에서는 그 비중이 0.9%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모바일과 PC게임에 주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콘솔 게임 공략이 필수적 요소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 보복'이 장기화됨에 따라 전세계 1위 규모인 중국 게임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것도 국내 게임업계가 북미와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눈길을 돌리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3N은 게임 산업 규모와 이용자 수 모두 높은 북미와 유럽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게임 플랫폼 중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은 콘솔 게임이다. 미국과 유럽의 게임산업 중 각각 48%, 43%가 콘솔 게임이다. 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콘솔 이용 비율은 50%가 넘는다. 이는 모바일, PC가 강세인 아시아 지역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가에 따라 게이머가 선호하는 플랫폼이 다른데, 서구권은 콘솔 게임을 선호하고 한국은 PC, 일본은 같은 아시아권 국가지만 콘솔을 좋아한다”며 “회사 내부에서 자사의 세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콘솔 플랫폼와 PC 간 ‘크로스플레이’ 지원이 필수다”라고 밝혔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출발부터 '콘솔 게임', 해외시장에서 강세 / 네오위즈는 다양한 기기에서 '콘솔 게임' 서비스
국내 주요 게임 기업들이 플랫폼 확장과 함께 모바일·PC 게임 쏠림 현상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국내 게임산업 자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주목된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편향된 장르가 아케이드, 퍼즐, 슈팅, 어드벤쳐 등으로 넓어지면 해외시장 진출이 보다 쉬워진다. 다양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도 올라간다.
중견 게임기업들의 콘솔 시장 진출도 3N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네오위즈는 지난 3월 북미에 콘솔형 MMO(다중접속게임) ‘블레스 언리쉬드’ 출시했다. 이 게임은 당초 ‘엑스박스원’이라는 게임기기에 독점 제공했다. 하지만 조만간 ‘플레이스테이션4’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다. 한 종류의 콘솔게임도 다양한 기기혹은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블레스 언리쉬드는 콘솔을 먼저 개발한 뒤, 내년 상반기에 PC 버전을 출시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
‘라인게임즈’도 지난 7월 30일 첫 콘솔 타이틀 어드벤처 게임 ‘베리드 스타즈’를 발매했다. 플레이스테이션4, 닌텐도 스위치, PS비타 플랫폼으로 제공되며 이 후에도 ‘창세기전’의 IP를 활용한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콘솔 게임도 2022년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예정이다.
아예 콘솔 게임에 주력하는 회사도 있다. 펄어비스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검은사막’은 콘솔·PC 게임이며 앞으로 예고된 신작 3개 모두 콘솔 플랫폼으로 제공될 예정이라 모바일RPG가 강세인 시장에서 콘솔에 특화된 게임사로 경쟁력을 갖춰나간다.